살인청부업자의 청소가이드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4
하들그리뮈르 헬가손 지음, 백종유 옮김 / 들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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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찰나의 기발한 발상에 의해 구상되기 시작한 소설.

이 책의 저자는 하들그리뮈르 헬가손으로 아이슬란드 출신 작가이다.

소설은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주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주인공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현직 킬러인 토미이다. 그가 66번째로 죽인 사람이 FBI임을 알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출국하려다가 경찰의 추격을 받고, 화장실에서 죽이고 옷을 바꿔입은 사람은 하필 신부님이었다. 그것도 아이슬란드로 막 건너가려는..

 

그리하여, 살인청부업자였던 톡시의 웃지못할 아이슬란드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하필 신부로 분해서, 종교 방송에 출연해야 하는가 하면, 툭툭 튀어나오는 언행이 불손해 사람들로 의심을 살까봐 웃지못할 해프닝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톡시의 언행이 다소 자극적이거나 경박해보이는 말투가 많아,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평가하는) 귀에 살짝 거슬리기도 했지만, 그에게도 참아내기 힘든 아픔들이 속속 자리하고 있었다.유고슬라비아의 내전은 어린 토미를 전쟁 소년병으로 내몰았을뿐 아니라 현재의 킬러로 만들기도 하였다. 전쟁과 살인이 없는 아이슬란드 속에서 철저한 킬러였던 톡시의 과거들이 톡톡 튀어나와 그의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주었다.

 

나는 아이슬란드 경찰청에게 감사편지라도 한 장 써줘야할 것 같다. 길이가 182센티미터가 되고, 무게가 110 킬로그램이나 되는 거대한 개구리가 지붕 위에 찰싹 붙어 있는데도 못 보고 넘어갔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수수께끼이다. 191p

 

아이슬란드에서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던 그의 은둔생활이 경찰과 FBI의 추적을 받기 시작해 그가 도피처로 삼은 곳은 전도사의 딸 집이었다. 어쩐지 부모에게 반항하는 귀여운 금발미녀인 귄힐뒤르는 자신이 킬러신분이라도 외면하지 않을 것 같았고, 그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는 킬러의 얼렁뚱땅 신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다소 코믹하기만 한 기발한 상황만이 진행되며 우스갯소리만 가득한 이야긴줄 알았더니 웬 걸, 블랙유머 사이사이로 비춰지는 톡시의 아픔이 더욱 진하게 배어있기도 하다.

사랑했던 여자 센카와는 국적이 다를뿐 아니라 전쟁터에서는 서로 총칼을 겨누어야할 적군으로 만나게 되었다. 전쟁터에서 다시 만난 연인이 기쁨의 순간을 누리기도 전에 자신의 동료들이 들어와 총으로 위협하며 그녀를 범하는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들에게 저항했다간 그녀를 죽일수도 있었기때문에.. 그렇게 멀어져간 옛사랑.

그리고 현재의 사랑 무니타. 육체든 무엇이든 그녀에게 담뿍 빠진 그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 그 자체였다.

너무나 인기가 많은 그녀가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 바람이라도 피우는건가 의심하던 찰나에 자신의 아파트에서 잘린 목만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끔찍함을 경비와의 통화를 통해 듣게 되었다.

 

귄힐뒤르와도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무니타의 죽음 이후 크나큰 충격을 받은 톡시가 자살을 하기 위해 자동차를 향해 투신을 했다가 그만 실패하고 심한 중상만 입고 말았다. 그런 그가 그대로 죽지도 못한채 찾아간 곳은 처음에 신부인줄 알고 자신을 받아들인 전도사 부부의 집이었다. 그들은 신부님을 죽인 킬러를 경찰에게 받아들이지 않고 집에서 치료하며 살려주었다. 그리고 그를 갱생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까지 기울였다. 여권까지 만들어줘가면서 말이다. 자신들이 믿고 받아들이는 종교인을 살해한 킬러를 경찰로부터 보호하고, 종교의 힘으로 극복한 부부의 노력도 대단해보였지만, 그런 와중에 점차적으로 킬러의 때를 벗고 평범하게 살아가려는 그의 의지 또한 빛나는 듯 보였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대해 문학으로 다룬 작품은 아마 이 책이 유일무이한게 아닌가 싶다고 한다. 역자 또한 19세기 초반의 발칸 전쟁,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수없이 검색하며 종식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가늠조차 할수 없는 상황을 발견했다고 한다. 나 역시 뉴스에서나 멀리 접했던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사실 이 작품 하나만으로 얼마나 더 피부에 와닿았다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들에게는 평생 치유되기 힘든 트라우마일수 있음은 짐작할 수 잇었다.

웃으며 받아들이기엔 참으로 아픔이 있는 이야기여서, 작가가 크로아티아 출신인지 아이슬란드 출신인지 자꾸 헷갈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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