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유치원 - 평범한 아이들을 비범하게 바꾼 자녀교육 혁명
조혜경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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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유치원을 보내야할까?

네살부터도 일찌감치 시설에 보내기 시작한 친구를 보며, 나도 다섯살부터는 어딘가에 보내야겠단 마음을 먹고 있었다. 더 데리고 있고 싶었지만 남들이 누누히 말하는 그 '사회성'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문화센터나 기타 학원 등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주로 엄마와 집에 있거나 할머니댁에 가는 일이 많아 친구 만날 일이 적어 그것 하나때문에라도 놀이학교나 유치원 등에 보낼 필요성을 느꼈고, 그렇게 나름대로 알아봤다 하는 곳에 아이를 잠시 보냈다가 믿음에 문제가 생겨 잠시 보류하고 아이와 집에 있는 중이다. 2학기때부터라도 보낼지, 아니면 여섯살때부터 보낼지..

사실 우리때는 일곱살때 유치원 다니고 초등학교 들어가도 아무 문제 없었던 것을, 요즘에는 더 일찌감치 어린이집부터 다니는 아이들이 많고, 워낙 유치원을 몇년씩 다니다보니 그렇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 많은 문제라도 생길듯 걱정해주는 분위기로 바뀐듯 하다.



유치원도 참 종류가 다양하다. 영어유치원, 놀이학교, 일반 유치원 등에서부터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노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그런 유치원까지, 아마 내가 잘 알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좀더 다양하게 세분화될 지 모른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의 유치원, 초등학교 환경을 보면, 정말 아이들이 자연을 벗삼아 재미나게 지내고도 학교에 다니며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데, 그건 워낙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된 풍토라 부모와 아이들이 따로 나설 필요가 없고, 우리나라 실정으로는 따라 하기조차 힘든 꿈같은 일인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어떤 유치원을 보내거나 또 엄마가 어떤 관심으로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걸까.



나만 고민하고 있던게 아닌가 보다.

세 딸을 둔 교육방송 pd인 저자 또한 큰 아이는 강남 엄마 못지 않은 열성으로 뭐든 발빠른 정보와 교재, 교육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했는데 막상 학교에 들어가니 늦게 시작한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한다. 둘째는 거기에 실망해 거의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 강압적인 것이 거의 이뤄지지 않게 키우니 또 의외로 그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는 것. 그러나 방임형 육아도 성공작은 아니었단다. 막상 셋째는 큰 아이 둘과 다르게 또다른 고민, 정말 이제는 어떻게 키워야할지가 더 막막해졌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를 세 아이를 둔 친구네 사례를 통해 들었다. 거기서도 둘째만 거의 방목 주의였는데, 그집은 또 그런 둘째가 가장 공부를 못한다 하여 어떻게 키우는게 옳은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저자는 먼 북유럽 말고 일본의 교육환경을 촬영하다가 교훈을 얻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놀라운 만 5세 아이들의 42.195km마라톤 완주 (한 명도 아닌 참가한 열명 모두 정해진 시간 내에 완주)의 기적을 보여준 세이시 유치원!

아이들이 원하지도 않는 퍼즐을 잔뜩 사주는 것보다 함께 뛰어노는 것이 오히려 더 머리를 좋게 한다는 사실을 엄마들께서는 잊지 마시길 바란다. 아이들이 쿵쿵거리며 뛰어놀아도 번잡하다고 짜증 부릴게 아니라 유산소 운동으로 머리가 좋아진다고 믿어보도록 하자. 한결 조바심이 사라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똑똑한 아이를 염원하는 엄마의 조바심이 오히려 아이의 공부하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36p

유치원, 운동장에서 맨발로 생활하는건 기본이고, 유치원 앞 진흙탕에서 온몸을 적시며 놀아도 아이들은 즐거워하기만 한단다.

워낙 아이 자체가 깔끔한 성격이라 몸에 뭐가 뭍는 것도 싫어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자꾸 아이가 밖에 나가 아무 벽에나 기대고 난간 등도 덥썩 덥썩 잡고 (당연히 아이는 그러는 건데) 엄마는 아이 손 더러워진다고 너무 윽박을 지른게 아니었나 싶다. 그러고보니 아이가 요즘 없던 버릇이 생겼는데 옷을 자꾸 물어 뜯으려 하는 버릇이 엄마의 짜증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안 좋았다. 진흙탕에서 뒹굴고도 행복한 아이들도 있는데 그깟 손에 뭐 묻는게 좀 어때서 난 그리 야박하게 굴었던 걸까. 오늘도 아이에게 내내 화를 냈던 것이 너무 미안해졌다. 화내는 엄마가 아이를 망친다는 책도 있었던 것 같은데, 예전에는 정말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잘 참았던 내가 요즘에는 걸핏하면 화를 내서 아이의 기를 꺾기 일쑤였다. 절대 이래선 안되겠구나 아이가 하고 싶은걸 하게 해야지 엄마 스케줄대로 뭐든 해결하려 하니 당연히 아이가 반발할 수 밖에..



세이시 유치원처럼 아예 교실 수업 없이 온종일 마당과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놀게 하는 곳도 있지만 최소한의 활동만 실내에서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운동장에서 보내는 유치원도 많다. 아이들은 아침에 등원하면 30분 이상은 운동장에서 논다.(한국은 유치원에 운동장이 없는데 일본은 당연히! 있단다!) ..내가 만난 일본의 모든 유치원 선생님들은 '유아기는 마음껏 뛰어놀며 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시기'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곧바로 실천으로 옮긴다. 88p


세이시 유치원 다음으로 나온 토리야마 어린이집의 요코미네식 교육 열풍은 시골의 평범한 아이들을 전부 뛰어난 천재로 만들어 전국을 떠들썩하게 강타한 놀라운 육아법이라 하였다. 저자 또한 고민하였던 셋째의 육아법에 대한 해답을 바로 이곳에서 얻었다 한다. 그 해답은 우리의 불편한 시선을 없앤 아이들의 자발적 경쟁 구도에 있었다. 책에 나온 나이들은 모두 만 나이인듯 하다.

토리야마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2세부터 히라가나를 익히기 시작해 3세가 되면 책을 읽고 글자를 쓴다. 5세가 될때까지 무려 2500권의 책을 읽고 3세가 되면 악기 연주하기 시작해 절대음감을 갖게 되고 4세부터는 1인 1악기를 익혀 합주를 한다. 4세에 주산을 시작해 졸업하기 전에 7급 자격증을 딴다. ...놀랍게도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103p

방임형 유토리 교육 또한 주입식 교육 못지 않은 문제를 낳았다 한다. 방임형으로 교육한 아이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저조했다는 것, 언젠가 접해들었던 친구의 친구네 이야기가 다시 또 생각이 났다. 그렇다고 그 주입식이 문제 많은 강압적 주입식으로 되돌아가지도 않았다.

여기에서 평범한 아이들의 능력을 끌어낸, 할수 없는 아이들을 할수있게 만든 요코미네식 교육법이 등장하게 되었다 한다.



많은 육아서적을 읽어보았지만, 그저 겉도는 이야기의 느낌을 많이 받거나, 그래서? 당장 활용할 부분은 많이 느껴지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도 여러 권 있었지만 유치원 교육법이나 지금 당장 만 3세의 우리아이에게 (책 기준으로는 3세일) 적합한 교육 방식을 찾기에 만족할만한 책이 많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니 저자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같이 취재를 나간 것도 아니었고 다만 그녀의 글을 통해 만난 정보들이지만 정말 눈이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유치원이 없다면 가장 가르치기 좋은 위치에 있는 엄마가 그런 선생님이 되면 되는 것이다.



별것 아닌 일로 아이를 윽박지르고 기를 죽게 하기 보다 아이의 개성을 살려 행복을 키우면서도 아이가 즐기며 배움의 기쁨을 알아가게 하는 것. 내게는 그 중요한 기본 마인드가 부족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들 과외하는 식으로 문제풀이에만 급급했고, 아이가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당장 쉽게 포기하려 하는 안이함도 존재했다. 아직은 너무나 어린 아기인데, 하는 마음도 있으면서 그러면서 다른 아이들은 좀더 일찍 좀더 열심히 하지 않는가. 우리 아이는 아직 안한게 많으니 이제라도 좀 뭔가 해보려 하면 갑자기 틀이 매이는 것 같기도 하고, 저자의 복잡다단한 심경을 나 또한 이해못할바가 아니었다.

이제는 조금은 알것같다. 그리고, 다시 또 책을 읽으려 한다. 좀더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도록 말이다.

아까는 읽으면서 눈으로 소중한 형광펜 밑줄까지 그었다. 그렇게 밑줄 긋고 싶은 책이 과연 얼마나 되던가.

기적의 유치원이 나의 옹졸했던 마음을 열어줄 열쇠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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