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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빨간 수레 - 2015 오픈키드 좋은그림책 목록 추천도서, 아침독서신문 선정, 동원 책꾸러기 선정 ㅣ 바람그림책 5
레나타 리우스카 글.그림, 김혜진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4월
매일 하루에 열권씩이라도 책을 읽어주고 싶은데, 생각만큼 그게 쉽지가 않네요. 아직 유치원에 다니지 않으니 시간은 더 많은데도 말입니다. 어쩔땐 엄마가 바쁘고, 또 아이와 책 좀 읽어야지 할때는 아이 마음에 드는 책이 많지 않을 때도 있고 그렇네요.
그런데 이 책은 처음 읽어주고 바로 아이가 세번이나 내리 읽어달라 할만큼 아이에게 쏙 마음에 든 책이었네요.
처음에는 수레가 있어 그런가 했는데 읽어주다보니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총 망라되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얼마전부터 아이가 좋아해 꼬박꼬박 읽고 있는 동화책에, 이 책까지 추가로 해서, 이제 매일 두권은 기본으로 읽게 될 것 같아요.
우선 엄마는 따스해보이는 질감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답니다.
빨간 수레를 보면서는 바퀴 모양부터도 어? 모 브랜드의 웨건이 생각났어요. 찾아보니 정말 비슷한 거 있죠.
루시는 여우일까요?
암튼 주인공 루시는 빨갛고 예쁜 수레가 생겨 당장이라도 놀고 싶었어요.
엄마에게 당장 갖고 놀아도 되냐고 물으니, 엄마 왈 물론이지, 시장에 수레를 가져가렴 하고 심부름을 시켰답니다.
헉, 이런 반전이..아이와 먼저 세번이나 읽어줬음에도 아빠가 오니 자랑삼아 또 읽어달라고 하더라구요.
엄마, 수레책, 루시 수레책 하면서 말이예요. 그래서 읽어주기 시작하니 아빠도 무척 좋아했답니다.
아이보다도 더 까다로운 아빠의 취향까지 만족시킨 책이었네요. 그림도 재치있는 설정도 모두 괜찮다 하더라구요.
엄마들에게는 아주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었겠지만, 순수하게 놀고만 싶었던 루시는 좀 실망을 했지요 그래도 엄마 심부름을 하러 수레를 끌고 시장으로 향합니다.
혼자서 심부름을 갔으면 더 외롭고 심심했을텐데 루시에게는 친구들이 아주 많네요. 너구리, 토끼, 고슴도치, 청설모 모두 루시를 따라옵니다. 언덕을 올라가며 왜이리 무겁냐 하는 루시. 수레에 친구들이 타고 있어서 루시를 골려주는건가 하고 웃었는데 다시 보니 또다른 친구는 또 밀어주고 있었어요. 착한 루시가 친구들을 태워준거였던 거죠.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비바람이 심해져서 다 내려왔을 무렵 파도도 엄청났지요.
우잉? 파도? 그들이 바다를 여행한 걸까요? 아니요. 그냥 비가 많이 왔다는 것인데, 파도를 경험할만큼 아이들의 상상력이 무한함을 드러내주는 것이었겠죠.
비가 그치고 갑자기 수레는 포장마차로 변신을 했답니다. 시장에서 루시와 친구들은 서커스하듯 채소를 사구요.돌아가는 길은 우와~
우리 아이가 입을 떡 벌리고 빠져들었던 장면이 드디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언덕위로 올라가는 수레가 갑자기 기차로 변신했어요.
엄마도, 또 나중에 읽기에 합류한 아빠도.. 수레가 몇개였는데? 어떻게 기차가 되는 거야?
하고서 1+0=3이 되는 그 상황을 논리적으로만 이해하려고 억지를 썼답니다.
그저 상상력의 힘으로 이루어진 그 모든 것이었는데 말이예요.
가장 주된 독자가 될 우리 아이는 그런 걱정 하나도 없이 수레가 기차가 되고, 우주선이 되고 하는 그 과정을 그냥 즐겼을 뿐인데..
심각했던 건 아빠와 엄마였지요
멋진 기차 객실 위에 사과가 세알 있었던 것도 아들이 발견해내었구요.
비탈진 언덕을 다 내려올 무렵 그만 돌멩이에 부딪혀서, 피용~
뭐가 날아가고 있네요. 수레가 갑자기 우주선으로 변신했어요.
아, 너구리 보이시나요? 눈이 세개인 외계인이 되었어요.
아들이 한참 좋아하는 온갖 탈것들과 우주선 등이 총 등장을 하니 우리 아들 완전히 신났답니다.
넘어진 이후의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공사장의 모습이었지요.
아들이 좋아하는 포크레인 (크레인일까요?) , 불도저가 등장해 수레 트럭에 짐을 정리해 실어줍니다.
이 딱 한 컷만 있었어도 완소북이 되었을 것을.. 이전까지의 장면들이 너무나 세세하게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으니, 아이는 루시의 수레를 잊을 수가 없었나봅니다.
게으른 엄마는 독후활동을 제대로 못해주곤 했어요. 그냥 책 읽고, 책을 읽고 갑자기 그리고 싶은 영감이 떠오르면 아이 혼자 그림을 그리곤 했지요. 그래도 워낙 아이가 탈것을 좋아해서 집에 바퀴도 많겠다, 수레 좀 만들어보자 했더니 싫다네요.
그러더니 쓱쓱쓱 뭔가 그리고 있습니다. 루시의 수레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루시 수레는 빨간건데 이건 색색이 다르네? 하면서 그리는 모습이 참 예뻤어요.
그 다음장에서는 수레를 아주 조그맣게 구석에 그리길래, 수레가 우주선이 되어 날아가는 거야? 하고 물으니 우주선을 아주 신이나서 여러대 그리더라구요. 물론 엄마눈에만 잘 보이겠지만 말입니다.
아이와 즐거이 읽은 마법의 빨간 수레.
루시가 무사히 심부름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막판 순간까지 책은 깨알같은 재미를 잊지 않더라구요.
아, 엄마가 루시에게 심부름을 시킬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구나 하고 바로 수긍이 갔으니 말입니다.
재미난 마법의 빨간 수레.
아이와 보고 또 보고 할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