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상페
장 자크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3월
구판절판


대학에 처음 입학한후 들어간 동아리가 과내 소모임이었던 '작은 세상'이라는 영화, 책 등의 문화 토론 소모임이었다. 그때 처음 정해진 책이 <좀머씨 이야기>여서, 그때 그시절과 함께 각인된 추억으로 잊혀지지 않는 책이건만, 좀머씨 이야기를 그린 삽화가가 상뻬님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꼬마 니꼴라, 얼굴 빨개지는 아이 등의 유명한 그림을 많이 그린 작가분이었는데 작가 이름을 몰라서였을뿐, 그림을 보니 낯익은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같은 경우에는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지만, 아이 그림책을 읽어주며 책을 찾다가 꽤 평이 좋은 작품이라 제목이 익숙한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아이를 위해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카트에 담는 것이었다.

일러스트, 풍자화, 삽화 등으로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실 책을 보면 주로 글을 보지 그림에 일일이 감명을 받거나 인상깊은 느낌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을까 싶다.

여태 아이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글 작가보다 그림 작가가 더욱 조명을 받는 작가로는 로베르토 인노첸티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뻬, 이분도 그에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분이었다.

사실 뉴요커라는 유명한 책을 한국에 사는 나는 모르고 있었다.

꽤 역사가 깊고 유명한 잡지라는데, 특히 뉴요커의 특징으로는 표지에 구구절절 사람들을 낚는 여러 문구가 난무한 다른 책들과 달리 그저 깔끔하게 풍자화 그림 한 컷만 실린다는게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지나가는 행인의 발길을 잡기 위해 각종 선정적인 문구가 난무하거나 낚시성 기사가 난무한 잡지만 생각하다가 깔끔한 풍자화 하나만 톡~ 올려져있는, 그것도 수십년을 그렇게 고수해오고 있다는게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림 하나만으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더불어 책을 펼쳐 읽고 싶은 그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말 그대로 표지로 말하는 그 중요한 작업. 그러기에 그 잡지의 표지로 선정된다는 것은 삽화가들에게는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일이고,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상뻬와 편집장의 길고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재능을 인정받았으나 상뻬 본인이 얼마나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인터뷰기도 했다.

마르크 르카르팡티에 : 인간의 영혼에 청진기를 대는 존재라는 말을 들을 때는 어떤가요? 웃음이 나옵니까?

장 자끄 상뻬 : 요즘 사람들은 다큐멘터리를 아주 싫어하던데, 나는 그런 프로그램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젯밤에도 프랑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하는 일은 약간 변형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형된 것이 확실한 게, 내가 기록하는 내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이니까요. 사람들의 행동, 그들의 번민, 혹은 존재에 대한 불안, 혹은 두려움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일시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덧없는 기록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75p


까다롭기로 소문난 숀사장은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미 그린 수채화 속의 소녀를 지우라고 하질 않나. 어느 그림의 팔의 위치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몇번을 수정하다보니 종이가 너무 얇아져 더이상 수정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처음대로 다시 그렸더니 이제야 마음에 든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뻬는 그의 까다로운 요구를 모두 수용하였다.

사장이 뉴욕 스케치라는 구상안을 내놓자, 자신이 해결하기엔 너무 애매하면서도 어려운 작업같아 거절하니 숀 사장은 자신이 하라면 할 수 있는 거라고 못을 박기도 한다. 사실 그런 무리한 요구에 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안목이 까다로운 만큼 그것을 지켜낸 상뻬의 작품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널리 인정을 받게 되었는지 모른다.


솜씨 좋은 작가들이 스스슥 그리는 그림인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상뻬의 삶과 노력이 모두 녹아들어있는 소중한 하나하나의 작품이었다. 2011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상뻬전이 열렸던데 많은 이들이 다녀오고 그의 작품과 책에 깊이 매료되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 내게 뉴욕의 상뻬, 그가 그토록 원하던 뉴요커에 수십년의 인연으로 표지장식을 해오고 있는 상뻬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가득 실려진 뉴욕의 상뻬가 앞에 놓여있다. 그리고 언제고 꺼내어 그의 그림 속에 풍덩,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한 그 따스한 그림 속에 빠져들 수 있어 행복한 그런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왜 그토록 상뻬를 보고 싶어하고, 소장하고 싶어했는지, 또 보고난 사람들이 한결같이 호평하는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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