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품절


책을 좋아하다보니 같은 취향을 지닌 많은 이웃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초면이신분이나 구면이신 이웃분들이나 할것없이 모두 한목소리로 추천해주신 책이 바로 <헝거게임>이었다. 그 책이 벌써 3부로 완결이 되었건만 여태 못 읽어봤다가, 영화로 개봉이 되니 그제서야 책을 읽기 시작한 게으른 나. 영화도 좋아하지만, 원작인 책을 더욱 좋아하기에 영화를 볼거라면 그에 앞서 책부터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책 제목만 들어보고 언젠가 읽어볼것이기에 주위 분들의 리뷰도 꼼꼼히 읽어보질 못했었는데 읽기 전 간단히 책 표지를 훑다가 내가 몹시 싫어하던 잔인한 설정극이었던 <배틀로얄>이 생각나는 줄거리에 호감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미래의 어느날, 지금의 북미대륙이 있던 자리에 독재국가 판엠이 건설되고, 수도인 캐피톨을 제외한 다른 12구역의 주민들은 거의 억압받는 상태로 불평등한 생활을 지속해야했다. 과거 캐피톨에 대한 반란의 대가로 매년 헝거게임이라는 명목하에 각 지역의 소년 소녀 한명씩을 뽑아 한 명이 살아남을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게임을 하게 만드는 잔악한 형벌제도를 만들어 무력하게 그 게임에 선출되어 나오는 아이들의 운명을 그리고 있었다. 일본 영화 배틀로얄에서도 친구들을 서로 죽여야하는 잔인한 게임이 진행되었고, 기시 유스케의 소설 크림슨의 미궁에서는 헝거게임과 닮은 듯 살짝 다른 게임 참가자들끼리 서로 죽이는 운명만큼은 같은 그런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배틀로얄은 그 설정이 너무 싫어 보지 않았고 크림슨의 미궁은 보게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해서 헝거게임도 그럴까 걱정이되었다. 다만 그런 이야기인데 왜 이리 사람들이 열광을 했던 것일까. 그점 하나만을 궁금증으로 안고 읽기 시작했다.



탄광에서 일하시던 아빠가 돌아가시고, 우울증으로 짐작되는 증세에 처한 엄마는 딸들도 잊어버린채 자기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버린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 캣니스는 사랑하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집안의 가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불법인 사냥을 몰래몰래 하고, 사냥을 하다가 만나게 된 친구 게일과 서로 돈독한 우정을 쌓는 소중한 사이가 되어갔다. 책 초반부를 읽으면서 캣니스가 여성임을 알고 놀라기도 했다. 책에 대해 미리 아무런 정보없이 읽으니 놀라움의 순간이 연속이 되었다.

너무나 가난해서 끼니도 잇기 힘든 캣니스네 마을 사람들, 살아남기 위해 가장이 되는 소년 소녀들은 식량 배급표를 얻기 위해서 사지로 내몰리는 무서운 투표에 자신의 이름을 더 적어 넣기도 하였다. 12세부터 한장씩 쌓이기 시작하는 그 추첨표의 숫자가 나이도 많지 않은 캣니스는 어느새 스스로 20장이상에 육박하고 친구 게일은 40장을 넘어서버렸다. 그리고 올해 처음 참여하게 된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 프림.

바로 그 여린 여동생, 그녀가 지켜주려 한 여동생이 수천장의 경쟁률을 뚫고 뽑혀 버리고 말았다. 머릿속이 하얘진 캣니스는 동생을 대신하여 스스로 자원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여린 그녀를 사지로 내몰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남자로 뽑힌 사람은 그녀의 가족이 굶어죽을 수 밖에 없던 그 상황에 단 한명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준 빵가게 아들 피타가 뽑히고 말았다. 그애 만큼은 안 뽑히기를 바랬던 (게임에 나가면 서로 죽여야 하는 상황이기에 ) 아이였는데..



너무나 잔인한 설정이었는데, 그 헝거게임에 돈을 걸고 24시간 방송으로 시청하며 마치 드라마 보듯 이야기하는 캐피톨의 사람들이 원망스러웠다.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한 설정이라기엔 인간의 그것이 너무나 잔인하였다.

하지만 다수를 위한, 그리고 서로를 죽이는 것을 게임으로 삼았다는 것 등의 여러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인류의 역사상 분명 이렇게 잔인한 일들은 충분히 있어왔다. 아프리카 원주민 중에 흥미 대상이 될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고 해서, 유럽으로 끌려가 거의 살아있는 박물관 신세로 전락해버린 여성의 이야기도 있었다. 일제 또한 우리나라에게 얼마나 몹쓸짓을 많이 했던가. 헝거게임을 보며,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대한 씁쓸한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읽는내내 마음이 불편할줄 알았던 그래서 읽다가 마는 사태가 발생할 줄 알았던 헝거게임.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살아남을 생각을 하기도 전에 겁에 질려버릴거란 생각에 사냥으로 단련되어진 캣니스였지만 그녀가 어떻게 힘과 전략까지 센 프로 자원자들을 이겨낼수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거의 우승자가 나오지 않았기에 더욱 희망이 적었던 12구역 이야기.



11구역에서는 프림처럼 어린 12살 소녀 루가 뽑혀오고, 늘 따뜻했지만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죽여야 할 피타가 있다. 캣니스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기 위해 감상따위에 젖을 여력도 없었다.



헝거게임은 소년 소녀들이 죽고 죽이는데만 치중하지 않는다. 그 잔인한 게임이 시작되기 전의 해프닝과도 같은 화려한 연출에 오히려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12개 구역 사람들에게는 잔인하고 슬픈 현실이지만 캐피톨 사람들에게는 단지 유흥이었기에 그들은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고 즐기는 것이었다.



예상외의 줄거리를 지녔던, 그래서 다 읽고 몹시나 만족스러웠던 헝거게임이었기에 어느 새 책장을 다 덮고 캣칭파이어와 모킹 제이 구입을 서두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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