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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 보살 - 일본 ㅣ 색동다리 다문화 시리즈
나리타 마미 글, 차은영 그림, 원진숙 감수 / 정인출판사 / 2012년 3월
우리 어릴적에 어른들이 세상 참 좋아졌다. 많이 달라졌구나 하시면,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 엄마가 되고나니 아이들 클때랑 엄마 어릴적이랑 너무나 차이남에 놀라게 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네요. 그 중에서도 정말 보기 힘들었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같이 살고, 또 자주 만날 수 있음에 어려서부터 외국인들을 많이 접하고, 같이 커나가야할 우리 아이들에게 다문화 동화책을 일찍부터 읽어줄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동안 읽어준 다문화동화는 주로 각 나라의 특징 등을 잘 살린 동화가 많았어요 이번에 본 색동다리의 다문화 이야기는 바로 그 나라의 특색을 잘 살린 전래동화를 소개한 이야기라,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으면서 각 나라의 전통의상이나 풍습 등을 자연스레 익히는 기회가 될 책이랍니다. 엄마도 어려서부터 전래동화 및 세계 각국의 민화, 설화 등을 많이 접해봐서 옛날이야기라면 마냥 신이나면서도 어떤 이야기가 있나 싶은 반가움에 얼른 읽어보게 되었지요.
삿갓보살은 읽어본듯 안 읽어본듯한 그런 느낌의 동화였어요.
일본 편이었구요 처음 읽는게 분명한데 워낙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옛 이야기에서는 공통적으로등장하는 이야기다보니 낯선 느낌이 들지 않더라구요.
삿갓을 만들어 팔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할아버지 부부가 있었어요.
다음날이 설날인데 집에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삿갓을 만들어 팔기로 했지요.
"할멈, 이 삿갓만 팔면 설날에 먹을 떡도 사고, 당근과 우엉도 살 수 있을게야."
우리나라에서는 설날 떡국을 끓여먹는데,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떡국같은 것을 끓여먹지만 좀 다르더라구요. 그건 티브이에서 본 거였고.) 떡과 함께 당근, 우엉도 꼭 필요한 재료인가봅니다. 당근, 우엉 하니 뭘 만들어먹을까 궁금했는데, 오세치라는 요리를 해먹는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유아 그림책이라 오세치 이야기까지 나오지는 않습니다.
북적북적한 장날, 사람들은 많았지만 삿갓 할아버지는 단 한개의 삿갓도 팔지 못하고 빈손으로 집에 가야했어요. 눈보라가 치는 밤에 집에 가다보니 지장보살님 여섯이 눈을 맞으며 나란히 서 있는게 아니겠어요?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는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삿갓들을 하나씩 모두 씌워주고, 남은 하나의 지장보살에게는 낡은 보자기지만 할아버지가 쓰고 있던 것을 벗어서 잘 묶어주었답니다.
이렇게 착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당장 내 배가 고프고 힘이 든데,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삿갓들을 모두 돌로된 지장보살들에게 씌워주고 오다니요. 그런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쓴 소리 한마디 없이, 잘하셨다고 오히려 칭찬을 해줍니다.
하지만 특식은 커녕 당장 먹을 쌀 한톨도 없던 노부부는 뜨거운 물로 빈속을 달래고 잠을 자야했지요.
현실의 이야기같았으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초라한 명절을 맞이해야했겠지만 전래동화속에서는 늘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습니다.
실제로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른이 되니 이런 동화를 읽을때마다 어릴적의 순수했던 마음이 바래버려 아쉽기만 합니다.
그날 밤 쿵쿵 영차영차 하는 소리에 너무 놀라 일어난 노부부 앞에 지장보살 여섯이 끌고 온 보은의 선물이 한가득 놓인답니다.
뜨거운 물 한잔으로 명절전날밤을 보낼뻔했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행복한 명절을 보내게 되어 보는내내 마음이 따뜻했어요.할아버지 할머니가 새 옷을 차려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이며, 설날이라 방안을 장식한 물건들을 보니, 일본의 설 전통문화를 그림으로 이해하고, 글로 만나게 되는 재미난 동화가 되었지요.
다른 나라의 동화는 또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되는 전래동화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