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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게 될 거야 - 사진작가 고빈의 아름다운 시간으로의 초대
고빈 글.사진 / 담소 / 2012년 3월
절판
인도, 티벳, 히말라야 등의 여행기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 안에 동물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특징이 있었다. 사진 속에서도 동물과 그 지방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연을, 그 중에서도 특히 동물을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인도, 네팔, 티벳 등지의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먹고 마시며 즐기는 단순함을 즐긴다기보다 영혼을 채우는 여행을 즐기는 순례자들 같은 느낌을 받고 한다. 물론 여행기에 따라 다른 느낌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나처럼 긴 여행은 생각도 못해보고, 가더라도 편하게 쉬다가 오는, 내지는 뭔가를 즐길거리가 있는 곳으로 가보고 싶은 그런 여행을 꿈꾸는 사람과 달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 지역 사람들에게 동화되다 시피하면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불편함을 견디고, 사람들 속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런 여행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이 책은 다른 여행자들이라면 아무리 여유를 부린다 해도 그 지역의 길거리 개들, 혹은 야생 소, 당나귀에까지 깊은 정을 나눠주기 힘들 법한데, 그 귀한 시간과 사랑을 동물들에게 아낌없이 흐르는 대로 나눠줌을 보면, 확실히 평범함 여행자가 아닌 그 무언가를 담고 있는 사람 같았다,
버스비를 미리 다 치뤘는데도 다른 승객들이 내리자 갑자기 혼자 남은 그를 버스 기사가 혼자 남겨둔채 시동을 꺼버렸다. 사설 버스 회사이기때문에 그 하나만 태우고 고개를 넘을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다른 차를 구하기도 어려웠던 그가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가, 당나귀 한마리를 사게 되는 (빌리는 값인 줄 알았는데 사는 값이었다.) 이야기부터 시작이 되었다. 몽골 여행을 할때 말을 한마리 사서 여행을 하고 도로 팔고 오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긴 들었지만, 파키스탄에서 당나귀를 사서 고개를 건넌 이야기는 저자의 이야기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동물들을 무척 좋아한다는 그답게, 그는 학대받는 당나귀가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값을 되받고 팔수도 있었으나 자유를 주기 위해 고개를 건넌후 당나귀를 풀어주었는데, 건너마을 양치기 소년에게 붙들려오고 만게 아닌가. 그는 그 또한 소년의 몫이다 싶어 자신이 주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또 길거리 개들에 관한 이야기도 남다르다. 유난히 동물들이 잘 따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낯선 여행지에서 길거리 개가 자신을 따른다고 해서 며칠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는 자신을 따르는 개에게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친근하게 사귀었다. 때로는 개를 안고 차에 타기도 하고, 사원에 같이 들어가기도 한다. 여행을 쭉 같이 할 수는 없었기에 개가 정착할만한 마을에서 자유로이 다른 개들에게 동화되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그가 정을 주어 만나고 헤어진 개의 이야기가 두 건은 나온다. 그 중 한 건은 그 개를 데리고 영국에 돌아가고 싶었던 사람, 그러나 동물 반입이 쉽지 않은 규정상, 사람과의 정을 어느 정도 떼고, 자연스럽게 다른 개들처럼 지역의 삶에 동화되도록 만들어줘야함을 (동물을 사랑하기에 지나친 사랑만으로 그들의 삶을 옭아매는게 옳지 않음 또한 그는 알고 있었던 것, 베풀 수 있는 정도까지, 또 헤어짐의 순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그의 몫이었다.) 알고 있었기에 힘들어하는 그녀를 도와 저자는 서서히 이별하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닐가이라는 동물은 야생동물이라 사람에게 잘 다가오지 않아요. 이런 신성한 동물이 당신을 따르는 것을 보니, 당신은 영적으로 특별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요. 200p
사막에서 그는 자신을 따라오는 파란소, 닐가이라는 야생동물을 만나게 된다. 동물은 저자가 준 음식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야생동물같지 않은 친근함으로 자연스럽게 저자를 따라 마을까지 들어왔고 소, 그중에서도 파란소는 특히나 더 숭배하는 마을 사람들 덕분에 이방인 성자같은 대접까지 받게 되었다.
나라면 꿈꾸기 힘들었을, 평범하게는 가기 힘든 여행지의 현지인 같은 삶, 아니 그보다 더 깊숙한 동물들과의 교감이 녹아들어있는 사진과 여행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