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이들 시몬과 누라처럼 - 매일 신나는 모험처럼 살아가는 시몬과 누라 이야기
지은경 지음, 세바스티안 슈티제 사진 / 예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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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로의 짧은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이 책을 차 안에서 읽었다. 옆자리 카시트에서는 아이가 내 팔 한쪽에 기대어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었고, (자꾸 목이 까닥까닥 앞으로 쏠리다가 아예 내 팔을 베고 옆으로 비스듬히 자는 쪽을 택한 듯, 팔은 좀 저려왔지만 아이가 선택한 자세이기에 한시간 넘게 그 자세로 왔다.) 한쪽 손만을 이용해 책장을 넘겨가며 벨기에의 아이들 삶 속으로 빠져들었다.

위 사진은 아이들이 어릴적에 찍은 사진이다.





아홉살 시몬과 여섯살 누라, 그런데 뒷장을 읽다보니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이란다. 여섯살이 벌써 학교를? 하고 놀라 다시 앞 에 나온 출생 연도를 보니 우리 나이로는 11살, 8살쯤 되는 나이, 벨기에에서도 미국 등의 나라차럼 만 나이를 적용해 약간의 문화적 혼선이 온 것 같았다. 어릴 적에는 만 나이에 대한 큰 거부감이 없었는데 아기를 키우다보니 아직 세돌도 되지 않았는데 나이는 다섯살을 먹어버리기도 하는 등 참 애매한 기준이다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개월 차이가 무척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각설하고. 다시 벨기에의 삶으로 들어간다.

벨기에의 교육의 도시 겐트에 사는 시몬과 누라.

평범하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생물학 교수 아빠와 사회복지사 엄마를 둔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단짝 친구들은 알리스와 루이자 가정도 나오는데 아빠는 정형외과 의사, 엄마는 화가이다.

우선 그들의 집은 무척이나 자연친화적이었다.


아이들이 집을 가장 좋은 놀이공간으로 생각할 정도로 집안에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자극할 모험같은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집에서 외부 주방으로 이어지는 좁은 야외 공간에 꽃을 심는 것은 물론이고 사다리 타고 올라갈 작은 오두막까지 아빠가 직접 만들어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즐기는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알리스네 가정도 마찬가지였다. 알리스 아버지 행크는 집 바로 옆에 병원을 지어 운영중이었기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척 많단다. 집을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집안에 복층 다락방을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 친구네 아이들까지 네 아이 모두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재미나게 놀 수 있었다.



초등학교는 더욱 판에 박힌 틀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지만, 유치원 또한 세분화가 되었다고 하나? 일반 유치원, 영어 유치원, 놀이학교 등 유치원에서부터 자기네가 내세우는 각종 교구, 교재 들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며 자랑하는 곳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일부 엄마들은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을 옭아매기보다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며 텃밭도 가꾸고 모래밭에서 뛰어놀수있는 일부 자연친화적 유치원을 선택하기도 한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그런 유치원이 있는데 집에서 제법 멀어서 차를 타고 통원해야하는 곳이라 결정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무엇보다 엄청난 경쟁률에 줄설 엄두가 안나는 곳이기도 하였다. 다섯살인 올해(벨기에 나이로는 만 세살이겠지만) 부터 놀이학교부터 시작을 하려다가 사정이 있어 안보내게 되었는데, 초등학교를 대안학교로 다니면서 초등학교 시절마저 우리나라 유치원보다 더 재미나게 보내고 있는 시몬과 누라를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유아기때부터 일찍 한글과 영어까지 떼고, 초등학생들 못지않게 많은 학원을 거의 과목별로 다니며 어른들 자라온 어린 시절보다 훨씬 바쁜 삶을 살고 있는 한국의 아이들을 생각하니 학력 걱정보다는 지금 즐기고 느끼는 그 행복한 가치를 더욱 크게 염두에 두고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배우고 자라나는 시몬과 누라가 정말로 부럽게 느껴진 것이었다. 누라네 수업은 숲속 탐험에서 주워 온 나무 껍데기들을 붙여놓고 설명하면서 나무의 종류와 쓰임애세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한 과목이 끝나면 책상에 앉아 하는 복습대신 연극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공부가 재미있는 놀이라는 사고방식을 어릴적부터 교육시키는 것은 학교의 주요 방침 중 하나이다. 64p



여름이 되면 아이들은 세달이나 되는 방학, 어른들은 5주이상의 휴가를 갖는다. (겨울에는 어른은 2주의 공식적인 휴가, 아이들에게도 2주의 방학치고는 짧은 방학이 주어진다.) 그래서 여름에 시몬과 누라의 가족은 알리스, 루이자의 가족과 함께 3주간의 캠핑 여행을 같이 즐기고, 거기에 추가로 시몬네 가족은 따로 1주의 여행을 즐기다 온다 하였다. 여행을 좋아하기에 길고 긴 그들의 휴가 (나라에서 법정 규정한 휴가 기간이란다.)가 무척이나 부럽게 느껴졌다. 워낙 자연친화적인 삶이다보니 어려서부터 강과 산, 바다 등을 가까이 하는 삶이 몸에 배었고, 커다란 카누를 차에 꽁꽁 묶어 텐트에서 잠을 자고, 카누로 여행을 하는 것이 그들 가족에게는 아주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완 달라도 너무 달라. 하면서 읽으면서도 정말 낯설기그지 없는 삶이었다.

아이들의 미소는 건강하고 행복해보였고, 미리부터 입시를 걱정하고 준비하는 것 따위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살펴볼수조차 없었다. 지금은 까르르 밝게 웃어주는 우리 아기가 수년이 흐르고 나서 시몬과 누라처럼 나이를 먹고서도 이들처럼 해맑게 웃을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다소 막막하기만 한 답답한 심정까지 들기도 하였다. 아이들 또한 시몬과 누라처럼 행복하게 즐기고 건강하게 자라나고 싶을텐데..



도시에 사는 아이들도 캠핑 여행을 떠나 야생으로 채취한 버섯으로 신선하고 맛있는 요리를 즐겨먹고, 어려서부터 몸에 배인 카누, 스노클링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안전하면서도 재미나게 즐기는 신체활동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친구네 아이를 서로 봐주고 재워주기가 몸에 배인 사람들이라 부부 모임 약속이 있으면 베이비 시터를 부르는 대신에 믿고 의지할수있는 친구 부부네 집에 아이들을 하루 재우며 마음놓고 다녀오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품앗이 육아 속에 더욱 돈독한 우정을 쌓으며 자라날 수 있었다.



부럽고 또 부럽다. 이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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