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줄리 크로스 지음, 이은선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이웃님 블로그에서 <템페스트>라는 책이 세계문학전집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었다. 내가 알기론 판타지 로맨스 책인데, 세계 문학전집이라니.. 알고보니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이 템페스트라는 제목만 같고 다른 내용의 소설이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약간의 해프닝을 안겨준 소설 템페스트.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나 장치를 이용하지 않고, 마치 초능력처럼 개인의 신체적 능력에 의한 타임 점프를 하게 되는 것.

그런 이야기를 예전에 <점퍼>라는 소설을 통해 접해 본 기억이 있었다. 또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소설 <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도 그런 타임점프가 소개되었다고 한다. 이 책 속에서도 주인공 잭슨은 그런 재능을 지님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시작이었다. 단 몇시간만으로의 과거 점프. 그 재능을 알고 난 이후부터 그저 부유한 CEO인 아버지를 둔 뉴욕대학 재학생이었던 소년이 더이상 평범할 수 없게 됨을 알게 되었다.

 

천재 괴짜 친구인 애덤에게 살짝 털어놓은 후 자신의 점프 실험을 같이 기록하고, 분석하게 되었는데, 혼자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보다 기록을 남기고 이해해주는 친구를 만나 설명을 들을 수있다는 것이 외로울 수 있는 그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영화 백투더 퓨처 또한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할만큼 첫 시작과 달리 속편으로 이어질수록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가 완전히 섞여버려 혼선을 겪게 되는 것처럼 점프 또한 하프와 풀로 나뉘어 다른 시간대의 나와 마주칠 수도 있고, 아예 과거의 흔적을 삭제해버린채 새로이 내가 돌아다닐 수도 있는 복잡한 상황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점프를 하고 언제나 홈베이스로 돌아왔다가 다시 새로운 곳으로 점프를 할 수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룰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2009년의 대학생이던 잭슨이 2년 전인 2007년에 갇혀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때부터 얼마든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했으나, 돌아가고싶은 현재의 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가 없었다. 믿었던 아버지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고, 사랑하는 홀리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2007홀리와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데..

 

2편을 이어가게 할 이야기꺼리들이 너무나 많아서 궁금증으로 마지막 장을 덮기가 아쉬운 마음이었다.

뇌종양으로 죽은 쌍둥이 동생 커트니, 템페스트와 EOT 일원들 중 어느쪽을 믿어야 할지 모르게 헷갈리는 잭슨의 마음, 현재든 2년 전이든 만나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홀리, 그리고 철저히 계산된 마음인 줄 알고 혼란스러워진 아버지에 대한 갈등, 아버지에 대한 사실은 그나마 잭슨이 좀 이해할 수 있는 과거의 한 장면을 보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었지만 커트니와 자세히 밝히기는 힘든 에밀리, 그리고 토머스 등의 등장인물들은 2권과 3권으로 이어질 후속편의 내용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갈등 요인들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이렇게 끝나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구.

ㄷ자로 꺾어진 표지 속 주인공처럼 나도 타임점프라도 해야하는건가?

타임 점프라는 것이 몹시 흥미로운 소재라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있어선 안되겠다란 생각이 자꾸만 든다.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꾸 과거를 조작하려 한다면 정상적인 세계가 유지될 수 없는게 당연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려서는 어디선가 미래의 어느 시간여행자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고, 내가 모르고 있더라도 시간여행은 이미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이런 시간 흐름, 생활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것이란 생각에 그럼 정말 시간 여행은 없는 것인가? 하는 원초적인 문제에 혼자 도달하고 말았다. 뭐 아니면 실제로 있는 듯 없는 듯 티를 안내며 돌아다니는 시간여행자들이 숨어서 활동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깊은 밤 2부를 알 수 없는 템페스트를 앞에 놓아두고 혼자서 막연한 생각에 골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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