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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부엌 + 알고 싶은 살림법
김주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2월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엌에 관심이 많아질줄 몰랐는데, 결혼 후 요리를 하기 시작하니, 부엌에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수가 없었다.
뭔가 예쁘고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싶어도 공간에 비해 많은 그릇 (많이 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조금씩 더 사모으고 싶어도 놓을 곳이 없어서 포개 놓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과 후라이팬, 냄비 등이 짐처럼 씽크대 구석구석에 그냥 처박혀 있는 느낌이었다. 정돈되지 않은 산만한 느낌. 그러나 티브이 등에서 본 부엌 등은 정말 예쁜 공간이 많았다.
주부들이 탐낼만한 부러운 공간, 갖고 싶은 부엌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읽어보았다.
노다 상영의 손님상 차리기라는 책으로 만나본 노다 상영님의 부엌은 직접 짜서 맞춘 부엌이라 어마어마한 그릇을 한번에 수납할 공간이 마련되었다. 남들은 옷장을 이렇게 붙박이로 하는데, 그릇을 한쪽 벽 전체에 짜 넣을 공간을 만들다니, 역시 요리 연구가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읽다보니 그릇 욕심 많은 일본 요리연구가 김정은님의 수납 공간 또한 만만치 않게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비싼 그릇이 아니더라도, 탐나는 그릇이 많아지다보니 자꾸만 수납공간이 아쉬웠는데 그래서인지 널찍한 공간에 여백의 미를 살려 예쁘게 장식한 공간보다도 실용적으로 많이 수납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요리책에 관심이 많고, 식탁에 앉아 책을 보는 것 또한 즐기기에 아예 부엌에 따로 책을 많이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오래된 낡고 좁은집을 개조해서, 부엌 옆 작은 방을 아예 터서, 부엌과 맞닿은 공간이자, 서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배치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고운님의 ㄷ자형 부엌도 마음에 들었다.
또한 시스템 키친을 짜넣는 것이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모됨을 알기에 정작 언젠가 이사가게 되더라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해서 부엌을 만든다는 것은 꿈꾸기도 힘든 일이겠구나 싶었는데,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심희진님의 경우에는 놀랍게도 전에 살던 집을 혼자서 다섯번이나 부엌을 뜯어고칠 정도로 직접 부엌 diy에 힘쓴 경력을 갖췄다 하였다. 대대적인 공사가 아니더라도, 실제 손에 익은 공간, 그리고 약간의 변화로 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 등으로 부엌을 더욱 돋보이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탈바꿈해놓은것이었다.
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으로 만났던 김미지님의 홍차와 린넨이 있는 따스하고 어여쁜 주방 공간도 예뻤고, 아기엄마라 그런지 효자동 레시피의 아기 이야기로 주를 이루는 부엌과 살림 이야기도 정겹게 느껴졌다.
부엌은 여자들에게는 소통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가족에게 건강한 식탁을 만들어줄수 있는 곳이고, 엄마 자신에게는 차 한잔, 책 한권의 여유를 제공할 수도 있는 곳이다.
그러기에 뭔가 정돈되지 않고 산만한 느낌보다 햇볕 쨍쨍하게 잘 들고, 아이들 신랑 모두 출근, 등교하고 난 후의 한가로운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예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고수들의 부엌과 살림법, 혹은 레시피 등을 들여다보며 나의 주방에 작은 변화, 나만의 공간이라는 작은 표시 쯤 남길 수 있는 그런 센스가 내게도 생겼으면 싶은 이야기모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