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1학년 - 왕초보를 위한 요리 교과서
한복선 지음 / 리스컴 / 2012년 3월
품절


그동안 내가 주로 본 요리책들은 요리전문가보다는 파워블로거 등의 솜씨있는 주부들, 즉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가 만든 요리책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요리 연구가이신 분들의 책도 있긴 했으나 대부분은 파워블로거로 정평이 난 일반인들의 책을 많이 읽었다. 이번에 만난 요리책은 요리연구가 한복선님의 책이라 더욱 뜻깊었다. 방송에서도 많이 만나뵈었고, 이름만 들어도 널리 알려지신 분이라 요리책의 내용이 어떨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몇년을 주부로 살아도 여전히 초보 티를 면치 못하는지라, 왕초보를 위한 요리 교과서라는 부제가 더욱 와닿은 책이었다.

살림을 신랑이 많이 도와주는 집이라고 해도 요리 등의 주방에서의 일은 대부분 아내의 몫으로 남아있는 곳이 아직은 많다. 나 또한 결혼 전에는 거의 요리를 할 줄 몰랐다가, 요리학원 한군데도 다녀볼 생각않고 그저 요리책 한두권만 믿고 결혼을 했다. 다행히 기초는 아니더라도, 요리책을 따라 흉내를 내면서 맛을 내보았는데, 그래서인지 따라해서 맛이 나는 그런 요리책들은 마르고 닳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 책은 188가지의 레시피라는 점도 마음에 들지만, 기초를 간과하기 쉬운 왕초보 주부들을 위해 꼼꼼히 기초부터 짚어주는 점이 돋보인다. 우리집 냉장고 중 특히 냉동칸에서 육류 등이 너무 오래 잊혀진채 보관되기도 하고 그랬는데, 책을 보니 "생선이나 고기를 오랫동안 냉동해 두고 먹는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과산화지질이 생긴다. 세균은 냉장실에서도 증식하며, 냉동실에서도 죽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있어서 뜨끔하였다. 냉장실에서는 실온보다 약간 더딜뿐, 충분히 상할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나 냉동실에만 넣어두면 몇달, 심지어 일년이 넘게 방치한 식재료들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양념 넣는 순서도 있다는 것을 귀동냥으로는 들어 알고 있었으나 귀찮아서 그냥 한번에 넣을때가 많았다.

설탕은 재료를 부드럽게 만들고 다른 양념이 잘 스며들게 하므로 제일 먼저 넣고 소금은 단백질을 응고시켜 맛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므로 설탕 다음이다. 식초는 소금 맛을 부드럽게 만드는데 가열하면 날아가므로 끓이는 음식에는 일찍 넣지 않는다. 간장은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는게 중요하므로 나중에 넣는다. 마지막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고소함을 살린다. 21p 귀찮아도 양념 넣는 공식에는 다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소한 차이가 명품을 만들듯이 사소한 차이로도 맛의 차이가 확 달라질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다.

각종 채소와 해물, 고기 등의 다양한 식재료를 손질하는 방법도 한 두 페이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교과서라는 표현이 딱 맞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부추는 살살 씻어야 풋내가 나지 않고, 아욱은 반대로 바락바락 씻어 주물러야 풋내를 없앨 수 있다는 차이도 처음으로 배웠다.

요리가 척척 되는 7가지 습관을 보니, 내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바로바로 정리하고, 밥상을 미리 차리는 등을 실행하지 못해서 늘 분주하고 손만 많이 간다 생각했었는데,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면 요리와 상차림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해물파전

비가 내리던 며칠전 갑자기 해물파전이 먹고 싶었다. 요리책마다 해물파전에 대한 정보가 잘 나오지만, 그래도 새로운 요리책을 읽었으니 이대로 따라 만들고 싶었다. 집에 모든 재료가 다 있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참고해서 만드니 제법 먹을만한 파전이 완성되었다.

또 아이를 위한 파인애플과 새우를 넣은 볶음밥을 따로 차려주고, 정작 나는 볶음우동이 먹고 싶은 날이 있었다. 신랑도 없는 점심 상인지라, 나 하나를 위해 차린다는게 상당히 귀찮았음에도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요리를 해보고 싶었다. 숙주 대신 콩나물을 넣고, 양배추와 버섯 등 야채는 생략했지만 소스로 야키우동 소스와 돈가스 소스, 굴소스가 모두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매번 볶음우동 레시피들을 보면 양념의 공식이 다 차이가 있다. 워낙 볶음우동을 좋아하다보니 그 차이가 있는 맛들이 모두 다 맛이 있었다.)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한복선님식 볶음우동 맛이 너무나 궁금하였다. 그렇게 여러 소스를 합해 만든 우동은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아이도 몇 입 엄마의 우동을 먹고 갈 정도로 말이다.

그동안 몇번의 요리를 해먹었는데 다 입맛에 잘 맞아, 남은 요리들도 모두 기대가 되는 그런 요리책이 되었다.

오늘 저녁엔 또 무엇을 해먹을까?

어제 사온 한우 안심으로 스테이크를 해먹으려 했는데 야채 샐러드 드레싱을 생각못해서 사와야하나 했었다.

마요네즈, 요플레 등이 들어간 약간 기름진 소스를 신랑이 싫어해서 도전하기 힘들었는데 간장과 식초, 청주 등으로 개운하게 만드는 한복선님식 채소 샐러드 레시피로 도전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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