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열두 남자
마르티나 파우라 지음, 송소민 옮김 / 갤리온 / 2007년 9월
품절


우하하하.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왜 이제야 읽고 리뷰를 쓰고 있는 걸까.

사실 한번 손에 잡으면 그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 소설을 어쩌다보니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다.

아주 잠깐 삶을 잊고 그저 빠져들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뭐하느라 이렇게 시간이 걸린 거였지?



사실 제목부터가 다소 자극적인 느낌이 드는 이 소설은 아무리 개방되었다 한들 그래도 폐쇄적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드라마로 만들 생각을 다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현재 공중파는 아니고, tvn에서 윤진서 주연의 드라마로 방영중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내가 이 책을 들고 있는 걸 보자마자 지인이 "어? 그거 드라마로 하고 있는거 아니예요?" 하는 반응이 바로 돌아왔다. 맞다. 바로 그 책을 내가 읽고 있었던 것이다.

표지에 살짝 머리에 뿔달린 어여쁜 여자가 보이고, 그녀와 대각선으로는 정말 한자리에 모아놓기도 힘들 각양각색의 남자들이 바글바글하다.

일년에 열두남자.

이 책의 주인공 피아는 잡지에 칼럼을 기고중인 점성술사다.

그리고 염소자리의 남자친구와 크리스마스 이브날, 약혼을 할뻔한 그 중요한 순간에 쨍그랑~ 하고 깨지고 말았다.

산산조각이 나는 그 사연도 참 우습다. 처음엔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격하는 그녀 또한 정말 예사롭지 않다. 나중에는 그런 특이한 그녀에게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몰입되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 소중한 인형의 팔을 칼로 잘라 불태우는가 하면, 약혼할뻔한 남자친구에게 선물로 화가 났다고 고가의 명품 시계를 튀겨버리는 것 또한 보통 여인네의 속에서 나올 행동은 아닌 것이다.



어찌 됐건 이런 사연으로 그녀는 솔로 신세.

게다가 잡지사에서도 경쟁사의 칼럼에 밀려 짤릴 지 모를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자신의 의지와 크게 상관없이 별자리별 남자들과 관계를 맺어보고 칼럼을 올리는 희한한 운명에 엮여버리고 만 그녀. 본격적인 코미디는 이제 시작되었다.

게다가 전 남자친구 슈테판이 최악이라고 말했던 피아의 소중한 여자친구 탄야도 빼놓을 수 없다. 4차원이랄 수도 있지만 정말 소중한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재미난 것은 탄야라는 이 개성있는 친구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같은 이름의 동성 친구로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탄야라는 이름이 우리나라 이름으로 쓰일 법한 이름은 아닌데 그만한 개성에 맞출만한 다른 이름을 미처 찾아내지 못했나보다. 책을 읽고 나서 캐스팅된 배우들을 보니, 윤진서의 피아도 재미날 것 같았고 한 미모하는 탄야도 참으로 멋진 캐릭터가 될 것 같았다.



별자리별 남자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잡아서 코믹하게 잡아내는 것도 웃겼지만, 나와 내 신랑의 별자리 남자들 모두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어서 어쩜 좋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거의 사이코로 나오는 전갈자리 남성이 드라마에서는 꽤나 비중있는 역할로 탈바꿈이 된 것인지 4대 주인공란에 떡 하니 서 있었다는 점이었다. 기분이 살짝 덜 나빠질려고 했다. 아, 소심한 전갈자리 ..바로 나~



피아 또한 많이도 보수적이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방탕한 친구 탄야처럼 일년에 열두명의 별자리 남성들을 만나 관계까지 맺고 마는 그런 사이가 되고 말았다. 또한 그녀의 부모님 이야기 또한 소설 속 중요한 등장인물로 참여를 해주신다. 책이 주는 잔재미는 독자를 살짝 헷갈리게 하는 트릭같은 것이 존재한다는데 있다. 결말에서도 그랬지만 중간중간, 아무 생각없이 몇번이나 속았다. 뭐 피아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런 피아의 고정관념에 얽힌 여러 판단 착오가 더욱 소소한 재미를 증가시키기도 했다.



개방적인 성에 대한 이야기는 얼굴만 붉히고 말 그저 그런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이 책 정말 재미나게 잘 읽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아마도 많이 삭제된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식으로 재구성된 코믹할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윤진서의 새초롬한 표정과 더불어 어떤 엉뚱함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줄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