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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 카브레 - 자동인형을 깨워라!
브라이언 셀즈닉 글.그림, 이은정 옮김 / 뜰book / 2012년 2월
절판
500페이지가 넘고, 일반 성인 소설 두 세권을 합쳐놓은 두께의 위고 카브레를 들고서, 어떻게 아이들이 읽을만한 책인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흑백의 그림이 상당 부분을 차지함을 알게 되었고, 글과 그림이 같은 장면을 설명한다기보다, 그림으로도 내용을 설명하고, 또 다시 글로 이어지는 등 뗄래야 뗄수 없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함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두꺼운 위고 카브레는 아주 순식간에 읽히는 책이었다.
영화 휴고 대해서는 사실 책을 읽기전까지 미처 몰랐다. 다만, 이 책이 칼데콧 상 수상작품이라는 데서, 아이엄마의 눈길을 끌었을뿐이었다. 그림책이라면 대부분 아주 얇은 아이들 동화를 떠올리곤 했는데 이렇게 두꺼운 책이 수상을 한데 호기심이 일었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벅찬 감동에 휩싸인 기분이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진다.
처음에는 마냥 환상적인 이야기, 마법같은 스토리를 상상했다. 요즘 하도 많은 환타지 소설들이 나오다보니, 이 책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가 아닐까 했다. 자동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비밀을 간직한 위고와 장난감 가게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들의 비밀은 해리포터의 마법학교로 들어가는 입구도 아니고, 다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하지만 그 어느 것보다 위대한 그런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 또한 작가가 조르주 멜리아스라는 아주 위대한 마술가이자 영화 제작자였던 영화의 선구자격인 인물을 그리며, 그의 생애에 대한 단편들 중 하나였던 자동인형에 대한 한줄의 언급을 보고, 이 책을 펴낼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단순히 허구인줄 알았던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조르주 멜리아스를 검색하게 만들었고, 그가 실존 인물이었고 책 속에 등장하는 영화 몇편들 또한 실제 있었던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고는 기차역에서 경비원의 눈길을 피해 살아가는 가난한 소년이었다. 배가 고프면 먹을거리를 도둑질해야했고, 그가 하는 일이라곤 기차 안 시계들을 정비하고, 시간이 틀리지않게 조정하는 일이었다. 되도록 도둑질을 자제하려 했지만, 장난감 가게 할아버지네 장난감만은 몰래몰래 도둑질하고픈 욕구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에게 잡히게 되었고, 자신의 너무나 소중했던 아버지 유품, 수첩을 그만 할아버지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수첩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너무나 놀라더니, 절대로 소년에게 돌려주지 않고, 소년은 자신의 수첩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어떤 기계든지 만들어진 목적이 있다는 거 알아?"
위고가 이사벨에게 물었다.
"여기 이 태엽 쥐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졌고, 시계는 시간을 알려 주기 위해, 또 자동인형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야. 고장난 기계를 보면 내 마음이 불편한 것도 그 때문이야. 왜냐하면 기계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거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일거야. 만일 네가 자신의 목적을 잃어버린다면....너도 고장 난 기계나 다름없어." 382p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책은 1부에서는 소년이 수첩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할아버지의 손녀딸 책을 좋아하는 이사벨과 엮이는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2부에서는 소년과 소녀를 놀라게 한 한 장의 그림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은 정말 놀랍게 발전된 CG의 힘으로 환상적인 세상들을 많이 접할 수 있지만, 예전에 영화가 처음 나왔을 적에는 단지 기차가 달려오는 장면을 찍었을 뿐인데도, 달려오는 기차를 보고, 그 기차에 치일까봐사람들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355p , 1895년 역사상 최초 선보인 영화 <역에 도착한 기차> 참조) 영화의 초창기 역사가 그대로 담긴 책이었다. 그리고 조르주 멜리아스, 그가 처음 시도했던 현실이 아닌 놀라운 세계와 그림, 그 모든 것들이 그림과 사진으로나마 책에 실려 있었다. 지금 봐도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 당시로서는 정말 획기적이었겠다 싶은, 놀라운 그런 그림들이었다.
브라이언 셀즈닉은 284쪽에 걸친 원화와 그림책과 만화 소설, 영화적인 요소가 결합된 이 책으로 새로운 독서 체험을 할 수 있는 소설 형태를 탄생 시켰습니다. 위고 카브레는 과감하고 독창적인 이야기꾼에 삽화가, 소서라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브라이언 셀즈닉의 걸작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띠지
쉽게 붙이지 못할, 걸작이라는 그 찬사, 단순한 책의 홍보가 아닌 정말 그 말 그대로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화 휴고 역시 몹시 보고 싶어졌다. 그림과 글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소설이 영상으로는 얼마나 멋지게 구현되었을지 포스터를 보며 기대감이 샘솟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