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상점 - 100년 혹은 오랜 역사를 지닌 상점들의 私的 이야기
김예림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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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긴 세월을 살아오지도 않았는데, 개발이 덜 되어 이전의 모습 그대로를 많이 갖추고 있는 그런 소도시 등에 가게 되면 어릴 적의 향수를 느끼게 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간것처럼 말이다. 짧은 세월에도 그런 느낌을 받을진대, 18세기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상점들에 발을 디디게 되면, 이국적이면서도 오랜 전통의 그 신선한 느낌에 짜릿한 감동과 전율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

유럽여행을 꿈꾸었으나 아직 못 가본 터라 다양한 책을 통해 미리 유럽 맛보기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오랜 전통의 카페, 레스토랑, 펍 등을 소개한 책은 읽어봤어도, 파리만의 수백년 전통의 상점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은 처음 읽게 되었다.



백년 혹은 그 이상의 전통을 이어내려온 상점들에서는 그들만의 고유한 향기와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저자가 인터뷰하면서 추천 와인을 묻거나 맛있는 초컬릿 등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대부분의 주인들은 강한 자부심에, 사람에 따라 또 하루 세끼마다 각각 다른 제품을 추천할만큼 다양하고 세밀한 제품들을 갖추고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또 루이 16세의 약사였던 슐피스 드보브가 만든 드보브에갈레라는 프랑스 파리 최고 초콜릿 전문점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무척이나 많았다.

그가 만든 초컬릿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만든 피스톨. 이는 쓴 약을 먹기 싫어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개발한 것인데 약을 섞은 초컬릿을 얇은 동전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 피스톨을 아주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초콜릿은 수세기 동안 이어져 아직까지도 이곳의 인기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146p

그저 간단히 입에서 녹여먹거나 씹어먹을 줄만 알았던 초컬릿을 먹는 방법까지 분석해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제대로 초컬릿 먹는 방법'을 전수해주겠노라 한 현재 사장인 베르나르의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초콜릿이 녹기에 적당한 온도는 우리 몸의 온도와 비슷한 36도입니다. 그에 비해 실내 온도는 대략 20도에서22도 정도이니 우서 입안에 쏙 집어 넣고 입을 닫아 5초 남짓 약간 겉이 녹을 정도가 될때까지 기다리세요. 그 다음 약간 입을 열어 공기가 들어오게 한 다음, 초콜릿 향을 테스트하고 공기를 조금씩 들여보내며 초콜릿을 씹으세요. 입안에서 공기와 초콜릿 덩어리가 섞이면서 녹아들 때 적당히 우물거리며 맛과 향을 느끼고 삼키면 됩니다. 152p

폴란드의 공주가 프랑스 왕 루이 15세와 결혼하면서 따라 온 궁정요리사 니꼴라 스토레가 베르사이유궁 전속 파티셰로 일을 하다가 1730년에 직접 차린 스토레, 스토레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책에서 봤던 바바 오럼, 알리바바 등의 베스트 아이템이 익숙했던 터라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또 스튜어디스로 근무했던 지인이 임신하고서 너무나 먹고 싶었다던 파리의 유명한 마카롱은 라듀레의 마카롱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가하면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찾아가고플 피카소가 물감을 구입했다는 파리의 오래된 화방 상늘리에.

물감을 파는 곳이라 해서 그저 판매만 하는 곳인줄 알았는데, 1887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곳이다보니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곳이었기에 무엇이든 공장에서 찍어낸 대량생산된 물품에 익숙했던 내게 직접 제조한 물감이라는 신세계를 알려주는 그런 곳이기도 하였다.

할아버지 구스타브는 이전에 사용되지 않았던 광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 내는 데 놀라운 기술을 갖고 있었고, 새로운 색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인상파 화가들은 그 색을 사용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 중 대표적인 화가가 피카소. 그는 흙색을 내기 위해 진짜 핡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상늘리에에서 완벽히 재현해 낸 흙색의 광물 안료를 내놓자 피카소는 바로 이 물감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137p



책을 읽는 내내 오랜 전통의 그곳에 나또한 같이 서 있는 그런 느낌으로 사진과 글에 푹 빠져들었다. 상점 구석구석을 찍은 사진과 더불어, 관광객으로 갔으면 일일이 알기 힘들었을, 그 고유 상점만의 내력과 유서 깊은 이야기까지 사장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거의 최초의 초컬릿 파티시에, 아니 두번째 파티시에가 된 사람이 약사 출신이라는 것도 흥미로웠고, 오래전 약국들은 약국내에 연구실을 두어 직접 제조한 약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비방이 있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드보브에갈레)

당시엔 드물게 드라이브를 즐겼던 백작 부인이 피부가 거칠어진것을 걱정하자 친구이자 최고의 약학,화학과 교수가 직접 그녀를 위해 봄므 오토모빌르라는 수분 로션을 개발해, 백작부인이 쓰는 그 화장품이 입소문을 타자, 백작부인이 나서서 1905년도에 차린 드따이으라는 화장품 가게도 인상깊었다. 프랑스 화장품이 유명한 브랜드가 많은 것은 잘 알고 있었으나 기업형이 아니면서 오래된 가게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드따이으의 이야기를 들으니 파리에 방문하게 되면 기념을 위해서라도 방문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많이 비쌀 것 같았지만) 뭐든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품에 익숙하다보니, 수백년 전 방식으로 이어 내려온 그 모든 것들이 마냥 신기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오래된 전통을 간직한, 그래서 거의 진국과도 같은 정수를 갖고 있는 상점을 방문한다는 것은 정말 가슴설레는 일이다. 파리를 여행하게 되면 짧은 일정이 되더라도 꼭 관광객들이 모두 다 갈만한 그런 곳만 순례하지 말고, 파리의 전통, 오래전 역사 속으로 우리를 데려가줄 그 상점 중 하나만이라도 꼭 들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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