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들리니?
일랑 브렌만 기획, 레나토 모리코니 그림 / 베틀북 / 2012년 2월
품절


이 책에는 글쓴이가 없고, 기획한 이와 그림그린이만 있다. 바로 글이 없는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크기도 엄청 이 큰 그림책, 크기 비교를 위해 핸드폰을 옆에 뒀는데, 사실 거의 스케치북만하다.

첫장을 넘기자 어릿광대가 왕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옛날에 가족오락관이라는 프로에서 귓속말로 이야기를 전달해서 맨 끝에 있는 사람이 맞추는 그런 릴레이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자라 그런지 갑자기 그 오락프로가 생각이 났다.

우선 글밥이 없이 대뜸 이 그림을 보니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아? 하고 되려 아이에게 물어보니 당황하는 눈치였다. 우리 아이는 지금 만 41개월, 신선한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엄마가 처음에 접근 방법이 좀 별로였던 것 같다. 이왕이면 좀더 쉽게,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이나 표정 등에 주목하면서 아이의 이야기를 끌어냈으면 좋았을텐데. 갑자기 그렇게 물으니 아이가 난감해하는 모습에 내가 다 미안해졌다.



그래서 엄마 생각엔 이랬을 것 같아. 하고 그때 그때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아이 귀에 대고 소곤대주니 그제서야 마음을 풀고 무척 좋아하였다. 사실 책 맨 표지의 험상궂은 아저씨를 보고 아이가 움찔 놀랬었는데. 하지만 이내 다음 페이지에 등장하는 어릿광대를 보고 슬며시 다가오며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해하였다. 그러면서 아이와 책 읽기가, 아니 책 보기가 시작되었다.



왕은 또 무어라 이야기를 했을까?

왕이 이야기를 전달한 사람은 투구를 쓴 기사였다. 아이 눈에는 중세 시대의 기사가 낯설고 이상하게 보이는 눈치였다.

"엄마, 이게 뭐야? 로보트예요? "

게다가 손은 장갑을 낀건지 어째선지 빨간 모습이 인상깊었다. 음, 사실 손이 빨간 것은 예전에 읽었던 아일랜드 명문 오닐가의 헤레몬의 붉은 손을 떠올리게 하였다. 아이에게 설명하기엔 좀 무서운 설명인지라 엄마 생각만하고 넘어갔지만 말이다. 그 다음에 연결된 잠수부에 대해서도 아이는 또 궁금해하였다.

오늘날의 옷에 비해 한없이 무겁고 갑갑해보이는 투구와 머리보호대, 음..그런데 잠수부가 맞을까?

등장인물들은 조금씩 관련을 가지며 그 다음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아이들이 잘 아는 빨간모자와 앵무새, 등 여러 동화의 주인공과 조연들이 섞여서 등장하는 것이었다.





아직 빨간 모자 이야기를 안 읽어주어서 우리 아이는 빨간 모자를 쓴 늑대와 소녀를 보고서도 별다른 감흥을 못 느꼈지만 엄마는 우선 너무나 반가웠다. 특히 그 익숙한 할머니를 보고, 과연 다음 장면에 누가 등장할까 두근거렸는데 짠 하고 등장한것이 바로 빨간 망토를 쓴 늑대. 아무 생각없는 나열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스토리를 창조해내는데 도움이 될만한 인물들의 등장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다시 우리 아이의 반응으로 돌아와서, 우리 아이가 이 책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앵무새가 등장해서이다.

커다란 책 어디 있어요? 하면서 아이가 갖고 있는 책 사이즈 중 가장 큰 이 책을 번쩍 번쩍 들고 다니면서 앵무새가 뭐라고 했냐고 자기에게 이야기해달란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엄마는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반응이 (사실 그동안은 아이와의 대화, 소통이 아닌 주로 일방적인 엄마 혼자의 책 읽기가 많았다. 물론 중간중간 아이가 계속 질문하고 엄마도 대답하고 그러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일방통행이 아닌 대화를 유도해야하는데, 엄마가 매끄럽게 시작을 못해서 그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돌아와 처음엔 이게 아닌데~ 했다가. 그래, 엄마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아이의 반응을 유도하자로 바뀌었다.

처음에 나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으려면 맨 뒤에 나온 설명을 읽어보고 참고했으면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책이 오자마자 읽어달라 조른 아이를 앞에두고 무작정, 넌 무슨 말을 할 것 같아? 어떤 장면 같아? 하고 물어보니 41개월 우리 아들 막막했을 수 밖에..

이젠 등장인물들의 옷차림, 표정, 그리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숨겨진 이야기까지 은연중에 들려주면서 아이의 상상력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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