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잘 먹는 채소반찬
채남수 지음 / 미디어윌 / 2012년 2월
절판


이유식 할때만 해도 이런 저런 채소와 고기를 같이 섞어서 만들어 먹이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잘 먹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유식이 특별히 맛이 있어 보이진 않았으니 ) 유아식을 시작하면서 이유식보다도 더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어른들 먹는 것과는 또 다르면서 이유식 이후의 레시피에 대해서는 당시만 해도 눈에 띄는 책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 유아식뿐 아니라 어린이 밥상까지 포함해 범위를 넓혀가다보니 어린 유아들을 위한 밥상은 몇가지 실려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아이가 커가면서 근래들어 괜찮은 유아식 레시피북들이 많이 나와 눈길이 가고 있다.

이 책은 6,7세 두 딸을 둔 저자의 육아를 하며 얻은 산 지식과도 같은 노하우가 담긴 레시피북이다. 우리 아이도 유아식을 하면서 고기와 생선 등에는 익숙해졌는데, 자꾸만 푸른잎 채소 등을 나뭇잎이라 부르며 먹지않겠다 거부해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다양한 채소는 물론이고, 콩류, 견과류, 당근 등의 대부분의 채소에 눈길을 주지 않아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채소를 먹여야 하는가가 늘 밥상머리에서 벌어지는 작은 전쟁과 같았다.



대부분은 양파, 당근, 배추 등의 채소를 잘게 다져 볶음밥, 주먹밥 등을 해주는 것으로 타협을 보곤 했는데, 볶음밥만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어떻게 하면 채소에 대한 아이의 거부반응 없이 두루두루 먹일 수 있는지 갑갑한 마음에 아이 편식에 대한 요리책을 따로 사서 읽은 적도 있었다. 그 책도 역시 유아에서부터 어린이에 이르는 밥상을 두루 다르고 있어서, 고추장, 김치 등의 매운 양념을 한 요리가 제법 많아 당장 우리 아이에게 해줄 반찬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6~7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요리책이다보니 다섯살 우리 아이 밥상을 차려주기에도 간이 세보이지 않는 요리가 많아 해줄만한 요리가 많아 보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채소 먹이기 전쟁을 끝내기 위한 책이었으므로 모든 요리가 채소를 숨겨 먹이거나 맛있게 즐기게 하는 다양한 탈바꿈 요리들이 선보인다. 채소 하나의 주제만으로도 아이밥상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 딸처럼 생 파프리카를 우걱우걱 씹어먹고, 데친 브로콜리를 송이째 아삭아삭 먹는 것까지는 아직 바라지도 않는다. 밥 밑에 살짝 깔아둔 채소를 발견하고 아이가 먹기를 거부하는 일만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사실 모든 채소를 다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콩나물, 시금치, 무, 버섯, 오이 등도 종류와 조리법에 따라 조금씩은 먹는다. 그럼에도 그 "나뭇잎"이라는 말에는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인지라 아이가 잘 먹는 채소반찬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메뉴가 바로 무치킨 커틀렛이었다. 돼지고기를 대신 써도 좋을 것 같았고, 퍽퍽한 닭가슴살 밑에 촉촉히 숨어 있는 무는 아이에게 무를 먹이기 위해 몰래몰래 밥밑에 깔아둘 필요없이 치킨 커틀렛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아이 입속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져 그 발상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소화시키기 부담스러운 튀김요리에 소화효소가 풍부한 무를 넣어 안심이에요.26p 라는 설명까지 덧붙여져서 말이다.

또 쇠고기 무국에 넣어서 부드러워진 무도 조금씩은 먹지만, 무로 잼을 만들거나 블루베리 푸딩을 만들 생각까지는 누가 했겠는가.

무잼은 말 그대로 궁금한 그 맛이 될 터였다.

시금치 또한 돈까스 속에 숨기기도 하고, 만두 속에 숨기기도 한다. 가장 놀라운 변신은 시금치 초코볼이었다.

찹쌀떡과 함께 들어있는 시금치는 초컬릿으로 가려져서 "유난히 초록색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맛있게 먹이는 좋은 방법이예요"38p 라는 말이 더욱 와닿았다. 요즘은 그래도 시금치 나물 조금씩은 먹지만 한때는 초록색 채소라면 모조리 나뭇잎 취급을 했던 우리 아들아니었던가. 시금치 뿐 아니라 다양한 채소를 응용해봄직한 좋은 메뉴였다. 아직 우리 아이는 초컬릿을 먹지 않아 당장은 실행 못해보는게 아쉬웠지만 말이다.



메뉴가 참으로 다양하다.

밥, 반찬 뿐 아니라 간식으로 쓰일 여러메뉴들이 다양하게 채소가 들어간 메뉴로 변신해 있었다.

저자는 단계적으로 아이의 채소를 숨기라고 조언한다.

1단계로 보이지 않게 꽁꽁 숨겨 조리하고, 2단계에서는 재료를 좀더 큼직하게 손질해서 눈에 익게 만드는 것이다. 1,2단계에 익숙해진 아이는 3단계로 가능한 최대한 영양소를 지킬 수 있는 데치기 요리로 마무리된다. 나물이나 샐러드로 먹을 수 있는 단계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물이라고 무조건 안먹는 것은 아니고, 콩나물무침, 시금치나물 등은 먹어주는 아이에게 채소를 무조건 싫어한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잘 안먹는 다른 종류의 채소들을 생각해보면 천천히 따라배우면 좋을 레시피들이 많았다

딱딱해서인지 아이들이 잘 안먹는 당근도 곱게 색깔을 내어 당근설기와 당근 양갱을 만들어 먹일수 있고, 웬일인지 아이가 절대로 안 먹는 콩의 경우에도 잘게 다져서 요리하면 눈에 안띄게 먹일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었다. 콩을 안 먹어요 하면서 걱정을 하니, 어머님께서 그럼 잘게 다져서 먹여보렴 이라고 하셨으나 다진 콩을 어떻게 응용해야할지 난감했는데 주먹밥, 콩떡꼬치, 콩핫도그,토마토 콩국수 등의 메뉴로 활용하면 고소한 느낌으로 아이도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외 시중에서 접하기 쉬운 여러 채소들이 등장하는데 절대 먹일 수 없을 것 같았던 미나리, 쑥갓,달래 등의 변신도 새로운 요리가 되었다.

가열해도 성분에 큰 차이가 없는 미나리는 즙을 내어 반죽에 섞어 미나리까르보나라를 만들고, 살짝 매운 맛이 있는 달래는 짜장면에 넣어 그 맛을 희석시키면서 아이들의 거부감도 없앨 수 있다. 아이아빠도 좋아하지 않는 쑥갓은 책 표지의 쑥갓 삼치 어묵볼로 새로이 탄생을 하여,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어묵, 엄마표 어묵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좀 귀찮기는 해도 홈메이드 어묵은 해볼만 할 것 같다. 워낙 아이가 어묵을 좋아하고 편히 즐겨서 가끔씩 해주는 편인데, 아무리 좋은 재료로 된 어묵을 고른다고 해도 여전히 남아있는 합성첨가물들이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해놓고서도 막상 부엌에 서면 해줄 요리가 떠오르지 않아 머릿속이 하얘지기 일쑤지만..

이번만큼은 이 책을 가장 손 가까이 닿는 곳에 두고 아이에게 채소로 다양한 반찬을 만들어먹이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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