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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 세계맛집 - 2천만이 검색한 세계음식 맛집 여행
이창용 지음 / 상상출판 / 2011년 12월
품절
서울에서 자취하며 직장생활을 할때, 심심하면 주로 검색해보는 것이 바로 맛집이었다. 지금처럼 블로그에 서평이든 뭐든 나만의 글을 쓰는 것도 아니었고, 블로그란 다만 검색후 필요한 정보를 비공개 등으로 스크랩해놓는 저장 창고와 같은 역할만 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내 눈높이 선에서 찾아가기 쉬운 동선 (직장이나 집에서 대중교통 타고 갈만한 곳들) 위주로 해서 맛집을 찾아다녔던 경험이 있다. 워낙 맛집(식당,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하게 포함)에 관심이 많다보니 친구들 뿐 아니라 직장 동료들 사이에도 소문이 나서, 결혼 후 지방으로 내려와야했을 적에 "맛집을 모두 두고 어찌 내려가시냐"는 이야기까지 (진담 반 농담반으로) 듣게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관심만 많았을뿐 많은 곳, 특별한 곳에 도전을 못해봤는데, 찾아갈만한 가까운 거리에 태국요리전문점이 있대서 똠양꿍과 파인애플 볶음밥을 시켜먹었던 기억이 난다. 확실히 낯선 맛이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똠양꿍의 깊은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니 베트남 쌀국수처럼 몇번 더 먹어봐야 적응될 것 같기도 하였다. 베트남 쌀국수도 처음 먹었을땐, 이게 뭐지? 하고 낯설어 했으나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팬이 되어서 쌀국수, 월남쌈 등도 선호하는 식당이 따로 생길 정도였다.
지방에 내려와 보니, 사람이 많아 맛집이 많이 몰린 서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맛집에 솔직히 좀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파스타 잘하는 곳만 해도 파는 곳은 많아도 정작 맛있게 하는곳은 많지 않아 결혼 후에는 직접 해먹는게 낫겠다 싶어 해먹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가끔 외식으로 먹는 맛있는 파스타가 몹시 그리워, 맛집을 찾아서라도 서울에 가고 싶은데 아이를 낳고, 아이가 어리니 교통지옥을 끔찍히 싫어하는 신랑을 두고 혼자서 서울에 갈 엄두가 도저히 나질 않아 못 가고 있는 신세였다. 그러면서 늘상 서울의 우후죽순 늘어나는 맛집들을 눈으로만 동경해왔는데, 거기에 마침표를 찍어줄 책을 한권 읽게 되었다.
서울속 세계맛집.
가끔 티브이에서도 서울 속 세계 맛집 탐방이라는 주제로 이태원, 동대문 거리 등을 소개해주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마린블루스>,< 마조앤 새디>로 유명한 정철연님도 아내분과 함께 이태원 맛집 탐방에 나서질 않았던가!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세계여행이라면서 말이다.
서울 살면서 이태원에 가보지 못한게 (웬지 무서운 느낌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맛집 경험의 세계를 너무나 많이 축소시킨 것 같아 아쉬웠다. 이 책은 네이버 파워블로거 잠든자유님이 출판사의 도움을 사양하고, 식당에 직접 내 돈내고 사먹은 솔직한 후기와 맛 품평 등을 담아낸 책이다. 작가라 했으면 홍보가 될 수 있으니 좀더 신경을 썼을테고, 그랬으면 다른 사람들이 가서 먹을때와 다른 퀄리티의 음식이 제공될 수 있으니 객관성이 떨어질텐데, 작가분의 세심한 배려로 보다 객관적인 후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치즈를 잔뜩 넣은 요리를 무척이나 즐기기에 대학로 근방 스페인전문 요리점 알바이신에서 작가분이 먹은 마르미 타코를 보고는 정말 군침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모양만 봐도 맛이 그려지는 듯 하다. 닭가슴살, 치즈, 토마토 등의 재료를 끓여낸 스튜 같은 음식이다. 치즈가 적당히 굳으면 잘 구워진 또띠아에 싸서 먹는다. 부드럽고 따뜻한 치즈와 고소한 또띠아의 궁합은 정말 끝내주는 맛이었다. 아, 스페인 사람들이 그렇게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 건 이러헤 맛있는 술과 음식 때문이었구나! 263p
물론 맛이란 개개인에 따라 무척이나 다른 것이다. 또한 기호도 다르다. 나만 해도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을 무척 즐기지만, 작가분이 책에서 너무나 칭찬한 양고기와 고수, 앤초비 등에는 아직 익숙해지지 못했다. 뭔가 이분은 진정한 맛의 세계를 터득한 고수 같은 느낌이 가득하다. 글 솜씨도 재미나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블로그를 검색해 들어가 이웃을 맺고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해외여행을 할때도 그 곳의 맛집을 (관광객 위주의 맛집이라고 해도 말이다.) 반드시 경험하고 오겠다는 일념으로 다녀오고, 국내 여행을 가서도 꼭 미리 맛집을 검색하고 가는 나로써는 서울의 수많은 세계 맛집만 찾아다녀도 항공권 굳히며 재미난 해외맛집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되겠구나 하며 기대감이 샘솟았다. 아이가 크고 나서라면, 자주 비행기를 타지는 못하더라도 기차 타고 서울에 올라가 세계맛집을 일부러 찾아갈 경험 정도는 그렇게 비싼 값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맛집만 이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못보고 지낸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서 매번 가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말고, 기왕이면 근처 맛집을 따로 찾아 간다면 누이좋고 매부 좋고가 아닐런지)
깊은 밤 홀로 책 속 음식 사진이 뚫어질새라 바라보다, 결국 너무 배가 고파져, 애꿎은 초코파이만 두봉 뜯어먹고 말았다.
이태원, 홍대, 동대문, 강남, 다문화거리, 그리고 기타로 분류된 지역까지 (전국구까지 언제 나서주심 안될까요? 그래도 세계맛집은 아무래도 서울에 다 몰려있는 것일까? ) 각각의 나라 이름이 따로 붙은 레스토랑들이 소개가 되었다. 허름해도 맛이 좋아 친구들과 편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즐기고 올만한 곳부터 데이트하기 좋게 분위기까지 적당한 곳 등등, 읽다보면 데이트와 관련된 이야기가 꽤 많이 흘러나온다. 작가분의 여자친구분이 부러워지기도 하였다. 이 특이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모두 다 맛보았단 말인가. 데이트를 해도 영화 보고 밥 먹고 차마시고, 매번 비슷한 패턴에 비슷한 레스토랑이 지겨워질 많은 연인들이 부러워졌을, 아니 싱글들은 더 배아팠을지 모를 그런 이야기들이 많았다. 처음 만난 그녀와의 에베레스트에서의 네팔 요리, 여자친구의 동대문 쇼핑을 아무 말 없이 따라다녔더니 메뉴판에도 없는 놀라운 요리를 대접받았던 동화반점의 팔보환자(싯가) 등등 말이다.
처음에는 식당에 들어간 사연이나 식당 명칭 혹은 메뉴 등에 대한 언급이 이어지고, 이후 직접 맛본 요리의 사진과 더불어 품평이 세밀히 소개가 되었다. 맨 끝에는 식당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메뉴 가격등이 언급되어 맛집 책이 바로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데 확실히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두루두루 작가분이 언급한 곳들을 모두 다 탐방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이제는 서울 시민도 아니니 그렇겐 힘들것 같고, 그래도 여긴 꼭 가보고 싶다 라는 곳들을 작가분의 추천 메뉴 등을 기억하며 인덱스를 붙이다보니,책에 거의 다 붙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서 단 한곳 뿐이라는 오스트리아 전문 음식점인 쉐프 마일리. 저자분이 최고로 맛있는 안심 스테이크를 먹어본 곳이라니, 기회가 닿는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우선 점찍어두었다. (이후로 점찍은 곳이 상당히 많아 다 소개하기도 어려울 판이다.)
책 속에 양고기 이야기가 꽤 많이 등장하는데, 초보자가 즐기기에는 알라딘이라는 곳이 좋고, 양꼬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동대문 양꼬치가 가히 가격대비로도 맛만으로도 최고로 느껴질 곳이라 하였다. 양고기를 거의 먹어보지 못했으나 처음에는 그 냄새에 적응하기가 힘들다는데 맛을 보면 다른 고기는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하니, 언제 맛있는 양고기에 한번 입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재미나고 눈으로도 즐거운 미식 여행이었다. 너무나 꼼꼼히 읽으면서도 재미있어서 다 읽어버린게 아쉬울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울 맛집들이니 당장 찾아갈 상황이 되는 서울 독자분들이 한층 부러워졌다.
항공권을 사지 않아도 되니 우선 가격 저항은 크게 떨어지면서도, 맛있는 세계 맛집을 서울에서 두루두루 접할 수 있어 여행서 못지 않게 실용적인 책이 될 듯 하다. 지방사람으로썬 여행가서나 먹어보게 될 맛이지만, 서울시민들은 데이트코스로, 혹은 새로운 외식 메뉴가 땡길때 챙겨보면 유익할 그런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