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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네 레시피 - 콩나물무침부터 갈비찜까지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내는 요리 비법
중앙M&B 편집부 엮음 / 중앙M&B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부터 눈독을 들였었다. 신랑도 보더니, 와, 정말 책 이름 잘 지었다. 하며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
외할머니, 엄마 모두 요리솜씨가 탁월하신 편이라 딸인 나도 요리를 잘하려니 하고들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요리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결혼 전에 열심히 해볼 생각도 안했고 자취할때도 몇번 실패를 거듭하고, 난 소질이 없나보다 하고 자책하며 지내기도 하였다. 상견례 자리에서도 아버지께서 제일 걱정하신게 "밥도 제대로 못하는 딸"을 시집보내 죄송하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막상 당사자인 나는 요리책 몇권 사면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을뿐.
직장 생활할때 새내기 주부였던 선배님들이 추천해준 요리책이 있었다. 그 책만 따라하면 어떤 초보라도 맛을 낼수있다고 하여, 나 또한 요리백과 이런건 사오지 않더라도 그 책한권은 필수로 사왔다. 그리고 한 일년 그 책의 이런 저런 레시피들을 다 따라하며 밥상을 채워나갔던 것 같다. 신랑도 라면이나 얻어먹을까 했던 마음이었다가 요리책을 보고 시늉을 낸 것이긴 하지만, 꽤 먹을만한 메뉴여서 놀랐다고 하였다. 웃긴 것은 밑반찬부터 차근차근 차려진 다소곳한 한식보다 식당에서 사먹을 것 같은 일품요리를 더 자주 상에 올렸다는 것이다. 하나만 만들면 되니, 어려워보여도 그런 요리에 더 도전을 하였다.

벌써 아이도 태어나 네살이 되었고, 처음의 열정만 생각하면 지금쯤 요리 베테랑에 올라있을 법한데 (정작 나는 잊고 살았는데 요리포스팅을 본 친구들이 해준 말이다.) 임신하고 입덧 핑계로, 또 육아 핑계로 자꾸 부엌 살림을 등한시하다보니 요리실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다만 요리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요리책만으로도 충분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양한 요리책에 욕심을 내고 찾아보며 뭔가 다른 요리가 없을까 찾아보는 잔머리는 늘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이 책. 친정엄마네 레시피. 사실 가장 닮고 싶은 건 나도 친정엄마의 손맛이건만. 엄마께 여쭤보면 친절하시긴 해도 뭐든 정확한 계량이 아닌 엄마의 짐작에 의한 계량이 많아 수치화하기가 힘들었다. 초보자다보니 그냥 내 입맛에 맞춰 간을 하면 신랑 입에는 좀 달게 되기도 하였고, 때로는 간을 맞추다가 정작 맛이 산으로 가기도 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엄마의 솜씨를 닮고 싶으면서도 계량화된 수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바래오던 찰나 이 책을 만났으니 제목만큼의 값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요즘 요리책들이 주제도 참 다양하고 내용도 풍성하니 잘 나온 책들이 많지만, 문제는 요리책의 본질은 바로 누구나 따라해도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완성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겉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소설이 아닌 이상 결과물인 요리의 맛이 훌륭하지 못하다면 요리책의 바른 효과를 보았다 할수가 없다. 예전 신혼때처럼 누군가가 그 책으로 요리를 해보니 정말 다 맛있더라 하고 입소문이 날 책은 사실 많지 않았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어떤 분의 글을 얼마전 읽었는데 이 책으로 요리를 하면 "우리 엄마도 아닌데, 우리 친정엄마가 내준 맛 그대로를 낼 수 있어서..너무 좋았다. 그래서 책 속 레시피를 자꾸만 더 따라하게 된다."라는 내용의 글을 읽게 되었다. 바로 내가 바라던 대목이었다. 다른 누군가의 입맛을 사로잡을 맛이 될 수 있다면 나 또한 따라해도 실패할 확률이 적었다.

책을 처음 읽으며 웃음을 터뜨렸던 대목이 바로 친정엄마 말씀처럼 ~~해라. 넣어라~ 하는 말투로 씌여있다는점이었다. 말투만 흉내내고 맛이 완성되지 않았으면 그저 유머로 끝날 문제였겠지만 엄마 말씀 따라 만든 요리처럼 맛이 나는 요리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메뉴는 우리가 만만하게 장 본 재료로 만드는 기본 반찬서부터 곰탕, 갈비찜 등 속 든든한 메뉴, 그리고 제철 반찬으로 즐길 수 있는 각종 무침류와 친정 김치로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들이 다양하게 소개가 되었다.
찜닭, 각종 파스타, 게살 스프 등의 메뉴는 만들어봤어도 내가 참 못만드는 것이 바로 달걀찜이었다. 할때마다 전자렌지로 해도 실패하고, 중탕을 해도 잘 안되고, 뚝배기를 태워먹을까봐 엄두도 나지 않았다. 가장 만만하게 만들 달걀찜의 문제는 바로 잘못 넣은 물 양이었다. 또 뚝배기 달걀찜을 할때 위는 덜 익고 아래를 태우는 문제에 대해서도 엄마는 차분하게 대답을 해준다. 엄마의 질문 코너에서는 멸치볶음이 딱딱할때, 장조림이 쉽게 상하거나 고기가 찢기지 않을때 등 궁금한 초보 주부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엄마의 답변이 실려있었다.

항상 엄마가 손질해주셔서 삶기까지 한 냉이를 받아와서 요리를 하곤 했는데, 막상 내가 직접 사서 다듬기부터 시작하려니 손질하는데만 거의 반나절이 걸렸던 것 같다. 무얼 만들어볼까 하다가 냉이조개 된장국을 끓여봤는데, 한번도 안 써본 뜨물도 받아서 쓰고 (그동안은 농약 핑계를 대며 뜨물도 안썼지만, 첫 뜨물은 버리고 그 다음뜨물부터 해서 책에 나온 그대로 따라만들어봤다.) 조금 귀찮더라도 내맘대로 중간과정 생략하지 않고 책에서 하라는 대로 그대로 만들었다. 그랬더니 국물이 흥건해 짤줄 알았던 국이 짜지도 않고 입에 잘 맞으면서 향기로운 냉이 향이 가득한 구수한 된장국이 완성되었다. 집에 있던 된장이 색이 진한 편이 아니라, 좀 흐여멀건하게 사진에 나오긴 했지만 맛은 참 훌륭했다.
다음엔 또 무얼 만들어먹을까? 색다르지는 않으나 기본 요리도 충실하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이기에 더욱 소중한 요리책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