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람을 뿌리는 자 ㅣ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평점 :

작년에 나온 베스트셀러 책 중 가장 읽고 싶었던 책이 <7년의 밤>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었다.
너무나 읽고 싶어해서, 결국은 두 권 다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둔 상태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신간이자 그 후속작인 바람을 뿌리는 자가 올해 새로 출간되었고, 두 권을 모두 읽어본 이웃님들의 평을 읽어봐도 바람을 뿌리는 자가 더욱 재미났다는 글을 접하자 더욱 바람을 뿌리는 자에 대한 기대감이 솟아났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아무런 정보없이, 그저 이 책이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그 한가지 정보만 접하고 책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웨덴의 밀레니엄을 읽을때와 비슷한 컬쳐 쇼크를 살짝 경험했다. 그때만큼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낯설지는 않았지만(베네스트룀, 블롬크비스트 등의 낯선 인명과 지명, 회사명 등 모든 것이 낯설다) 그래도 영미권이나 일본 등의 이름에 비해 독일식 이름도 살짝 낯설기는 하였다. 그 외에 또 특이사항이 바로 등장인물들이 무척이나 많이 한번에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었다. 밤늦게 책을 펼쳐들었다가 처음에는 너무 많은 낯선이들이 동시에 등장해 (거의 한컷에 네명 정도의 사람들이 새로 등장하는 것이 여러 장면씩 중첩이 된다.) 혼란스러웠는데, 아, 그래도 재미나다는데 끝까지 읽어보자 하고서 끈기있게 책을 잡고 있자 중반 이후부터는 정말 앞부분의 헷갈렸던 사람들이 한번에 싹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면서 슥슥 자리배치를 하며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져나갔다.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역량이란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발명가들 뿐 아니라 소설가들에게도 경외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하나의 소설을 쓴다는 것은 유용한 발명품 하나를 개발해내듯, 창조의 고통 끝에 나오는 결과물일테니 말이다. 그 결과물이 우리에게 어떤 만족감을 줄수있느냐에 따라 작가에게도 희비가 갈리는 것이겠지만 이 책은 결말까지 다 읽고 보면 확실히 재미난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다 이유가 있었어요. 제발..."
마음 속에 타오르던 마지막 희망의 불꽃은 그의 차가운 눈빛에 의해 무참히 꺼졌고, 그녀가 호숫가에 지어놓은 예쁜 집처럼 흰색 재만 남았다. 6p
몇달째 악몽을 꾸고 있는 누군지 모를 그녀의 이야기로부터 소설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풍력에너지 개발 회사 윈드프로의 야간경비원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고, 휴가 갔던 피아 형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긴급히 불려오게 되었다. 상사 보덴슈타인과 함께 이 일을 파고드는 와중에 풍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던 또다른 사람이 살해당하고, 두 건의 살해사건을 파헤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반장인 보덴슈타인까지 수시로 잠적하며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자 피아 형사 혼자 전전긍긍하며 사건 해결에 앞장서게 된다.
야간경비원의 죽음을 파고들다보니, 사장이 다녀간 흔적이 cctv에 찍혔고, 사장의 대꾸도 뭔가 수상쩍은 냄새를 풍겼다.
두번째 살인사건의 희생양이 된 히르트라이터는 자신의 땅이 엄청난 가격으로 오르자 세 자식들에게서 땅을 팔고 상속해달라는 시달림을 받는 중이었고, 죽기 직전 보덴슈타인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그 땅을 상속하기로 유언장을 바꾸어서 보덴슈타인 반장과 그 아버지까지 사건에 연루되는 복잡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또 봅시다! 타이센 씨. 바람을 뿌리는 자는 폭풍을 거두는 법입니다. 331p
제목 바람을 뿌리는 자에 대한 의문은 바로 이 대목에서 결정되었나 보다 싶었다.
사람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커지면 그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듯 하였다. 명목상으론 풍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는 회사와 생태계 보호를 위해 풍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한다는 건전한 취지를 지닌 시민단체의 대립으로 보였지만 파고들다보니, 그 취지라는 것이 인간의 증오에서부터 비롯된 복수의 마음 한가지였음이 추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차리려는 뒷통수를 강하게 때리는 이까지 등장한다.
이해할 수 없었던 초반의 많은 부분들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내려가다보면 정말 명쾌하게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남들과 거꾸로 이 책을 먼저 읽고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등장한다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후에 읽게 되긴 하였지만 그 책 역시 재미날거라는 기대에 마음 한켠이 든든해진다. 마치 재미난 만화 영화 상영을 앞두고 가슴설레던 어릴적 그 느낌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