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양윤옥 옮김,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2월
절판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책을 읽은 이후 에쿠니 가오리에게 흠뻑 빠져버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후 그녀의 책을 발견하면 기쁜 마음으로 읽고 있는 날 발견하곤 한다. 이상한 편견임에도 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으면 그 책이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라고 해도, 꼭 주인공이 여자여야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리곤 했다. 이 책도 앞부분을 읽으며 당연히 주인공이 그가 아닌 그녀인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그림과 함께 등장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나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작은새, 어느날 문득 그에게로 날아들어온 작은새의 존재에 그는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사실 예전에 같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한참을 살다가 날아간 작은 참새가 한마리 있었기에, 당연한듯 찾아와 동거를 하게 된 작은 새에 대해 낯설지 않은 감정이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동화같은 소설이 전개가 되는데, 예쁜 일러스트로 가득 채워져서 더욱 신선한 느낌이었고, 근래에 워낙 두꺼운 책만 읽다보니 얇은 동화가 마음 편하게 다가오기도 하였다. 어른을 위한 예쁜 동화같은 느낌이었달까?



몸길이는 약 10센티미터, 새하얗다. 부리와 쐐기풀처럼 야리야리한 다리만 짙은 핑크빛이었다.

"아이, 뭐야. 창문을 어중간하게 열어놓고." 7p



우선 작은 새가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어도 그도, 작은 새도 그 사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서부터 동화는 시작되는 듯 하다.

게다가 이 작은 새, 생수를 따라주려는 그에게 자신은 튼튼하다며 수돗물 조금이면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에게는 세심하고 적극적인 여자친구가 있다. 그녀가 작은새의 이야기를 듣더니 빵이 아닌 작은새에게 적합한 제대로 된 모이와 조개가루를 사다주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새를 키워본적이 없어서 빵 조각을 잘라줘도 괜찮지 않나 생각했던 나도 여자친구의 제대로 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수 배우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요 작은 새, 여자친구의 그런 친절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사료는 커녕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따로 있다며 럼주를 끼얹은 아이스크림으로 하루 끼니를 모두 채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피력한다.

당돌하면서도 귀여운 작은 새가 아닐 수 없다. 건강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인생을 살고 싶어요 외치는 그런 청춘 같다.

게다가 잠깐 잠깐 보이는 작은 새의 질투도 귀엽다 아니할 수 없다.

예전의 나와 확실히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남자친구인 주인공을 자꾸 독차지하려 하고, 데이트에도 자꾸 끼어들고, 어쩐지 얄미운 구석이 있는 작은 새를 여자친구에게 동화가 되어 생각해보면 질투가 생겨날 수도 있는 법이건만..

작품 해설을 맡은 가쿠타 미쓰요도 그런 질투의 감정으로 처음에 읽었다 하였건만..



엄마가 되어버려서인지 질투의 대상이라기보다 철부지 아이같은 작은새의 투정이 그저 귀여운 아이같이 느껴져 밉지 않게 보이는 것이다.

자신은 주인공의 여자친구를 질투하면서 막상 새초롬한 표정으로 다른 친구를 사귀고,그에게 알게 모르게 살짝 충격을 주기도 한다.

" 나는 너의 작은새지?"

진지한 얼굴이었다. 어쩔수 없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다행이다." 작은 새는 가슴이 그득하게 큰 한숨을 들이쉬더니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79p

누군가의 무엇이 된다는 것, 아주 소중한 감정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의미가 된다는 것, 그의 소유라는 이름이 붙어도 행복하다는 그런 감정이 든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작은 새의 그런 느낌이 그래서 나는 더 따숩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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