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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도시, 황홀한 디저트 - 아메리칸 제빵왕의 고군분투 파리 정착기
데이비드 리보비츠 지음, 권수연 옮김 / 톨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한국인으로써, 미국인의 프랑스 생활 적응기를 읽고 있으려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동질감을 느껴야한다면 미국인 쪽의 생활이 우리것과 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가 스스로 파리지앵이 되었다 느낀 순간은, 쓰레기 버리러 잠깐 나갔다 오기 위해 편한 추리닝을 벗어던지고 면도까지 마치고, 빳빳한 바지와 셔츠까지 챙겨입고, 나서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하였다. 아, 적응 안돼. 파리의 삶이란 그렇단말인가?
참으로 까탈스러운 나라가 아닐수 없다.
아직 못 가본 파리, 그곳에 대한 내 환상이 살짝 부숴질뻔 하기도 했다.
바나나도 껍질을 벗겨 접시에 담은 후 나이프와 포크로 먹어야 하고, 가게에 가서도 직원들에게 봉주르 하고 인사를 건네지 않으면 상대를 무시한 것으로 여겨져 싸늘한 냉대를 받기 일쑤다.
미국의 슈퍼가 스파 등 여러 시설을 갖춘 문화적 공간으로 진화해나가고 있는 동안, 그가 다닌 파리의 프랑프리의 이미지는 마치 루마니아 감옥의 그것과 흡사했다고 한다. 구강치료를 받기 싫은 것만큼이나 그곳에 발을 딛기가 싫었다는 저자의 설명.
저자는 어떤 사람일까?
미국의 유명한 셰 파니스라는 레스토랑에서 13년간 페이스트리 셰프로 일하며 빵과 디저트를 만들었다. 그 후 여러 요리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에 올리기도 했던 그였지만 사랑하는 배우자의 죽음 이후 크나큰 간극을 메우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그 변화란 바로 파리로 떠나 사는 것이었다.
도망치지말라는 친구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가 스스로 선택한 것은 도피가 아닌 변화였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과 철저히 다른 파리지앵들의 삶을 느끼며 때로는 그들의 까다로움과 일처리방식에 넌더리를 내기도 하지만, 파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있는 빵과 디저트들, 그리고 까칠한 파리지앵들에게서 그들만의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기에 그는 파리지앵으로써의 삶에 만족해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어쨌든 잇태리의 저자 박찬일, 라꼼마 셰프는 책 구석구석에 초컬릿칩처럼 박혀있는 너무도 완벽해서 나만 갖고 싶은 훌륭한 레시피는 보너스라고 말하였다. 프랑스풍 제빵, 멋진 디저트 등을 사실 아직 만들어본적이 없어서 저자가 사진 한장 없이 소개한 레시피들이 처음에 멀게 느껴졌는데, 전문가들의 눈에 너무나 완벽한 레시피라고 하니, 나도 제빵을 시작해보면 이 레시피를 활용해 멋진 요리를즐겨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또한 그가 다녀본 파리의 맛집들도 책 말미에 빼곡히 수록되어 있다. 블로그 생활을 즐긴다 하면서 자신의 블로그주소도 공개를 해놓아 관심있는 사람들은 직접 들어가 그의 삶의 이야기를 좀더 세세히 읽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행기건, 레시피북이건 워낙 많은 사진에 익숙했던 지라 사진 한장 없는 설명과 이야기가 아쉬움으로 자리잡았다. 허나 한국인 눈 뿐만 아니라 미국인 눈에도 여전히 낯선 파리지앵의 삶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책보다도 유쾌하게 잘 담아낸 책이 아닌가 싶었다.
그저 흉내만 내는 파리지앵의 삶이 아닌, 투덜대면서도 그들 가까이를 겪고 느낀 책이기에..
멋드러진 그들이 되기위해 어설피 시도하는 책이 아니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