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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명인 강순의의 계절 김치
강순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2월
맛있는 김치 한 그릇 있으면 밥 한그릇이 그냥 뚝딱이다. 아니, 한 그릇 더를 외치게 되기도 한다. 우리 엄마 세대만 해도 김치를 담가 먹을 줄 아시는 분이 대다수에 이르지 않나 싶다. 그런데 바로 우리 세대, 피자와 햄버거 등에 익숙한 우리 세대만 해도 김치를 담글때 옆에서 보조를 하거나, 어깨너머로 보기는 했어도 평생 내가 직접 담가 먹게 될까에 자신하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일년에 몇천포기 (도대체 감이 오질 않는다)의 배추를 절이고, 200여종이 넘는 김치와 130여 종의 장아찌를 담그며 나주 나씨의 종가의 맛을 지켜온 종부 강순의님의 글이 있다. 그렇게 많은 김치는 이름을 대라해도 못 댈정도인데, 직접 담그고 손님상을 치뤄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24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남편 얼굴을 일년에 한두번 볼까 말까하며 새벽 네시에 일어나 솜씨 좋은 시어머니와 시할머니에게 배운 솜씨로 오늘의 김치 명인이 되었다는 강순의님.
강순의님의 김치 솜씨는 우리나라의 요리연구가들도 배우고 싶어하는 솜씨이자 해외에서도 배우려고 찾아오는 그런 국보급 솜씨라 하였다. 예전에 즐겨보던 인간극장에도 나오셨다는데 요즘에 인간극장을 못 본지가 오래 되어서 (티브이 자체를 못 보고 살아서) 미처 티브이에서는 만나뵙지 못하였다.
그녀의 여문 손맛은 남편의 사업 실패로 그녀가 사회에 조금씩 발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어려운 형편에 부조대신 보냈던 폐백음식과 이바지 음식 솜씨에 그녀가 곁들여 보냈던 장인의 김치맛까지 더해져 입소문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맛을 함께 하는 신랑은 행복한 사람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자랐으나 엄마가 없이는 더 이상 그 맛을 보기 힘든 아들들은 불행하다란 말도 언급되었다. 정말 남편이 솜씨좋은 어머니 밑에 자란 며느리들은 그 입맛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국보급 솜씨를 지닌 그녀의 아들들이라면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겠다. 나 또한 다른 것은 요리책을 보고 흉내를 내겠지만 김치 만큼은 어머님들의 영역 같아서 도저히 엄두를 못내고 있다. 하지만 워낙 먹거리에 장난을 많이 치는 세상이다보니 사먹는 김치는 못 믿겠고, 지금처럼 어머님들의 양가 김치 맛을 평생 보며 살 수는 없기에 언젠가는 내가 김치를 손수 담가야겠지 하는 막연한 불안함이 생겨 좋아하는 레시피북으로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 중 우리나라 최고 요리사들도 부러워하는 솜씨를 지녔다는 강순의님의 요리 비결이 나왔다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시사철 참으로 풍성한 김치 반찬이 나온다.
보기만 해도 뜨끈뜨끈 흰밥을 곁들여 쭉 찢어 한입 턱 먹고 싶은 그런 맛깔스러운 김치들, 사진을 보자마자 입에 침부터 고였다.
레시피에 앞어서 명인이 되기까지의 고된 인생이야기와 더불어 양념과 재료 고르는 법 등이 소개되었다.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데 정성스럽게 고른 좋은 재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래 보관해야하는 김장김치에 새우젓이 아닌 생새우를 넣어야 김치 맛이 개운하면서도 시원하다는 것은 처음 배운 사실이었다.
요리레시피북에 최종 완성 사진뿐 아니라 중간중간 요리과정 샷이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어야 초보자들에게는 더욱 도움이 된다. 재료와 양념 등은 기본이고 요리과정도 작은 사진으로 수록이 되었다. 종부의 노하우는 레시피 밑에 따로 수록이 되어 기억하기 쉽게 해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어찌나 많은지 요리마다 종부의 이야기가 더해져 봄동 겉절이의 경우, 펼쳐진 모양으로 자라 떡배추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봄동의 설명서부터 맛있는 요리에 얽힌 집안 풍경등의 이야기가 살갑게 더해진다. 말 그대로 스토리가 있는 레시피북이 완성되었다.
시금치와 콜라비 등으로도 김치를 담고, 미나리 물김치는 보기만 해도 시원해보인다. 미나리에 있을 거머리를 제거하기 위해 한시간 정도 놋수저와 함께 담가두면안심이 된다고 한다.
익숙한 김치들도 많이 선보이고, 가지 김치 등 예상치 못한 재료로 만드는 김치도 색달랐다. 몸을 차갑게 만드는 가지는 여름에 더욱 어울리는 채소라 한다. 색이 짙고 생기가 있어보이는 것을 골라 소금물에 살짝만 절여 세우서 절이는 것이 포인트.
노하우를 이렇게 집에서 앉아 배우다보니, 40년 손끝에 김치물을 들여가며 하루종일 종종 걸음으로 배운 종부에게 죄송한 마음마저 들었다.
봄, 여름, 가을 , 겨울 사 계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계절김치를 배우고 나서는 종가 음식 소개가 이어진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달걀찜 등의 기본 반찬서부터 멸치 고추장 무침, 잡채, 애호박 들깨탕등이 이어진다. 정월 대보름에 해먹으면 좋을 나물 14가지가 소개가 되고, 자연을 담근 140여가지의 장아찌 중 계절에 알맞는 장아찌 몇십종이 소개가 되었다.
언젠가 울릉도의 명물이라는 명이나물 장아찌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참으로 맛이 좋았다.
친정 엄마께서도 도대체 이런건 어떻게 만들까 궁금해하셨는데 그 명이나물 장아찌도 레시피가 소개되어 엄마께도 알려드리고픈 소중한 레시피였다. 나같은 초보 주부뿐 아니라 수십년 노하우를 간직한 베테랑 주부들조차도 이 책에는 미처 안해본 김치와 장아찌 등이 많아 따라해보고픈 요리가 많을 소중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의 김치를 하나하나 따라하다보면, 초보자 맞냐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다. 김치 하나만으로 밥 한그릇 뚝딱하겠다는 고마운 이야기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그저 가까이 함으로써 든든해지는 고마운 노하우를 얻은 그런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