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리젬 명작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야센 기젤레프 그림, 조현진 옮김 / 리잼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다양한 버전으로 많이 세상에 나와 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존 테니얼의 삽화서부터 디즈니 특유의 만화 (내가 기억하는 것은 디즈니의 앨리스였다.) ,그리고 팀 버튼의 영화 앨리스까지.. 이번에 어른이 되어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릴적 디즈니 만화에서 본 파란 치마에 하얀 앞치마를 두른 노란색 긴머리 소녀가 아니라, 날카로운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앨리스가 등장하고, 공중에 떠다니는 물건 등의 무중력 상태가 그림에서 그대로 전해오는 신비한 삽화의 앨리스였다. 그림을 그리는데만 장장 6년이 걸렸다고 하니 더욱 주의깊게 그림을 보게 되었다. 사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좀 무섭지 않을까 싶은 표지였는데 아니나다를까, 아이보다는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그림이라 한다.

 

초등학교 입학전에 읽은 그림책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과는 참 격세지감이다. 요즘 아이들은 백일서부터 그림책을 보여주고 노출시키는데 우리 어릴적엔 그런 일이 많지 않았던 듯)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디즈니 만화로 된 그림동화 앨리스였다. 내용은 많이 생략된 간단한 그림책이었는데 그림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앨리스가 자기 눈물에 빠져 유리병 속에 들어가있는 장면 하나가 아직도 신비하게 기억에 새겨져있다.

 

이 책에서는 원작의 글의 느낌 그대로를 살려내었고, 그림 또한 새로운 기법,고무를 투명한 수채화 물감에 섞어 그려 불투명한 느낌을 살려주는 구아슈라는 공법으로 그림을 그려, 그만의 독특한 색감과 재질감의 그림을 완성해내었다. 아마 존 테일러 이후 수많은 삽화가들의 작품이 있어왔으나 존 테일러의 그림의 인상이 워낙 깊어 새로운 작가의 그림이 빛을 발할 기회가 없었기에 (원작을 넘어서는 후속작은 만들기 어렵다는 속설처럼) 더욱 고심을 해서 자신만의 앨리스를 완성해낸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정성이 깃든 그림이라 작품을 대하는 심정으로 보고 또 보게 되는 끌림이 있었다.

 

어릴적에 읽은 앨리스는 그냥 스토리 그 자체였다.

정말 말 그대로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버린 앨리스의 이야기였는데, 원작을 잘 살린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영미 문화권의 아이들에게는 더 재미났을 영단어 말장난 같은 유머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번역이 되면 그 뜻이 많이 무색해졌을테니.. 우리 어릴적에 그런 대화가 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기억나는건 왜 공작부인의 아기가 뭘로 변했냐, 무화과냐 돼지냐 묻는 체셔 고양이의 질문이었다. 무화과와 돼지가 어쨌다는 거지? 뜬금없이 등장한 무화과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무화과가 영어로 fig이고, 돼지는 pig이니 잘 못 알아들었으면 그렇게 물어볼만도 한가보다. 아뭏든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갖고 비슷하게 말장난하는 경우가 종종 등장한다. 이상한 나라의 여러 설정 뿐 아니라 놓치지 않았어야할 부분들이었는데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하고 읽으니 이런 내용이었구나 싶었다.

 

"우리는 바닷속 학교에 다녔어. 교장선생님은 연세가 많으셨어. 우린 그를 종종 민물거북 선생님이라고 불렀어."

"바다거북을 왜 민물거북이라고 불렀어요?"

앨리스가 물었다.

"우리를 가르치셨으니까 민물거북(tortoise)이라고 부른거야! 넌 정말 둔하구나!"(영어로 '우리를 가르쳤다(taught us)'와 '민물거북(tortoise)'는 발음이 비슷하다-옮긴이) 169.170p

 

어릴 적 이 장면은 왜 있는건가 싶었던 부분이 모자장수와 3월 토끼, 그리고 겨울잠 쥐의 다과회에 끼여든 부분이었는데, 특히나 맨 끝부분 찻주전자에 겨울잠쥐를 집어넣는 모자장수와 토끼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휘그당과 토리당을 상징한다는 모자장수와 토끼, 그리고 그 사이에 어정쩡 불편하게 끼어있던 겨울잠쥐는 바로 국민이라고 한다. 원작뿐 아니라 옮긴이의 말에 우리가 몰랐던 앨리스의 배경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을 주었다. -어른들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양 정당이 어떻고, 국민이 어떻고 이렇게 이해하며 복잡다단하게 책을 이해하려 들지만, 아이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저 재미날 뿐이고 (지금 읽으려니 어릴 적 읽던 재미보다는 더 난해하게 느껴졌다. 지금 백프로 이해를 다 해야만 읽을 수 있다 믿었던 그림책들이 아이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어릴적, 또 어른이 되어 읽은 앨리스의 차이를 인정하며 느끼게 되었다. 어른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은 충분히 다르고 받아들이는 감정도 다르다.) 그 재미를 진정 느끼기 위해서는 단어의 말장난까지 이해할 수있었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홍학과 고슴도치로 크리켓을 치고, 몸이 계속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말하는 토끼와 카드 여왕, 병정들을 만나보는 경험도 충분히 색달랐지만 말이다.

 

사실 이 책이 쓰여진 배경이 저자 루이스 캐럴이 같은 대학 총장의 어린 딸 앨리스를 위해 들려주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얼마전 다른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이었다. 어릴적에야 저자의 작품 서술 후기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바였고, 자신은 정작 아이가 없는데 어린 앨리스를 무척이나 예뻐하여 이렇게 길고도 긴 이상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주게 된 배경을 생각해보니 (옥스퍼드 대학강사였던 루이스 캐럴과 옥스퍼드 대학 총장딸인 앨리스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이 영국 옥스퍼드에 가서 앨리스를 떠올린다는 그런 이야기를 영국 여행서적에서 읽었다.)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좀더 언급이 되었다. 저자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아이를 갖지 않은 것은 옥스퍼드에서 장학금을 받을때의 조건이었다한다. 독신으로 살며 성직자가 될 것이라는 단서하에 집안의 장남이었던 그가 독신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으니 그 사랑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최고의 고전으로 다시 태어나기는 하였으나 한 사람의 소중한 인생을 위해서는 참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더 사달라 말할 것도 없이 그저 있는 책만큼만 읽었던 어린 시절이기에 또 지금처럼 검색이 원활히 이뤄지는 시기도 아니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후속편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나와있는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이 쓴 아류작도 아니고, 루이스 캐럴이 쓴 원작 후속편이라고 하니, 조만간 꼭 찾아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짬짬이 케이블 티브이로만 보았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제대로 찾아 처음부터 다시 보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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