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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2 - 성모 마리아의 저주
앤 포티어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줄리엣 1권을 읽고 나니, 2권에 대한 분분한 의견을 들었다. (아직 읽지 못한 2권이었기에 더욱 궁금해졌다.) 혹자는 1권의 로맨스가 더욱 절절했다고 하고, 혹자는 2권에서 성모와 관련된 스릴러 부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1권 말미에 로미오와 줄리에타의 만남이 예고되어있었기에 현대의 둘의 만남은 어떨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 2부였다. 사실 성모와 관련된 이야기 등이라 해서 처음에는 다른 소설 등에 엄청나게 언급되었던 성배 이야기가 또 진부하게 다뤄지진 않을까 살짝 걱정도 들었다.
그리고 2부를 읽으며 초반부터 놀라고 말았다.
작가가 사람 놀래키는 재주가 제법 있으신 분 같았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1권 못지않게 2권 또한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화가 나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을때 잠을 자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일어나면 바로 그 일이 다시 떠올라 찜찜한 것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그런데, 몹시 화가 나던 순간, 줄리엣 2권을 붙잡자마자 놀라운 속도로 책 속 줄리에타에게 빠져들어서 현실의 고민 같은 건 머릿속에서 그대로 삭제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책장을 덮으면 다시 떠오르기는 했으나 조금 더 희석된 느낌이랄까? 재미난 책은 현실의 고민 같은 걸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준다.
줄리에타가 과거에나 현재에나 쌍둥이였다는 설정, 그렇기때문에 줄리엣이 죽을 당시 직계 후손을 남기지 못했지만, 줄리엣의 여동생 자노차를 통해 직계 후손이 이어져올 수 있었다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늘 현실과 관련된 재미난 소설을 읽으면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하는 부분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현대의 로미오와 줄리에타, 그들의 혈통과, 또 과거의 선조와 똑같은 이름을 지닌 그들이 600년 이후에 또래로 재회하게 되기까지.. 정말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필연같은 그런 사실들.
여자 쌍둥이에게 줄리에타와 자노차라는 이름이 붙여져왔지만, 여자쪽 혈통이었기에 톨로메이 가문의 성씨를 따를 수는 없었다.
즉 쌍둥이는 여럿이었으나 이름이 줄리에타 톨로메이라는 그 옛날 줄리엣의 원조인 조상과 이름이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줄리에타의 엄마가 톨로메이 가문 교수와 결혼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조상이 같을) 아이들에게 줄리에타라는 이름도 붙일 수 있었고, 톨로메이라는 성까지 얻게 된 것이었다. 또한 로미오의 기적 역시 놀라웠다. 그렇게 현대에서 재회하게 된 그들이었다.
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을 염두에 두고 살았고, 자신은 진정한 사랑을 만난 적이 없었던 줄리에타. 쌍둥이인 자노차에 비해 오히려 외모와 자신감도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꼿꼿한 기분만은 살아있었던 그녀. 그녀가 이탈리아 시에나에 돌아와 엄마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그런 추적을 겪는 과정들이 1부에서 펼쳐졌다면, 2부에서는 성모마리아의 저주, 그리고 띠지의 광기의 줄리엣이라는 말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로미오의 죽음 이후 부모의 원수이자 연인의 원수인 살림베니 영주에게 강제결혼을 당해야했던 비련의 여주인공 줄리에타.
로미오처럼 잇따라 자살하고 싶었으나 그의 시신을 안전하게 묻어주고픈 욕망에 쉽게 목숨을 끊지도 못했던 그녀였다. 그리고 살림베니에 대한 그녀의 원한 또한 자신의 자살로 쉽게 묻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2부에 대해서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자칫 하다가는 그대로 스포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하고 외치고 싶은 것을 꾹 참아내는게 무척이나 힘들다. 아, 읽고 난 나만 이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게 아쉬울 정도로 말이다.
1부에서 초반에만 등장하고 잊혀진 듯 했던 자노차, 미국식 이름으로는 제니스인 쌍둥이 자매, 그리고 유난히 줄리에타에게 각별했던 집사 움베르토, 처음부터 의뭉스러운 호감을 노골적으로 전해온 수상한 살림베니가의 여인 에바 마리아,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2부에서 좀더 심도있게 다뤄진다. 물론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줄리에타와 로미오의 이야기를 근간으로 해서 말이다.
앤 포티어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순수 창작물인줄 알았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작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고, 두 가문의 아니 세 가문에 얽힌 비극을 현대적 서사를 통해 이렇게 황홀하게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그 글솜씨에 반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