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기와 뼈의 딸 1 -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4-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4
레이니 테일러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절판

<작품성과 상업성을 함께 갖춘 한 해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미국의 도서상인 내셔널 북 어워드(NBA) 최종 결선까지 올랐던 의 저자 레이니 테일러의 판타지 로맨스 소설. 출처: 네이버 책>
그녀는 프라하에 사는 17세의 예술학교 학생이었다. 다른쪽 삶에서는 그녀에게 가족과 가장 가까운 존재인, 인간이 아닌 생물의 심부름을 다니는 소녀다.
군청색 파란 머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 좀 눈에 띄긴 하지만, 완벽함을 자랑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갖고 있는 소녀 카루, 그녀가 모르는 외국어가 없을 정도로 온갖 언어 구사에 능통했고, 무술까지도 능한 소녀, 그녀의 삶은 친구들조차 파악하기 힘든 철저한 이중생활로 뒤덮여 있었다.
느긋하게 미소를 지으며 진실을 말하면 사람들은 그 말이 정말이란 걸 믿지 않고 그냥 넘어가곤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일일이 거짓말을 꾸며 내면서 그 내용을 기억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웠고, 그것이 마침내 카루의 일부가 됐다. 장난기 어린 미소에 터무니없이 기괴한 상상력을 지닌 소녀.
사실 터무니 없이 기괴한 것은 그녀의 상상력이 아니었다. 그녀의 파란 머리와 브림스톤과 이 모든 그녀의 삶이 터무니 없이 기괴할 뿐이었다.
그녀가 그리는 환상적인 그림, 브림스톤과 각종 키메라를 그린 그림과 그녀가 들려주는 사실과 같은 환상적인 스토리는 친구들로 하여금 그녀가 아주 출중한 상상력을 가진 친구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주었다. 어느 누구도 그녀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와 어울리는 사람이라곤 생각지 못했으니 말이다.
브림스톤의 허리 아래는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존재였다. 바래고 흐릿한 황금색 털로 뒤덮인 그의 허리와 엉덩이는 용맹스런 사자의 근육으로 물결치고 있었지만, 사자의 두툼한 발 대신 그의 발은 점점 줄어들어 맹금이나 도마뱀의 발처럼 불쾌한 발톱을 가진 발로 변했다.
부모가 누군지 아무런 기억조차 없이 아주 어릴 적인 아기때부터 브림스톤과 그 친구들에게서 길러졌다.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부터는 브림스톤의 심부름, 그들의 기지 밖에 있는 전세계의 이빨들을 수집해오는 그런 임무를 가끔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직접 갖고 오는 사냥꾼들도 있었지만 그녀가 나서서 구해와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카루는 그 쓰임새가 궁금했으나 브림스톤은 절대 알려주지 않았고 그녀가 자라고 나서부터는 브림스톤의 본거지를 떠나 따로 아파트에 살게 하여 그녀로 하여금 거리감과 외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너무나 완벽해보이는 외모의 남자가 검은 손바닥을 입구마다 찍고 다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입구란, 그녀가 브림스톤에게 갈때 또, 그녀의 세상으로 다시 나올때 통과하는 포털을 말했다. 포털을 통해 그녀는 어디로든 자유로이 갈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의지가 아닌 브림스톤의 의도대로 말이다. 자신이 원해서는 그를 찾을 수 없었고, 브림스톤이 부를때만 포털을 통해 그를 만나러 갈 수가 있었다.

첫눈에 카루를 보고, 자신도 모를 호기심에 휩싸인 아키바는 카루를 뒤쫓게 되고, 순식간에 그녀를 죽일 상황에 처했으나 그녀를 잠깐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살려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 또한 전력을 다해 도망쳐서 목숨을 부지했으나 아키바의 그녀에 대한 호기심은 감춰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밀을 간직한 아름다운 소녀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와 크게 다른 천사 아키바의 만남, 천사라기보다는 그는 전사에 가까웠고, 그것도 죽음의 전사와 같은 이미지를 강하게 풍겼다.
늘 선악의 구도는 명확한 것이었고, 대개 그 맡은 역할에 크게 위배되는 이도 없었다. 천사는 곧 선이라는 그 진리를 말이다. 소설에서는 카루의 시선을 빌어 그것을 살짝 비틀어놓았다. 천사만이 곧 진리이고 선일 수는 없을 수 있다는것을. 그들의 끝나지 않은 전쟁과 더불어 말이다.
뭔가 그녀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가끔 거울을 들여다보면 마치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친 것처럼 공허하고 낯설 때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그녀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란 의식이 들지 않을때가있었고, 심지어는 그녀의 그림자조차 낯설게 느껴졌다. 최근에는 문득 그 그림자가 자신의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재빨리 뒤를 돌아보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기도 했다.
이 책은 환타지 로맨스면서도 인간의 형상만으로 만나온 뱀파이어, 타락천사, 불사자 등의 타 소설들의 등장인물과는 전혀 다른 키메라라는 새로운 종족이 등장한다. 물론 키메라 또한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인간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천사건 요정이건 어떤 모습으로든 인간의 모습을 크게 왜곡하지 않는데 익숙했던 우리 시선에서는 여러 종족이 합성된 키메라의 낯선 모습이 적응이 안될 수도 있다. 소설속에서는 한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영화상으로는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졌다. 3부작중 아직 1부밖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벌써 유니버셜 픽처스와 영화화 계약을 완료했고, 작년 한해 미국내에서 수많은 돌풍을 일으킨 화제작이라고 하니 그 궁금증을 곧 영상으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2011 아마존 올해의 책 TOP 10, 2011 아마존 Teen Book 종합 1위, 2011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는 등의 기염을 토한 작품이라 이미 흥행성은 충분히 입증받지 않았나 싶다.
비슷비슷한 환타지가 아닌 전혀 새로운 세상을 재창조해낸 이야기인지라, 호기심이 더욱 가중되는 스토리이기도 했다. 천사와 악마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 소재는 식상할 것 같았으나 전개 방식은 새로운,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가는 방식이었던 연기와 뼈의 딸, 제목조차 처음에는 낯설어 의아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그 궁금증 또한 1부에서 해결이 되었다. 천사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는 함사스가 손에 문신처럼 새겨져있던 소녀 카루에 대한 비밀 또한 1부에 온전히 새겨져있었다. 올해 가을쯤 나올 예정이라는 2부(번역본도 그때 맞추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에서는 그들의 슬픈 사랑이 어떤 국면으로 펼쳐지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