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기차 - 2009년 라가치 상 뉴호라이즌(New Horizons Award) 부문 수상작 뜨인돌 그림책 29
사키 글, 알바 마리나 리베라 그림, 김미선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12월
절판


라가치상 수상작품으로 예전에 하인츠 야니쉬의 <다리>라는 그림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라가치상 수상작으로는 그래서 두번째 책을 읽게 된 셈이었네요. 두 권의 책 다, 제 예상을 뒤엎는 독특한 발상이 눈에 띄는 점이있다는게 또다른 공통점일거예요.


이야기 기차는 그림책 표지가 신선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기차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몇번이나 끼웠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기차의 느낌을 살려 놀았을 정도지요. 표지에서 이렇게 옆으로 책을 빼내면, 스르르 빠지는 구조로 되어 있거든요. 보통 그림책에 한번더 포장이 되어있는 겉표지나 띠지는 엄마는 꼭 끼워놓는데 아이는 빼서 휙~ 버려버리더라구요. 그런데 이야기 기차 표지는 아이 마음에 들었는지 항상 끼워놓고 좋아하더군요.


한 부인이 아이 셋을 데리고 기차에 탔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개구질때인지, 동석한 다른 손님은 아랑곳않고, 각자가 자랑하는 개인기(옆에서 보는 사람은 참아주기 힘들 정도로)를 자랑하며 부산을 떱니다. 아저씨는 아주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고 있구요. 아이들의 보호자인 부인은 조용히 시키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이야기 하나를 시작하지요. 착한 아이가 착했기때문에 목숨을 구한다라는 이야기였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도 아이들은 재미없어하고, 같이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가, 또다른 이야기를 꺼내 아이들을 매료시킵니다.

착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심하게 착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아이들은 또 착한 이야기야? 하며 지루해할뻔 하다가 심하게, 엄청나게라는 표현에 매료되어 아저씨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책을 보다보니, 이 착하다는 아이, 어디선가 본 것 같네요.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예쁜 모습을 닮은게 아니라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준 부인과 눈매며, 얼굴, 그리고 머리위 빨갛고 어색한 리본까지 똑 닮았습니다.



엄청나게 착해서 메달을 세개나 받은 소녀 베르타, 말 잘 듣는 상, 공부 잘 하는 상, 바른 생활 상 세개의 메달을 쩌렁쩌렁 걸고 다녀서 온 마을에 그녀를 모르는 이가 없었고 왕자님에게까지 초대를 받기에 이르지요.



착하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어려서부터 저도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담은 이야기, 그림책을 주로 읽고 자랐고,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으나 자라면서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 육아서에도 잘 나와있지요. 착하지? 우리 아들, 그러니까 네가 양보해야지. 하는 식으로 아이의 의견을 묵살하고, 착한 행동만 강요하는 것이 아이 교육에 바람직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특히나 아이가 얌전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성격이라고 더욱 그런 성격을 강요하면, 앞으로 자기 주장을 펼칠 위치와 나이가 되어도 절대 자기 주장 하나 마음껏 내세우지 못하고, 착한 아이 신드롬에 빠져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자라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착한 것을 강요하는 책이 옳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늘 들어왔어요 대부분의 그림책이 그런 책이 많구요. 특히 전래동화가 그렇지요.

그런데 이 책은 아이들 그림책이라는 느낌을 확 벗어난, 어른조차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아직 어린 우리 아들은 제대로 그 깊이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야기 기차에는 쏙 빠져들었는데 책 내용에는 끝까지 집중을 못했지요. 게다가 끝의 결말은 저도 들려주기 살짝 무서울 정도였어요. 아이가 겁이 좀 많은 편이라 그런 결말이라면 두려워할게 뻔했거든요. 되도록 발랄하게 후다닥 끝을 마무리하며 읽어주려고 했는데 좀더 자라서 현실과 이상을 확실히 구분하게 되면 겁을 덜 내고 읽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착하다는 것을 강요받기보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때 이 책이 와닿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그리고 그때는 진정 착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생각하고 물을 수 있는 아이가 되어 있겠지요. 통속적이고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아니라 신선하기도 했고, 그냥 와닿기보다 한번은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라 독특했던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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