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꽃미남 기둥서방 아이돌 스타에게 나쁜 벌레가 꼬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지금 가즈오가 맡은 일이다. 내가 무슨 모기향이냐. 제대로 된 젊은이가 할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130p

 

가즈오는 회사에서 후배의 억울한 일에 분통을 참지 못하고, 상사에게 덤벼들었다가 연예인 매니저라는 한직과도 같은 일을 맡게 되었다. 상대는 호시조노라는 꽃미남 스타 워처. 꽃미남 얼굴에 우아한 손짓(남자인 가즈오가 보기에 역할 정도로,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무척이나 잘 먹히는 매력적인? 동작인 모양이다)등으로 가즈오를 더욱 기겁하게 만든다. 그의 첫번째 임무가 호시조노가 어느 산장 홍보를 위해 참여하게 된 일정에 따라가는 것이었다. 외딴 산장에는 호시조노와 같은 유명한 사람들(여성을 고객 타깃으로 지목해서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사람들을 특히 모았다)이 모여들었다. 아카네라는 유명 방송작가와 그녀의 비서 아사코, UFO 신봉자 사가시마, 호시조노와 매니저 가즈오, 그리고 그들을 불러모은 사장 이시가와와 그의 비서 사이노, 정체를 알 수 없는 호들갑스러운 두 여성 유미와 미키코 그들이 모인 산장에서 의문의 살인이 발생하고, 때마침 눈사태가 일어나 산장에 고립되는 일이 발생했다.

 

가즈오는 호시조노의 외모와 행동만으로도 경멸감이 들었으나, 실은 호시조노가 억울하게 죽은 친구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한 행동임을 듣게 되자 그에 대한 사죄의 마음과 동시에 존경심이 들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는 몹시 총명한 사람이라, 살인 사건에 대한 탐정 수사를 시작하게 되고 가즈오는 그의 조수로 그를 열심히 조력하게 된다.

 

호시조노는 극히 평범한 말투로 이야기를 계속 했다. 영업용으로 쓰는 기둥서방의 얼굴 뒤에 엄청난 지성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듣고 있는 이쪽은 머리에서 김이 피어오를것같은데 저쪽은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391p

 

추리소설에서는 평범하게 보이는 사건의 설정, 고립된 눈 내리는 산장의 살인, 그리고 범인과 피해자 모두가 한곳에 모인 사람들 중 일부라는 점, 연쇄 살인 등의 설정에다가 정공법으로 펼쳐지는 소거법까지.. 흥미롭기는 했으나 누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호시조노가 조목조목 짚어 설명하는 부분 (아마 이 부분을 이해하는게 백미일듯)에서는 가즈오와 다른 여성들뿐 아니라 나까지 머리가 팽팽 돌 지경이었다.

 

소거법에 의하면, 어느 누구나 혐의를 벗게 된다. 그러나 그 중 반드시 범인은 있다. 탐정 호시조노의 말을 따라가며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다가 숨이 턱 막힐뻔했다. 헉, 그런 거였어? 그랬는데 놀라운 반전이 다시금 뒤따랐다.

 

단락별로 짤막하게 언급되는 줄거리 요약과도 같은 부분이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독자들로 하여금 정공법으로 달려가는 소설도 이리 재미있을 수 있음을 다시 알게 해준다. 저자인 구라치 준은 냉장고가 텅빌때까지 책을 쓰지 않아서 17년 저자 생활동안 단 12편의 작품만 내놓았다고 한다. 별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결말부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알게 되는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닌, 상큼(?)한 시도의 반전이 눈에 띄었던 놀라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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