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아이밥상 -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 홍신애의
홍신애 지음 / 비타북스 / 2012년 1월
품절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가 소설에 붙는 최고의 찬사라면, 이 책대로 하면 정말 맛있다라는 표현은 레시피북에 붙는 최고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예쁘게 잘 만든 책보다 맛있게 잘 만들 수 있는 요리를 가르쳐주는 책이 주부들이 가장 희망하는 책이다. 요리법이 많고 다양한것도 중요하지만, 레시피대로 만들었을때 (하다못해 계량법까지 그대로 따라해도) 맛이 전혀 나오지 않으면 그게 잘 만든 요리책이 맞는가 의심이 가고, 이후로 그 책에 나온 새로운 요리를 해볼 엄두가 안나기도 한다. 어렵게 만든 요리가 실패작이 되면 그때의 기분은 참 씁쓸하기 때문이다.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큼 요리한 주부들을 뿌듯하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이 짧은 경우가 많다. 좀더 자라서 한참 잘 먹을 나이가 되면 뭘 먹어도 잘 먹어서 걱정없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조금씩 늘어나겠지만 이유식을 막 마친 유아를 둔 엄마들이면 대부분 야채를 안 먹는다던지, 드물게 고기를 안먹는다던지 아니면 아예 밥 자체를 거부한다던지 하는 편식이나 입짧은 아이의 식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런 주부 중 하나이다. 엄마가 고기를 좋아해 즐겨해줘서 그런지 고기는 잘 먹는데 어느순간부터인가 야채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나뭇잎이라 부르며 나뭇잎은 안먹겠다고 거부하곤 했는데 요즘 조금씩 노력을 해서인지 먹기 시작한 채소가 늘고 있다. 그래도 친구네 딸처럼 데친 브로콜리랑 생 파프리카도 와삭와삭 과자처럼 씹어먹었으면 좋겠고, 건강에 좋은 견과류와 콩 등도 잘 먹었으면 좋겠다고 갈수록 바램이 늘고 있다.


아이 요리책이 집에도 몇권 있는데 사실 손이 가는 요리책은 한정되어 있다. 요리 한두개 해보고 맛있는 레시피북을 골라 계속 그 레시피북만 참고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 요리라는게 한정적인 경우가 많아서 입 짧은 아이에게 맛있고 영양가 가득한 음식을 해먹이고 싶은 심정으로 아이 요리책을 사보고 서평단도 응모하고 그렇게 된다. 이 책의 경우에는 기존 평을 읽어보고 해보니 맛있었다란 이야기가 많아서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며칠전 쉽게 만드는 시금치 토장국의 경우에도 보통때처럼 멸치를 잔뜩 넣은 육수로 끓였다가 된장양이 문제였는지 멸치가 너무 많았는지 너무 짜서 아이도 신랑도 잘 먹지 않아 미안했던 때가 있었다. 이 책에도 마침 레시피가 나왔길래 만들려고 보니 만능육수, 해물 육수 등 저자가 소개하는 전용 홈메이드 육수가 따로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그냥 에이 내 맘대로 그냥 멸치 다시마 육수로 해야지 했는데 어제는 그래? 해물 육수부터 차근차근 그대로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도전해봤다.

마침 재료도 집에 다 있었다. 건새우가 부족해서 육수는 만들었지만 시금치 된장국에 추가로 못넣어서 그게 좀 아쉬웠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실 다른 책에도 홈메이드 육수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나오는데 정말 순전히 귀찮다는 이유 하나로 그냥 평소대로 멸치 다시마 육수만 밀고 나갔는데 며칠전 시금치 토장국을 실패한 전적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좀 제대로 맛을 내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맛이 나오는지도 사실 궁금했다.

해물육수라고 해서 모듬 해물을 넣어 우리는 줄 알았더니 멸치, 다시마, 건새우, 북어, 표고버섯, 무, 양파 등을 넣고 우리는 육수였다. 총 8리터의 생수가 필요했는데 냄비에 한번에 5리터가 못들어가고 4리터 간신히 들어가서, 재료 분량은 넣으란대로 넣었지만 물만 줄여진 상태로 끓였다. 끓이는 시간도 몇시간,이렇게 적혀있었으면 도전할 엄두가 안났겠지만 몇십분 내외로 오래 걸리는 시간이 아니었고 다 하고 나니 총 한시간 정도면 육수까지 완료할 수 있는 것 같아 부담이 덜했다. 나중에 2리터 정도의 생수를 더 추가했으니 책에서는 8리터, 나는 6리터의 생수, 총 세병의 생수를 부은 셈이다. 그리고 끓이면서 날아간 양, 국 끓이느라 4컵 사용한 것등을 제외하고 나니 식힌 육수를 병에 담으니 4리터가 못되게 양이 나왔다.

시금치 된장국은 짜지않고 달콤한 시금치 맛이 제대로 살아나면서도 은근한 맛이 참 좋았다. 육수 끓일때부터 신랑도 지켜봐서인지 유난히 더 맛있다고 말해주어 고마웠고, 입짧은 아가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무엇보다도 처음이 귀찮아 그렇지 해물 육수를 만들어두고 나니 금쪽같은 육수긴 해도 한동안은 이 육수로 다양한 국과 나물 등까지 책에 나온 여러 메뉴에 도전할 수 있어 더욱 기분이 뿌듯했다. 밑반찬 만들어놓고 행복해하는 주부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내친김에 양지머리를 사다가 만능육수도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맛을 내는 레시피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음식이라 약간 싱겁기는 해도 신랑 또한 짠 것보다 오히려 싱겁고 담백한 음식을 선호해서 아이 반찬 중에 어른도 먹을 만한 메뉴를 만들면 어른 반찬 아이반찬 따로 할 필요가 없어 좋을 듯 하다. 그래서 가끔 매운 반찬으로 신랑 입맛 살려줄때를 빼고는 아이 요리책을 즐겨보고 있다.

든든한 기본 육수로 다른 책에서는 많이 못봤던 감자 양배추국, 콩가루 꽃게탕 등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새우와 감자로 만드는 새우 감자전도 맛있어 보였다. 기본적인 국, 밥, 반찬, 일품 요리등서부터 많은 엄마들이 고민하는 편식하는 아이들을 위한 코너도 따로 있어서 눈길이 갔다.

버섯으로 잡채를 만들어주고 몸에 좋은 천연 재료를 넣어 색색이 고운 알록달록 수제비를 만들어 (모양도 쿠키커터로 찍으면 아이가 더욱 좋아하는 수제비가 될수있다고 한다) 먹는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나 수제비는 아이와 함께 만들어 더 맛있게 먹도록 하면 좋다고 하니 언제 아이와 색색 반죽을 해봐야겠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같이 반죽하고 요리를 즐길때 항상 아이에게 멀리 가있으라고 했던 무심했던 엄마는 반성을 하게 된다.

스파게티 하나를 먹어도 동물 모양 파스타로 먹어야 맛있다 하고 주먹밥도 별모양, 하트모양으로 해주면 더 좋아하는데 수제비도 이렇게귀여운 꼴모양 하트 모양으로 찍어주면 너무너무 좋아할것같았다.

메뉴가 참 다양하다. 아플때 먹는 죽, 보양식과 파티요리 ,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평소 먹는 요리서부터 외식할 때 즐길수 있는 요리등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귀찮아도 육수 하나 만들어두면 요리과정이 그만큼 단축되면서 맛내기도 쉽다는 것을 배웠다. 아이와 내일은 무슨 요리를 해먹을까? 당장 수제비부터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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