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똥꼬 까까똥꼬 시몽 5
스테파니 블레이크 글.그림, 김영신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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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그림책은 참으로 과감하다.

아기 똥꼬가 제목이라니.. 어떤 내용인지 제목만으로는 상상이 되질 않았다.

쫑긋한 두 귀에 망토를 두르고 복면까지 한 토끼가 아기 똥꼬라고 외치고 있다. 그게 뭐지? 아기 똥꼬가 토끼의 이름인가? 아니면 독자에게 하는 말인가? 뭐지? 표지 주인공의 모습은 슈퍼맨 같기도 하고, 쾌걸 조로 같기도 하다. 옮긴이는 이 그림책을 처음 보고 홀딱 반해서 한참을 노력한 끝에 7년만에 한국에서 발간하게 되었다며 행복해하였다.

시몽이 색색 블럭을 쌓아 아주아주아주 커다란 로켓을 만들어 차에 싣고 달리다가 그만 우당탕탕 커다란 로켓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버렸다.

네살난 우리 아들도 (새해 들어 다섯살이 되었지만 네살때부터 읽어주었으니) 블록으로 로켓만드는 것을 눈을 빛내며 보더니 책을 다 읽고 색색 레고 블럭을 모아 자기만의 로켓 삼매경에 빠지기도 하였다.

시몽이는 쉬이이이잇 하고 엄마에게 훈계를 들었다. 우리집에는 갓난아기가 있으니 조용히해야한다는 것이다.

"너희 집으로 가! 이 아기 똥꼬야." 아기 똥꼬는 시몽이가 동생을 부르는 말이었다.

아기긴 아기인데 뭔가 얄밉고 그래서 붙여놓은 별명이 아니었나 싶다. 아기 똥꼬가 온지 3일이나 되었는데도 갈생각을 안하자 시몽은 불안해졌다.



설마 평생 같이 살아야하는 건 아니겠지? 동생이 생긴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시몽이의 천진스러운 고민을 듣자니 정말 아이에게는 청천벽력같은 문제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혼자서도 재미나게 놀아도 아무도뭐라고 하지 않던 것을 아기가 생김으로써 많은 제약이 생겼을 것이다. 엄마 아빠도 늘 아기먼저 챙기기 시작할 것이고 말이다. 시몽이는 그 스트레스를 미리 짐작한 것일까? 뭔가 귀찮은 것을 예감하며 고민끝에 아빠에게 묻자 아빠는 동생이니 당연히 평생 같이 살거라고 답을 해주었다. 평생~



혼자서 잠을 자야하는 시몽이는 엄마 아빠와 뽀뽀와 포옹 후에도 잠이 오질 않았다. 불꺼진 밤 혼자 누워있으니 늑대들이 우글거리는 것 같고, 아니 같은게 아니라 시몽 생각에는 이미 수천마리 늑대들에게 둘러싸여버렸다. 다음페이지에는 수십만 마리의 늑대들이 시몽이를 잡아먹으러 왔다고 말을 한다. 눈이 말똥말똥. 그럴리야 없겠지만 시몽이는 심각하다.

우리 아이도 요즘 자꾸 공룡이 현관문 옆에 와있다면서 (공룡은 그림책에만 있다고, 절대 오지 않는다고 말을 해주어 잘 알고 있음에도 아이의 상상력은 늘 다시 고개를 들곤 한다.) 공룡때문에 자꾸 신경쓰인다고 한다. 나도 공룡은 없다고 하지만, 아이가 자꾸 그러니 공룡을 쫓아내는 시늉을 하기도 하고, 조금은 아이 장단에 맞춰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몽의 부모는 아마 너무 피곤했을 것이다. 나도 밤에는 졸려서 아이의 모든 장난을 다 받아주지 못하니 말이다. 시몽이는 결국 밤에 너무 무서워 잠이 들지 않는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가보니..



바로 아기 똥꼬였다.

그리고 시몽이는 동생을 지켜줘야겠다는 , 특히나 늑대들로부터 동생을 지켜야겠다는 아주아주 기특한 생각을 하였다.

한동안 적대적일 것 같던 시몽이와 아기똥꼬는 그렇게 화해(?)하였다.

그 모습이 참으로 예쁘고 감동적이었다.



우리 아이는 어떠한가.

조리원 동기들은 벌써 동생들을 보고, 그 동생들도 돌을 훌쩍 넘겨 잘 자랐건만, 우리 아이는 아직도 동생이 필요없다고 말한다.

호비를 끊은 이유가 호비 동생 하나가 2단계부터 등장하는 것을 보고 갑자기 싫다고 도리질하기 시작한게 원인이었으니 말 다한 것.

그래도 이 책은 재미나게 봐주었다. 로켓 만들기도 재미나고, 자기전 엄마 아빠와 뽀뽀하는 것도 좋고 아이가 좋아할만한 요소가 아주 많았다.



아기 똥꼬, 동생을 인정하기가 아직은 힘들겠지만, 아직은 엄마도 동생을 갖지 않았지만 언젠가 갖게 된다면 아이가 시몽이처럼 동생을 잘 받아들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조금씩 스며들기를..

선물로 들어있던 까까똥꼬 가방은 부직포로 되어있어서 보조가방으로 들고다니기 (물론 나는 낯부끄럽고, 아이가) 좋았는데 특히 아이 그림책이나 장난감 등 외출시 꼭 필요한 물건 들고다니기가 좋았다. 그래도 대문짝만한 똥꼬라는 단어를 보면 보는 사람마다 환하게 웃는다. 해피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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