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섯 인생 -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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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알라딘에서 갑자기 물만두님의 추모의 글이 올라오고, 수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을 보고 물만두님이 어떤 분이시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전부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고, 리뷰도 쓰기 시작했다. 여러 서점에 리뷰도 올렸지만 물만두님처럼 알라딘 서재에 리뷰 외 글도 열심히 올리면서 이웃들과 교감하지 못하고, 주로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만 사적인 글을 올리고, 이웃관리 소홀한 것은 여전했다. 그나마 네이버가 인터넷 서점보다는 나의 주무대였다는 것이 차이일뿐. 그래서 물만두님을 미처 몰랐다. 추리소설 마니아이자, 서평 쓰기의 달인이신 분, 그리고 25세부터 걸렸던 근육이 무력화되는 병으로 오로지 책만 친구삼아 지내셔야했다는 것까지도 말이다. 물만두님에 대한 추모의 글을 올리고 싶어도 그 분이 여성분인지 남성분인지도 몰랐고 전혀 아는바가 없어 낯선 글 몇마디만 남겨 죄송했는데, 이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분의 책 사랑과 힘들어도 밝게 살았던 가족의 단란한 이야기 등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분일지라도 물만두님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단 생각에 책에 감사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 복이라고 생각하고 다닐 수 있을 때 걸어다녀. "

..

내가 좋아했던 건 가끔 서점에 들러서 책을 산 다음 근처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 것. 정작 지금은 할 수 있는게 그리많지 않다. 그 전까지는 전혀 없던 여행 생각도 나고, 이때까지 한번도 해본적 없는 '친구랑 수다떨기'도 해보고 싶다.

 ..

아무때나 스윽 밖으로 나가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일상조차 없다는 것이 가끔 아쉬울 뿐이다. 누가 감히 앞날을 장담할 수 있으랴. 많이 할 수 있을때 하고 싶은걸 미루지 말고 하시길. 171p

 

책을 좋아하기에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어느 분, 특히나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지셨던 유명한 서평 달인님의 글을 읽고, 알게 되었다는 것이 뒤늦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누워서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게 된 물만두님께는 특별하고 어려운 일일 수 있는 사소한 모든 것들.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글이었다.

 

책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 더욱 공감하며 읽었는데 어느 기자의 이야기는 나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 물만두님의 병환을 알고, 인터뷰하자고 조르다가 물만두님이 자신의 병을 기삿거리화하기 싫어 회피하니 나중엔 욕까지 하면서 뭐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신의 기삿거리화하려는 그 심리, 게다가 상대방에게 잔인한 고통까지 가하는 그 심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또 만두님 서평을 도용하는것도 모자라 타 서점에서 자신이 알라딘 물만두인양 활동하면서 진짜 물만두님을 서평 도용으로 고발하고, 탈퇴시키고, 어쩌고 하는 어이없는 분의 글도 읽었다. 지금도 그런 일이 있으려나? 서평 도용 문제는 종종 발생해도 물만두님처럼 잘 알려진 분을 상대로 그런 사기행각을 벌인 사람이 있다는게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참, 눈뜨고 코베어 가는 세상이라더니..

 

나 또한 알라딘은 아닐지라도 서평을 쓰기 시작하며 책까페 등에 많이 가입하고, 다양한 이웃들을 알고 소통하기 시작했는데,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귀고 블로그에 신경쓰게 된것은 (앞서 말했듯이 미미한 정도지만 예전에는 내 블로그는 그저 여행 정보나 요리 정보들을 스크랩해서 나 혼자 보는 용도가 전부였다.) 내게는 정말 큰 변화이고 개혁과 같았다. 물만두님 역시 알라딘 서재(네이버 블로그와 같은)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을 한다. 인터넷이라는 세상에서는 물만두님도 얼마든지 자유로이 대화할 수 있고 (그래서 뒤에 다른 분들의 추모 글을 읽다보면 물만두님의 병환을 몰랐던 이들은 소소한 일상을 올리는 물만두님이 이해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건강한 몸이 될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사람들에게 정도 얻고, 즐겨찾기가 끊어졌을땐 상처도 받는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참으로 깊숙이 와 닿았다.

 

투병중이실때 쓴 이야기라 우울한 이야기 일색일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나하나 그분의 삶을 잊을만큼 너무나 재미나고 진솔하다. 본인이 물만두이기에 여동생은 만순이, 남동생은 만돌이로 부르며 삼남매와 부모님의 오손도손, 때로는 재미나게 티격태격하는 본인 말로도 코믹하다 할 정도로 재미난 가족사가 정말 가감없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아픈 딸 앞에서 아픈 언니, 누나 앞에서 가족들은 우울한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 물만두님을 위해서 그런것이겠지만 다들 오히려 더 건강한 사람보다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물만두님을 대하고, 농담도 서슴지 않고, 특히 먹을 것 앞에서 언니, 딸을 팔아 (아픈 만두님 거라면서 엄마가 호떡을 빼돌린다던지) 간식을 챙기는 만화같은 모습도 종종 그려진다. 가족 자체가 워낙에 유쾌한 분위기라 만두님도 버텨내실 수 있으셨던게 아닌가 싶다. 소중한 가족. 못됐다 투덜거리다가도 사실은 가장 아끼는 여동생 만순이와 놀리면서도 정이 담뿍 든 막내 동생 만돌이.

 

엄마의 사랑은 또 어떠한가.

어느 집이나 엄마의 사랑은 가없이 극진할 것이다만은 만두님네 어머니의 사랑은 더욱 눈물겹고 애틋하다. 만두님도 잘 알면서도 몸이 아프고 힘드니 짜증을 내고 만다. 제사 상을 홀로 차리다 데여서 아픈 팔에 딸이 의지해서 꽉 붙잡아도 아프다 티 안내고 속으로 삭히신 어머니, 밖에 못 나가보는딸을 위해 사진기를 들고 아파트 안 예쁜 꽃들을 골라골라 찍어오시는 어머니.

 

가족에 대한 사랑은 물만두님이 시트콤처럼 재미나게 풀어내는 일상 이야기 속에서 투덜대는 듯 하는 말투 속에서도 그 안에 담긴 한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표현되어 있었다. 울수만도 없고, 그냥 웃을수만도 없는 이야기들. 읽는 내내 행복했다. 책과 가족, 그리고 만두님의 어릴적 일상들 그 모든 이야기들을 읽으며 만두님을 아주 약간, 아주 약간이라도 이해하게 되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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