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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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책을 좋아해 종종 읽곤 했는데, 몇권을 읽다보니 대부분 환상적인 요소를 갖춘 로맨틱한 소설이 많았다. 작년 종이여자 이후로, 올해 또 새로운 신간 천사의 부름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비슷한 내용일지라도 읽어봐야지 했는데 마침 이북으로 나와 반가운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종이여자도 사실 환상적인 요소를 살짝 빗겨낸 시도가 새로웠는데(역시 이북으로 신나게 읽었다), 이번 소설은 중반까지 읽을 때만 해도 당연히 환상적인 요소가 등장하겠거니 했다가, 말랑말랑한 로맨틱 소설이 갑자기 스릴러로 바뀐 느낌이라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결말로 치달을수록 한꺼번에 베일이 벗겨지면서 놀라게 하는 것도 역시 기욤 뮈소다웠다.

 

작가가 책 소개차 몬트리올에 갔다가 낯선 이와 잠깐 핸드폰이 바뀐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 한다.

혼잡한 공항의 식당에서 에서 이혼한 아내가 맡고 있는 아이를 만나러 간 조나단과 약혼자와 함께 행복한 여행을 떠나려던 매들린이 자리를 향해 돌진하다가 부딪히고 말았다. 잠깐동안의 불쾌했던 그 만남으로 둘은 서로의 핸드폰이 바뀐 것을, 각자의 도시로 떠나 뒤늦게 알게 되었다.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는 매들린과 미국에서 작은 레스토랑 쉐프로 근무중인 조나단. 그 둘의 만남은 아주 평범한 듯 싶었으나 핸드폰 속에 담긴 비밀 (아니, 나는 고작 전화나 하고 가족 사진이나 좀 찍고 마는 그런 핸드폰에 둘다 너무 많은 비밀이 감춰져 있어서 놀라웠다. 물론 소설이니까 가능했겠지만)을 서로 엿보기 시작하면서 강한 자성에 끌리듯 비밀 속을 파고 드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천사의 부름이라는 제목이 사실 나를 좀 헷갈리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목차의 제목을 봐도 그랬다. 아, 그러니까 중반에 사후 세계를 경험하고 오는 이야기가 있을거라고 말이다. 제목이 철저히 나를 속인 것.

중반에 그 모호한 제목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운명을 일컬어 천사의 부름이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말이다.

사실 어느 모로 보나, 둘은 엮어질 수 없는 사이로 생각되었다. 다만 호기심에 이끌려 각자의 사연, 사건을 해결해주려 노력했을뿐, 각자에게는 너무나 사랑한,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주인공이 두 사람인게 초반부터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을 연인으로 엮어보려던 나의 생각은 에, 설마~ 하며 스리슬쩍 접혀들었는데, 쌍둥이 영혼이라는 말로 조금씩 진짜 인연인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줄 알았던 플로리스트, 소박한 쉐프 두 사람이었는데, 하나하나 진실이 밝혀지다 보니 놀라운 사실들이 (물론 극적인 효과를 위해 마련된 장치겠지만) 밝혀진다. 조나단은 과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스타 쉐프였고, 미모의 아내와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다가 아내의 외도로 갈라서게 되면서 때마침 그의 모든 것까지 잃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했다. 창의적인 레시피 개발도 더이상 할 수가 없었고 그저 평범한 요리나 하는 그런 날개꺾인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아버지로부터 플로리스트의 자질을 물려받았다던 매들린, 그녀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을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기도 했지만, 럭셔리한 파리지앤의 모습이었던 그녀의 과거는 경찰이었다. 그것도 잘 나가던 경감으로 말이다. 조나단 또한 첫 만남에서는 최고의 패션을 구가한 그녀가 평범한 차림에 다소 지친 모습으로 등장한 내추럴한 모습을 보고서는 매들린 경감을 느끼게 된다.

 

아내와의 이별 후 모든 걸 잃은 조나단에게 갑작스러운 관심이 생겨 예전의 날카로운 직감으로 그의 이야기를 파헤치기 시작하는 매들린과 갑작스레 경찰을 그만두고 전혀 새로운 직업인 플로리스트로 새로이 탄생한 매들린, 특히 그 눈빛에 알수없는 끌림을 받고 그녀의 비밀 파일들을 추적하기 시작하는 조나단. 인생을 완전히 뒤바뀌어 놓은 두 사람의 각각의 사건들에 공통 요소가 존재하리라는 것은 둘다 꿈에도, 아니 나조차도 꿈에도 알 수 없었다.

 

종이여자 이후 새로운 장르에 과감히 도전했다고 하는데, 사실 워낙 잔인한 스릴러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또 초반 설명했듯이 책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내 마음대로 환상적인 요소의 소설일거라 생각해서 스릴러라고는 꿈도 못 꾸고, 얼른 상황이 역전되겠거니만 했었다.) 나의 착각과 더불어, 무서운 느낌으로 읽지는 않았다. 중반에 중요 핵심인 앨리스라는 소녀의 잔인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아프긴 했어도 책 전체의 흐름을 장악한다는 생각은 못 했다. 착각이 불러온 결과리라, 곧 잘 해결될거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사후 세계가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고,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나 신비주의까지 가진 않아도 현실세계의 일로 있을 수 있는 그런 스토리로 구성이 되었다.

 

기욤 뮈소의 헐리우드영화같은 로맨틱 소설을 좋아하지만, 비슷한 구성에는 살짝 실망했다는 이웃분께도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살짝 차별화를 시도한 소설이니 말이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읽은 책이기도 하고, (기욤 뮈소의 책은 참으로 빨리 읽힌다. 가독성 최고) 워낙 많은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 약간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정말 영화와 같은 두 주인공이 핸드폰 하나로 인해 서로의 삶에 깊이 관여하게 되는 이야기는 찰나의 사건을 한권의 재미난 소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상상력의 대가 기욤 뮈소 다운 일이 아닐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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