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여행 - 네가 원한다면, 그곳이 어디든
박선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1년 11월
품절


희한하게도 대학 때 가장 친했던 친구들과 같은 해에 아기를 낳았다. 두 친구는 딸을 낳았고, 나는 아들을 낳았다. 그 중 한 친구와 우리도 아기 데리고 같이 여행을 가자, 당장은 힘들겠지만 좀더 아이가 크면 꼭 같이 가보자 이야길 했더니 일곱살 쯤 어떨까? 라는 구체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그 친구와 오랜 기간 룸메이트로 지냈고, 대학 졸업 후 같이 여행 자금을 마련한 후에 과감히 휴직하고, 유럽 여행을 다녀오자 약속을했었는데 직장 그만두기가 어려웠던 나때문에 친구 혼자서 계획대로 여행을 다녀왔었다. 아마 아이들과 함께라면 유럽까지는 못가겠지만 가까운 동남아 휴양지라도 꼭 다녀오자 약속하였다.


여기 일곱살 딸 아이와 단 둘이 여행을, 그것도 80일간의 세계 여행을 다녀온 엄마의 이야기가 있다. 여행을 떠나려고 자금도 준비하고 많은 준비를 했지만 막상 어린 딸과 단둘이 고생길 훤한 여행을 떠나려니 막막했다고 한다. 남편은 며칠 내 악몽에 시달렸고 말이다. 아이 학원비 아껴가면서, 또 자신이 열심히 적금부어 모은 돈을 들고, 원래 계획대로 최고의 세상경험을 위해 과감히 떠난 여행, 아이가 책을 보고 사막에도 여우가 산다고 하자, 사막이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여행계획을 짜는등, 아이에게 최대한 집중해서 여행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사실 어린 아이와의 여행은 수시로 한눈팔기를 좋아하고, 어른과 관심사가 다른 아이이기에 어른의 계획대로 여행을 진행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저자 또한 그런 경험을 했지만 동심의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에게서 많이 배우고,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 등을 배우는 등, 한참 어린 자기 딸이지만,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까지 가졌던 듯 싶다.


우선 여행기 자체가 무척 재미나고 흥미로웠다.

내가 아기엄마여서일까? 딸아이를 바라보는, 또 딸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은 원숙한 엄마의 모정이 물씬 느껴져 너무 좋았다. 저자 말대로 젊디젊은(?) 딸아이에 비해 급 저하되는 체력을 지닌데다 워낙 약골 체질인듯한 엄마는 나중에는 딸아이의 보호자 입장에서, 자신이 딸의 보호를 받는 느낌까지 받았단 이야기가 나온다. 손양, 유진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아마 이름이 손유진이 아닐까 싶은) 딸 아이는 사진 속에서 무척이나 밝게 빛난다. 영국, 터키, 이집트, 그리스, 독일 등의 나라를 현지 민박, 게스트하우스 등의 숙소에서 머물며 아이 덕에 더 많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아이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현지 아이들과 더 친해져서 금새 각 나라의 놀이터에 들어가 놀고, 현지인 친구들을 따라 외출까지 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기 힘든 그런 모습을 보였다. 저자는 아이와의 여행을 통해, 어린 아이와의 여행이 무의미하다고, 혹은 너무 무모한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아니라고, 아이가 얻는게 훨씬 많은 여행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나도 떠나고 싶지만, 우선 언어적인 문제가 걱정이다. 각 나라 언어까지는 아니라도 영어라도 좀 유창하게 말한다면, 어디를 가든 덜 불안할텐데 학창시절의 영어는 다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우선 몇번 걸러진 이후에 입 밖에 나오려니 머릿속이 아주 복잡하기만 하다. 저자의 딸 손양은 금새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친해지지만 특히나 이집트 열차에서는 객차담당직원에게 아랍어로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는 재치를 발휘해서,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한다. 모든 외국인이 영어로 물을뿐, 처음 온 아랍국에서 아랍어를 사용할줄은 몰랐다며 당신의 딸은 천재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한다.


영국에서 헤어짐이 아쉬운 정많은 피터팬 이모와 만나고 (숙소의 주인이었는데 손양과 헤어지며 눈물까지 글썽인다.), 터키에서는 유명한 동굴호텔에까지 가야하는 손양 모녀 일행이 차편이 막막해 발을 동동 구르자, 묵었던 호텔 주인이 우리 호텔 마스코트 손양이 간다며 아쉬운 마음에 직접 자기 차로 그 호텔까지 데려다 주기도 한다. 그들과의 이별이 무척이나 아쉬웠으리라. 만나는 곳마다 아이들과 천진난만하게 잘 어울리고, 저자 역시 사람들의 온정에 익숙해져서 너무 유창하게 영어를 구상하는 현지인에게는 오히려 거부감이 들정도로 현지인들에게 정을 품게 된다

모녀의 여정이 늘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이집트에서의 다양한 사기로 마음고생을 겪기도 하고, 그리스 아테네에서의 차가운 냉대에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집트 현지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못 배운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고, 아테네가 아닌 다른 그리스 마을에서는 여전히 따스함을 느끼며 아름다운 마을에 깊이 매료되기도 한다

남들이 다 가는 최고의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모녀가 다녀온 곳들은 마을의 결혼식이 열리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다거나, 골목골목이 마치 그림동화처럼 아름다운 그런 유럽 시골, 혹은 동네를 기웃거리게 된다거나 (특히 그리스의 파란 대문은, 두드려 보아요 라는 그림동화를 아이 어릴적 기억으로부터 되살려주기도 하였다.), 독일의 두달이나 이른 크리스마스 장식에 감탄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진을 잘 찍어 멋진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것도 부러웠고, 아이와의 힘들었지만 행복하고 보람있던 여정을 이렇게 책으로까지 낸 저자의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지금 그녀는 아이와의 다음 여행을 위해 또다시 회사에 다니며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아이와의 여행에 대해 찬반의 여러 의견이 존재함을 안다. 나도 어렵지 않을까? 라고 걱정은 들지만, 할 수 만 있다면 다녀오는 용기를 지닌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때론 저자 주변 지인들처럼, 어린 나이에 다녀와봤자, 뭐 기억이나 하겠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이의 추억 속에 꼭 명승지 하나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아이가 여행에서 얻은 총체적인 그 느낌을 저자가 중시하듯, 나 또한 그것이 중요하다 믿는다. 행복했던 기억, 그리고 고생스러움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자기 성찰과 성장, 그것이 저자가 얻고자 했던 아이와의 여행의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