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누들로드 - 국수따라 방방곡곡
김미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1년 12월
절판


면을 워낙 좋아해 칼국수서부터 서양의 스파게티까지 다양한 면들을 골고루 사랑한다. 빵과 국수 모두 좋아하는 것은 엄마의 식성을 참 많이 닮았나보다. 지금은 위가 안 좋으셔서, 건강을 생각해 소화가 잘 안되는 밀가루 음식을 잘 안 드시는게 안타깝지만, 엄마도 참으로 국수와 빵을 좋아하셨다. 아직 젊은 나는 그냥 입맛 당기는 대로 면을 먹고 즐기고 사랑하고 있다. 아침부터 라면을 먹어도 속 쓰린줄 모르겠고, 학창 시절에 방학때 서울에 남아있을 때에는 정말 나 편한대로 먹고 살았던 때가있어서 일주일 동안 쌀밥은 한끼만 먹고 주로 면식을 한 적도 있었다. 모 스파게티 전문점에는 연 이틀 연달아 가서 매니저가 내 얼굴을 외울 정도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찾아가는 맛집이 되고 싶었기에 맛집지도를 보고 우선 내가 사는 대전 지역부터 찾아보았다.

그리고 또 서울에서도 10년은 살았기에 서울에서 다녀온 곳들이 어디 있나 찾아보고, 전국의 국수 맛집들을 훑어보면서 어디어디 나왔는가, 못 가본데가 대부분이지만, 가본 곳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한겨레 21의 기자가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향토 국수를 취재한 탐방기를 연재했던 것을 살을 덧붙여 책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요즘 신문을 거의 못보고 살아서 (인터넷 신문도 따로 찾아 읽지는 않는다.) 연재된 글들이 책으로 나오는 것도 책 자체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국수 지도 이야기라서 더욱 반가워하며 읽었다.


강원도 올챙이 국수는 티브이에서 만드는 장면을 몇번이나 보고서,(구멍 숭숭 뚫린 바가지에 옥수수를 부어서 올챙이 모양 국수를 만드는 과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눈으로만 익숙한 요리였다. 옥수수로 만들었다니 고소하고 맛도 좋을 것 같았다. 어찌 된게 꽤 오래전부터 기억한 국수임에도 강원도에 몇번 못가봐 그런지 먹어본 기억이 없었다. 책에는 강원도의 별미로 소개하면서도 맛보다는 어려웠던 시절, 살기 위해 먹었던 강원도민들의 생활력을 높이 평가하는 맛으로 소개하였다.



춘천 막국수는 너무 좋아해서 막국수 먹으러 춘천에 놀러간적이 있을만큼 도시를 사랑하게 만든 국수요리였다. 닭갈비보다도 막국수 맛에 반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러 곳을 다녀서인지 책에 나온 여러 곳 중에서 샘밭과 명가를 가본 기억이 있을뿐, 어디가 더 맛있었는지는 정확히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왜 다른 도시에서는 이런 맛을 못내나 안타까워했었는데, 얼마전 대전에서도 비슷하게 잘하는 막국수집을 발견했기에 신랑에게 이게 막국수 먹으러는 춘천 일부러 안가겠네 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맛집 이야기가 서울과 경기도, 혹은 일부 관광지에 국한된것과 달리 이 책은 정말 전국 향토 국수 요리를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담아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지방에 살다보니, 서울까지 맛집을 찾아가기가 어려워 내 지역 맛집에 눈길이 가기도 하고, 여행을 갔을 적에 쉽게 찾아볼 국수 맛집 소개글이 있어 일석 이조의 느낌을 얻었다.


국수를 내는 국물도 면발도 지역별로 참으로 다양하다.

메밀과 칡, 밀가루, 옥수수, 도토리 다양한 재료로 면을 만들고, 국물도 동치미서부터 멸치육수, 사골 육수, 팥, 콩국, 사과, 기러기, 생선 등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하게 들어간다. 전 대통령이 좋아해서 유명해진 서울 소호정의 사골 칼국수가 있는가 하면 포구 앞 어부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던 까꾸네 모리국수처럼 얇은 서민의 주머니를 고려한 값싸고 맛있는 국수가 많이 소개된다.


각 지역별 향토 국수와 맛집을 소개하고, 각 장이 끝날때마다 국수와 관련된 또다른 재미난 이야기가 소개된다. 국수와 함께 먹는 요리, 집에서 해먹는 레시피, 국수 관련 유명인들과의 인터뷰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워낙 좋아하는 주제와 이야기인지라 (맛집, 요리, 여행 모두 내가 좋아하는 주제이고,특히나 좋아하는 국수를 소재로 하고 있어 글들이 그냥 그대로 눈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신이 나서 읽었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경우는 유명 냉면집 두 곳과 칼국수 집 한 곳이 소개되었는데, 솣골원냉면의 경우에는 평양에서 모란봉냉면집을 운영하던 1대 고 박내섭 옹이 내려와 대전에 정착해 차린 냉면집이라 했다. 물냉면을 워낙 좋아해서 이 곳에도 여러번 들렀었는데 닭육수가 제법 개운했던 기억이 있다. 신도칼국수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었는데 칼국수를 좋아하니 언제 꼭 일부러라도 찾아가고 싶었다. 시댁이 대흥동이라 대흥동 칼국수 골목 소개된 것이 반가웠다. 신랑과 시부모님께서 즐겨가시는 맛집이 따로 있어서 시댁에 가면 즐겨 들르곤 하는데 책에 나온 대로 재개발때문에 이전을 해서 지금은 아예 시댁에서 가까운 곳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네살인 아이와도 자주 들르는 곳이다.

서울의 무수한 맛집들은 또 어떠한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전국 팔도에서 몰려 살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어지간한 맛집들은 거의 총출동해있는 곳이 서울이다. 서울에 살때는 정말 맛집 탐방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내려와살다보니 그 점이 좀 아쉽기도 하다. 꽤 많은 곳들을 다녀본줄 알았는데 소개된맛집 중에서 내가 가본 맛집이 몇곳없어서 놀랍기도 했다. 아니면 그동안 맛집이 달라졌을수도 있고 말이다 내려온지 벌써 몇년이 훌쩍 지나버렸으니..

맛집 소개에 결코 빠지지 않는 국물이 떠먹어야할정도로 진한 진주회관의 콩국수, 완당이 부드럽고 입에 잘 감겼던 명동 교자 등이 반가웠다. 제주도에서 먹어본 고기국수와 부산 놀러가 먹어본 밀면도 책 본문에서 보고 반가웠고 말이다.



가본 맛집보다 못 가본 맛집, 못 먹어본 국수들이 더 많아 반가웠다. 앞으로 이만큼 더 가볼 곳, 맛볼 곳이 많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누들로드. 지도에 가본 곳 못 가본 곳 체크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