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리토모와 마법 지팡이 토토리토모 시리즈 1
조상미 글.그림 / 책나무 / 2011년 11월
절판


읽으면서 엄청 뜨끔했던 그림동화였다.



오늘도 엄마는

괴물로

변신했어.



우유를 흘렸을 뿐인데....

장난감을 조금 있다가 정리하려고 했을 뿐인데....

오늘도 사실 난 괴물로 변신했다.

식탁에 놓은 빈 유리컵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치웠어야했는데 아이가 유리컵 앞에 장난감을 만지려고 하다가 그만 유리잔을 깨뜨리고 말았다. 유리잔이 깨져서 속상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다칠새라 얼른 들어가라고 소리 지르며 화를 냈다. 아이는 모를 것이다. 아마도, 엄마는 엄마 귀찮게 해서, 혹은 비싼 유리잔을 깨트려서 내가 미운 것일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사실 아이가 (방에서, 유리잔을 깬 거실로) 나올까봐 꽥꽥 소리지르면서 마음 속으로도 나도 참 복잡한 심정이었다. 나도, 신랑도 어른이 되어서도 유리잔을 곧잘 깨뜨렸건만 왜 아이에게 그렇게 화를 내고 무섭게 다그쳤을까. 아직 세돌 지난 아이가 손이 좀 서툴렀을수도 있고, 어른도 하기 쉬운 실수를 다만 아이가 했을뿐인데 말이었다.



예전엔 아이에게 화내는 일이 참 드물었는데 요즘에는 조금만 언성이 높아져도 아이가 "엄마 화났어?" 를 묻곤했다. 어떤날은 하루에도 몇번씩 그 말을 들었다. 오늘은 내가 하도 무섭게 다그치니 화났냐고도 차마 못 물어 봤다.

그림책을 볼때마다 드는 죄책감이었지만 오늘의 내모습은 아마 최근중 최강이었을 것이다.

내가 봐도 무섭게 보인다.



아직 나보다 한참 체구도 작고 어린 아기인 우리 아들에게 엄마의 꽥꽥거리는 모습은 얼마나 무섭게 비춰졌을까

그래도 아이는 내가 좋다며 달려들고 안겨든다. 아직 어리고, 엄마뿐이니까..

아이가 좀더 자라면 엄마가 화나는 모습을 괴물로 느끼게 될까?

가슴아프게 느끼며 읽고 또 읽었다.



그림은 어린 아이가 그린 것 같으면서도 원색의 화려한 느낌이 아주 인상적이다. 우리 아이도 신기한듯 바라봤지만 다른 좀더 큰 아이들이 봐도 무척 좋아할것같다. 또 무척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아직 우리 아이는 엄마가 날 사랑하지 않는것 같다거나 돼지로 변하라거나 하는 주문을 외우지는 않는다. 아들 머릿속에 들어가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책속 아이는 엄마를 다양한 괴물로 변신시켜봤지만 그 괴물들도 하나같이 사실 귀여운 괴물들이 대부분이다.

통실통실 오동통한 돼지, 초롱초롱 기다란 기린, 퐁퐁퐁 알 낳는 여왕개미 등등, 아이들이 금새 따라하고 재미있어 하는의성어, 의태어가 한가득이란 점도 좋았다.

아이 생각이라 그런걸까? 엄마라 차마 더한 괴물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걸까?나름대로 최대한 무서운 괴물인 것 같기는 한데 그럼에도 따스하다. 아이도 그걸 느낀다.

나 또한 어릴적에 엄마한테 혼나면 속상하고 억울하기도 했던 그런 때가 왜 없었던가. 아직 아이의 마음이 남아있다 생각했는데 때때로 나는 그 기억을 잊어버리고 아이에게 어른의 시선에서 자꾸 꾸짖게 되곤 한다. 다시 아이를 공감하는 입장으로 돌아가야지 싶었던 동화였다.




다양한 그림을 보면서 글을 따라 내용을이해하는 것도 재미났지만..아이들의 심정이 되어 그들의 스토리셀링을 들어보는 방식도 새로운 이 책 읽는 방법이 될 거라 하였다.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항상 수동식으로 주어진대로만 이해를 했는데..사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곤 한다. 옆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다보면 이야기가 되건 안되건 뭐든 지어내서 이야길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엄마 바쁘다고 중간에 자르기도 했는데 이젠 좀 그러지 말고 아이의 상상력, 기억력이 증진되도록 한마디 한마디 다 받아주고 공감해주는 엄마가 되도록 조금 더 노력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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