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영웅들 김영사 모던&클래식
윌 듀런트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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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의도는 문명의 역사를 한정된 지면에 요약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에 의해 남겨진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고 그 예를 살펴보는 것이다. 79p

 

방대한 인류의 문명을 50여년에 걸쳐 11권의 문명 이야기 시리즈로 저술해내었던 윌 듀런트(퓰리처상 수상작가), 그 중에서도 정수들만 모아 압축해낸 책이 바로 이 책 <역사 속의 영웅들>이다. 이 책은 저자 사후에 발견된 원고로 만들어진 책으로, 듀런트가 작업을 마치고 자그마치 21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발견되었다고 한다.  

 

인류 문명사의 결정판이자,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경이로운 입문서로 평가받는 책이기에 평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호하던 나였지만 모두가 열광하는 이 책 만큼은 꼭 읽고 싶었다. 사실 또다른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는 그 두께에 압도되어 선물 받은 그대로 서재에 꽂아두었음에도 말이다. 이 책도 요약본이라고는 하나 워낙 11권이나 되는방대한 분량을 압축하다보니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도 다 담아내기가 아쉬웠을 것이다.

 

사실 글을 쓰고 줄이다 보면 요약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처음 썼던 내용을 늘이거나 줄인다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애초의 의도와 다르게 엇나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뛰어난 저자인 윌 듀런트와 나같은 초보자를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윌듀런트의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창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단행본으로 존중받을 만큼 가독성도 뛰어나고 내용 역시 풍부하다. 전혀 어렵지도 않고 요약본이라는 억지스러움도 느껴지지않는다. 역사서라는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나게 술술 잘 읽히는 훌륭한 책 한권이 내 앞에 놓여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천천히 여자에게서 사회적 특질을 배워 익혔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절, 절제, 협동, 공동체 활동 등과 같은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만드러진 자질이 미덕이 되었다. 내 생각엔 이것이 바로 문명의 시작이다. 즉 문명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다. 19p

 

역사 속의 영웅들이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건국이나 전쟁 영웅들로 채워진 그런 책이 아니었다. 수많은 성인, 정치가, 발명가, 과학자, 시인, 예술가, 음악가, 연인, 철학자 등등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윌 듀런트의 눈으로 바라본 영웅의 새로운 시각이었다. 문명을 이룩한 영웅은 비단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서양인들이 흔히 그리스 로마, 그리고 기독교에만 집착하는 것과 달리 그는 두루두루 동양 철학에까지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책에는 공자의 이야기와 이집트의 이크나톤 등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자건만, 서양인들에게는 낯선 위인일수도 있을진대 말이다.

 

  아테네 사람들은 너무 똑똑해서 선량해지기 어려웠다. 어떤 민족도 이보다 더 큰 상상력이나 혹은 더 생생한 혀를 가진 적이 없었다. 아테네 사람들은 공부를 많이 했기에 오히려 망설이는 태도를 참지 못했고, 정보가 풍부하고 지적인대화를 문명의 최고 스포츠처럼 우러러보았다. 123p

 

대부분의 역사가들이 딱딱한 저술이 마치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양 선호하는 것과 달리 윌 듀런트는 꽤 새롭고 신선한 방식으로 역사를 서술한다. 솔직하고도 쉽게 풀어내는 그의 방식이 그래서 더욱 깊이 와닿았는지 모른다. 어려운 용어로 꼬아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지식을 잘 전달할 수 있음을 그의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역사 속의 수많은 영웅들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우리에게 모나리자 등의 뛰어난 미술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였지만, 사실 그는 너무나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다양한 재능에 대한 이야기는 어려서 읽었던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이 책속에 있었다 라는 식의 책 속에서 얻게 된 지식이긴 했지만, 실제 윌 듀런트의 기술을 통해서도 좀더 신빙성있게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는 그를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우리 중에 누가 이토록 다양한 세계를 가진 남자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을까? 341p 그림으로도 유명한 그였지만 실제로 그는 5000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쓰기도 한 사람이었다. 단 한권도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양으로만 따지면 화가라기보다는 저술가에 가깝다했다. 저술까지 완벽했으면 더 놀라웠겠지만, 천재도 빈틈이 있는 법인지 1651년에야 출간된 그의 저서인 회화론은 현대의 편집을 거쳤는데도 이글은 여전히 배치가 보잘것없오 반복이 심해 조각들을 모아 느슨하게 붙여놓은 형태326p라 하였다. 예술가이며 사상가이기도 했던 레오나르도가 그를 고용했던 고용주에게는 위대한 기술자였다고 한다.발명가로 수많은 과학 장치를 개발하고 고안해내었다. 현대인들이 보기에도 놀라울 그런 많은 것들을 말이다.

이 모든 한계와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르네상스 그리고 아마도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풍요로운 사람'이었다. 그의 업적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원천으로부터 한 사람이 왔다는 것, 그가 인류의 가능성에 대해 우리의 믿음을 새롭게 해주었다는 사실에 경탄하게 된다.  342p   

 

책을 다 읽고 아쉬웠던 점이 원고가 완성되기 전에 저자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미완성의 원고로 남았다는 점이었다. 문명 이야기 전 11권 요약본이 아니라 7권까지의 요약으로 17세기 초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 그 이후를 알고 싶다면, 문명 이야기 전 권을 공들여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11권의 그 시작으로 윌 듀런트의 유작<역사 속의 영웅들> 을 읽음으로써 문명 이야기의 첫 발을 디딘 느낌이라 참으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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