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 아빠와 함께 천문학 여행
울리히 뵐크 지음, 전대호 옮김 / 봄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우여곡절끝에 읽게 된 책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재미난 책이라 그런지 이 책은 더욱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울리히 뵐크는 천문학자이자 소설가라는 안 어울릴것같은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자신의 여섯살난 초등학교 1학년 딸(한국나이론 아마 8살이 될 것이다. )과의 대화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실제 아이의 질문과 자신이 생각한 가상의 질문을 더해 만들어진 천문학 소설이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별과 하늘에 대한 무궁무진한 질문들 앞에 말문이 막히는 우리 부모들에게 참 좋은 그런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좀 난해할 설명들도 있어, 사실은 질문을 받는 부모들을 위한 설명이자 도움이될 소설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더 잘 맞을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며 아이가 했을, 혹은 앞으로 하게될지 모를 천진난만한 표현들과 질문들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깔깔 웃으니, 네살 난 우리 아들(저자의 딸과 비교하자면 세살일) 이 궁금해하며 묻는다. 엄마가 왜 웃는지 그림도 없는 글자 책을 읽으며 웃으니 신기했나보다

 

모든 별에 이름이 있어?

아니, 별들이 너무 많아서 이름을 다 지어 줄 수가 없어

내가 다 이름을 지어 줄거야. 짐 크노프, 퓡크트헨, 안톤, 타셴비어씨, 잠스, 루카스, 리지, 투투어 씨..

그들은 아이가 잠들기 전에 듣는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었다. 아이는 그들의 이름을 별들에 붙였다. 인류가 수천 년전부터 해온 것과 사실상 같은 행동이었다. 13p

 

아빠의 전공을 살려 이렇게 아이와 대화하는 것도 참으로 중요한 산 교육이 되겠다 싶었다.

사실 자기 전공을 제대로 아이들 교육에 투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잘 될 것 같아도 집에서는 평범한 엄마 아빠로 되돌아오는게 현실이 아니었나 싶은데 저자는 아이 이름을 슈텔라 (별)이라 붙이고 아이에게 망원경을 사주고 아이가 별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길 바랬다.

슈텔라뿐 아니더라도 나도 그렇고 내 주위 친구들도 그렇고 모두들 자기 아이 돌잡이때 아빠 직업과 관련된 물건 하나씩을 놓고 아이가 집기를 바랬다고 들었다. 청진기도 집고, 비행기도 집고, 마우스도 들고,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엄마 아빠의 뜻대로 집어들었다.

 

겨울부터 시작해 봄, 여름, 가을로 넘어가는 신기한 구성. 각 절기에 따른 별자리의 변화들이라던지 성탄절 일화에 나오는 반짝이는 별에 대한 저자 나름의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져 나오고, 별에 관한한 아이들과 일반인 모두가 궁금해할 여러 이야기들이 아이와의 편안한 대화처럼 흐른다. 딸 친구(나중에 보니 친구 딸이기도 했다.)슈텔라처럼 자기만의 별을 갖고(찾고) 싶다고 해서 망원경이 뭐가 좋겠냐고 딸 친구 엄마가 전화를 하자, 망원경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참 와닿았다. 나중에 내가 망원경을 사주게 된다면 꼭 참고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꼬마 숙녀들에게 자신의 별이 생겨서 자신에게 행운을 줄 수 있겠다는 그 믿음은 정말 저자 말대로 별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중요한 미끼가 되어 주었다.

 

아이는 자기 별을 찾아 매일 밤 열심히 별을 관찰하고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슈텔라는 태양계의 행성들을 모두 안다. 아이는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보았고 수성은 보지 못했으며 천왕성과 해왕성에 대해서는 내가 해준 이야기를 들었다. 156p

나는 어려서 망원경을 소유한 적이 없었고, 천체망원경을 보기 위해 천문대에 가본적도 없었다.

친구 하나는 취미로 별에 흠뻑 빠져 망원경도 사고, 동호회 사람들과 별 보는 모임을 꾸준히 가져왔다는데, 낭만적으로 들리긴 해도 자주 지방여행을 다녀야하는게 싱글일때의 내 생활패턴과 잘 맞지도 않았다. 매일매일 아주 빡빡한 일과로 짜여진 삶에서 틈을발견하기란 아주 어려웠기에..

덕분에 아주 얼마전 오빠가 데려다준 천문대가 내 최초의 천문대이자 천체망원경과의 만남을 가질 장소가 되었다. 자주 드라이브하던 곳이었어도 가볼생각을 못했다가 오빠가 조카 보여준다고 데려간 그곳에서 나도 끼어서 천체망원경으로 태양을 볼 수 있었다. 낮이었기에..

참 별과 먼 생활을 하며 살았다 싶었는데, 지구과학 등의 교과서에서나 배울 별의 여러 이야기를 슈텔라는 어려서부터 직접 눈으로 보고 산 지식을 전해듣고 자란다니 부러운 마음도 가득 들었다.

 

하지만 내가 계속 더 멀리 날아가면 어떻게 돼? 멀리, 더 멀리. 무한히 멀리 날아가면? 우주도 끝이 없어?

우주도 지구와 똑같을 가능성이 있어.. 우리가 계속 날아가도 영원히 수평선에 도달하지 못하고 우리가 어디에 가든 우주가 똑같은 모습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만일 그렇다면 계속해서 곧장 날아간 우리는 갑자기 추루발점으로 되돌아오겠지...만약에 우리가 그런 일을 경험한다면 우리는 우주의 모양에 대해서 무언가 알게 될거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주의 모양을 알아내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아. 하지만 우주가 끝나는 지점은 없다고 나는 확신해. 211p

 

나를 통과하는 시간은 내 몸과 마음에 몇 가지 흠집을 남긴다. 비록 나는 어느 정도의 성취에 기대어 아직까지는 그 흠집들을 무시하지만 말이다. 반면에 슈텔라를 통과하는 시간은 환상적인 솜씨를 발휘한다. 그 시간은 좋은 것들을 빚어내고 다듬고 아름답게 장식한다. 슈텔라를 더 성숙하고 지혜롭게 만든다. 239p

 

아버지의 딸에 대한 깊은 사랑,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된 그 첫 시작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 또한 내 어린 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주의 끝없는 깊이까지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 안에 있는 그 모든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채워짐을 느낀다. 물론 하루온종일 붙어있다보면 아이가 하는 별것 아닌 행동들에 하지마, 소리를 달고 말 안들을때는 화가 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전공분야가 아니라 유난히 어렵게 느껴질, 하지만 내 아이의 아름다운 꿈이 하늘, 그 우주 너머로 넓게 펼쳐지는 큰 바램을 갖고 있는 많은 부모들에게는 정말 살갑게 느껴질 그런 동화가 아니었나 싶다. 천문학을 소설로 읽기는 처음이었지만 부자연스러울것같던 그 조화가 제법 잘 어우러진 맛있는 요리로 완성되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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