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남들보다 조금 늦게 읽기 시작한 고구려.

미천왕 을불의 왕이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과 4백년간이나 낙랑에 빼앗겼던 고구려의 땅을 되찾는 이야기까지 참으로 가슴벅찬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역사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도 좋아하실만한 책이었는데 혼자서 이북으로 읽다보니 미처 빌려드릴 새 없이 독점을 하고 있다가 친정에 가서 이북으로 보여드리니 이북을 처음 보시는 아버지셨지만 문명의 이기에 감탄하시며 김진명의 고구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셨다. 얼른 읽고 아버지께도 기기 통째로 사용법과 함께 빌려드려야겠다 마음먹었다.

 

마음같아선 앉은 자리에서 고구려만 읽고 싶었는데 아기엄마도 나름 바쁜 사정이라는게 있는지라 시간을 쪼개어 읽다보니 한자리에서 다 못 읽는게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더욱 반가운 소식. 4편이 신간으로 나왔다니 이북이든 페이퍼북이든 얼른 새로 사봐야겠다는 마음이불끈..

 

고구려 3편은 1,2권의 재미를 압도하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대결을 하게 되리라 예상했던 모용외와의 치명적인 전투가 일어나지 않아 의아스러웠는데, 마무리의 원목중걸의 등장으로 보아 4권에서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낙랑과의 대결은 한치앞을 예상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 책의 진정한 재미는 낙랑을 치기 위해 10년을 기다리는 고구려 뿐 아니라 낙랑 또한 최비라는 인물과 손정, 문호 등 막강한 인물진의 포진으로 대륙 제패를 꿈꿀 정도로 가장 강력했던 시기였다는 점이 고구려의 승리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미천왕 을불이 더욱 돋보였던 점이 바로 그 점이었다. 왕의 손자로 태어나 치욕의 순간을 곱씹으면서 고생 끝에 다시 왕으로 재기를 하게 되었고, 제갈공명이 부럽지 않은 국상 창조리와 영웅문의 여걸 황용을 연상케 하는 뛰어난 지략가 주아영을 비롯해 고구려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수많은 장수들까지.. 을불이 고생으로 얻은 것은 정말 그 무엇과도 바꿀수없는 인재들이 아니었나 싶다.

 

창조리의 뛰어난 혜안도 놀라웠고 숙신 족장 아달휼의 충정도 놀라웠지만, 주아영의 놀라운 책략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하였다. 가상의 설정인지, 실제 왕후가 그런 지략가였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 "제살"이라는 무시무시한 카드를 꺼낼 줄이야 생각조차 못했다. 처음에는 좁은 소견에 왕의 또다른 여인이었던 소청을 눈엣가시처럼 여겨 제거하려는 뜻인가싶었는데 불운한 부녀의 희생과 백제 왕의 죽음으로 고구려는 낙랑으로부터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개인사가 아닌 왕이라는 위대한 자리는 사적인 감정 만으로는 용납될 수 없는 자리일것이다. 그렇지만 엄청난 주아영의 혜안은 남편인 미천왕마저도 질리게 할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아들을 낳고서야 그의 마음이 누그러졌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 서로를 죽고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위치긴 해도 그 사건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역사를 교과서 몇줄로만 배우기에는 아쉬움이 늘 많았다. 수많은 드라마 등으로 회자된 조선의 역사보다 오히려 삼국과 고려의 역사가 더 궁금할때가 많았다. 오래전 이야기라 남은 사료가 많지 않을 수 있겠지만, 중국과 일본 등 많은 나라의 날조와 왜곡으로 물든 우리네 조상들의 역사를 바로알고 싶을 때가 진정 많았다. 여기 오랜 세월 김진명이라는 소설가가 자료를 그러모아 다시금 우리 앞에 내놓은 소설, 고구려로 인해 나는 다시 잠들었던 위대한 영웅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구려의 위대한 용사들아! 이제 우리만 살아남아 젊디젊은 그대들을 떠나보내자니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구나. 지난 십여 년 세월, 그대들은 오로지 낙랑 수복을 위해 밤잠을 아끼고 새벽길을 밟았으니, 몸에서 흘린 땀은 내가 되고 강이 되어 흐르지 않았더냐! 이제 그대들이 흘린 피로 고구려는 한의 유철이 짓밟은 이 땅을 사백 년 만에 되찾앗으나 기쁨보다는 슬픔이, 웃음보다는 눈물이 나는 구나. ..나는 이제 다시는 저 중원 것들이 이 땅을 밟지 못하도록 다시는 요하의 후손이 한 조각 업신여김도 당하지 않도록 이 한몸을 바칠 것이다. 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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