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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ㅣ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11월
품절
책을 좋아하면서 더불어 하나 더 얻게 된 잇점이, 혼자 책을 읽을 때면 모르고 지나쳤을 좋은 책들을, 책까페 등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통해 놓치지 않고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책들 중에는 작가의 유명세때문에 작가이름만 보고도 열광하기도 하고, 그 전작이 뛰어나 열광하기도 하고, 혹은 나는 몰랐지만 외국에서 유명한 수상작품이라 읽을 가치와 재미가 있다고 해서 열광하기도 하는등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이다.
나는 오가와 요코 작가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작가의 이름을 듣고도, 처음 보는 작가라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까페의 사람들이 박사가사랑한 수식의 저자라며 흥분하는 모습에 제목만 들어봤을뿐, 영화도 소설도 보지 못했던 나는 큰 감흥이 없었다가, 사람들의 열기에 조금씩 동요되기 시작했다. 그래? 그 이름만으로도 그렇게 괜찮은 작품이라는 거야? 그렇게 시작한 이 책은 서서히 나를 젖어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을 다 덮은 지금 나는 올해의 명작 중 한 권으로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제목과 신간 소개글을 읽어도 전혀 감이 안 왔고, 게다가 체스는 전혀 문외한이라 어떻게 받아들일수있을지가 읽기전부터 고민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소 평범하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소개에 처음에는 좀 놀라기도 했고,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내 아이의 외로움의 감정이 내 안의 것인양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나 책 등을 접할때 작품성이 뛰어나다보면 상업적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작가의 세계에 빠져들지 못한 내게는 작가의 시도가 너무 난해하거나 무모해 보일때가 많았다. 어려워보여야 예술이라 굳게 믿는 사람들인양 그들을 멀리하기도 했다. 난 쉬운게 좋아라면서 말이다. 작품성이 뛰어난 글이라도 있는 그대로 와닿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 재미를 포기하고 자신만의 세계와 소수를 이해시키는 작고 높은 공간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단순한 상업적 재미로만 보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나같은 사람이 외면할정도로 재미없는 책도 아니다. 그게 참 오묘하고도 신기했다. 사실 난 평범을 벗어난 기이함을 사랑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심하게 뚱뚱하고, 너무 작고, 입술이 붙어 태어나고 등등 등장인물들의 특징은 영화나 이미지로 그려지기에 아름다울 소재는 아니었다. 작가가 집착한 주인공의 입술과 그 위의 털이라던지, 수영장에서 죽은 운전기사의 털이라던지 하는 부분은 자꾸 연상되면서 불편해지기도 했지만 그게 소설의 전부가 아닌지라 곧 소년이 말하고자 하는 체스의 세계로 빠져들수있었다.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게 하는 것.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 아름다운 시를 쓰는 체스의 명기사. 체스로 시를 쓰고, 우주를 논할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렇다고 하니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것이긴 해도 소년 리틀 알레힌의 불행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생애와 체스의 심연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평범한 시각에서 단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단숨에 읽었어도 너무 재미났을 이소설을..
생활을 하는 짬짬이 쪼개 읽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금방 집중해서 그 다음, 그 다음을 힘들이지 않고 바로바로 연결해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묘하게 따뜻해지기도 했다.
리틀 알레힌이 미라와 체스로 편지를 주고 받고, 그 아름다운 사랑앞에선 나도 모르게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감히 내가 뭐라고 단언짓기가 어렵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작품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받아들이기에 너무 거리감 있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었다. 어른들의 동화란 이런 것일까 싶게 만드는 이런 작가가 천재구나 싶게 만드는 작품이랄까. 표현력이 부족해 마음 속 감동을 제대로 옮겨담지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입술이 붙은채 태어난 아기가 있었다. 입을 가르고, 정강이 피부를 이식해 바로 입술을 만들어냈지만 그 이후 소년의 입술에는 정강이와 같은 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소년은 유독 말수가 적었고, 다른 아이들과 달리 독특한 자기만의 사고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그가 좋아한 것은 백화점 옥상에서 덩치가 커져 내려가지 못한채 평생을 보내야했던 코끼리 인디라와 너무나 좁은 벽 사이에 갇혀 죽은 소녀의 미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구로 삼고 대화한 것이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찾아간 버스 독신자 숙소에서 마스터를 만나 자신의 전생애와 연결짓고, 또 미라를 실존인물로 만나게 해준 체스를 만나게 되었다.
내 친구는 모두 아무데도 가지 않는 사람들뿐이었거든
한명은 움직이지 않는 버스에 살았어. 또 한명은 옥상에 살면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았고 그리고 또 한명은... 비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자기가 원한 것도 아닌데 다들 정신이 들어보니까 그렇게 돼 있었어. 그렇지만 아무도 빠져나가려고 버둥대지 않았어.
불평도 하지 않았고. 그런가, 나한테 주어진 곳은 여기인가. 하고 말없이 받아들이곤 거기에 몸을 두었어. 183p
자신에게 체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모두 가르쳐준 마스터가 늘어난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게 되자, 세상은 그의 시체를 존중하는 대신 기사화하면서 놀림감으로 삼았다. 소년은 그후 커진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갇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고 몸집이 커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다가 스스로 성장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체스의 인형안에 갇혀 스스로 체스의 운명이 된 어느 소년의 이야기인 것이다.
몸은 자랐지만 피터팬처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졌던 소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 있었다. 리틀 알레힌 인형의 소유주였던 노파 영양, '서두르지 마라 꼬마야.' 평생 그의 귀에 울리는 다정한 목소리를 남긴 마스터, 소년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딸을 잃고 헹주를 단 한번도 빨지않고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 소년의 할머니, 그리고 마음의 친구에서 현실의 친구로 다가온 놀라운 미라, 그가 진심으로 따랐으며 그녀 또한 소년을 진심으로 아꼈던 간호부장까지도..
안타까운 이야기면서도 체스로 쓰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사랑과 우주 이야기를 펼쳐보였던 리틀 알레힌의 기적, 이 책은 한동안 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그런 책이 되리라는 굳은 믿음이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