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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 - 내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한 순간들
명로진 지음 / 북스토리 / 2011년 11월
절판
김선아 주연의 모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때 서점가에도 버킷 리스트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 않았던 나로썬 처음에는 갑자기 웬 버킷 리스트? 했었는데 그 영향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 내가 꼭 해보고 싶은 목록 등을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게 된듯하다. 이 책은 죽음 전의 버킷리스트가 아닌, 내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아이와 함께 꼭 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들, 소중한 경험들에 대한 바램과 경험담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기전 저자분이 명로진님이었던데 우선 주목을 했다. 처음에 영화배우, 탤런트 등의 연예인으로 알았던 분이었는데, 아이가 재미있게 본 웅진 콩알 시리즈의 그림책 저자 분도 같은 명로진님이어서 놀랐고, 그 이후에 다시 찾아보니 작가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심을 알 수 있었다. 시작은 자신의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같이 해볼 목록을 정해보고 싶다는 것이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아이와 무엇을 할때 행복했는가' '아이와 무엇을 꼭 하고 싶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45가지의 이야기들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일회적인 것도 있고, 꾸준히 지켜나갈 것도 있다.
소설이나 수필 등의 문학을 좋아하는지라 육아서는 좀 딱딱하다 느껴졌는데 이 책은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어서 읽는데 지루하지도 않고, 부모로써, 또 미래의 좀더 자란 아이의 부모로써 참고할 만한 사항들이 많아 좋았다.
욕먹는 사람 변호하기, 함께 콘서트 가기, 외국어 같이 공부하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 해보기, 컴퓨터 게임 같이 하기, 실수한 것 위로해주기 등등 아이와 함께 해야할 일들은 참으로 많다. 많은 목록을 모아, 순위가 높은 것부터 올린 것이 아니어서 대다수가 공감할 이야기는 아닐 수 있겠지만, 한가정 한가정에서 소중하게 느꼈던 경험들을 기록한 것이라, 어느 것 하나 빼먹기 아쉬울 정도의 깊이가 느껴진다.
게임기를 원했던 아이가 엄마가 생일선물로 책을 사주자, (그것도 아이가 원한 책이 아닌 유명한 선생님 추천의 책이라면서 엄마 마음대로 고른 책) 아이는 그 책을 읽기가 너무 싫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엄마가 이모네에서 위인전 한 질을 얻어오자 아이들 표정이 안 좋아졌다. 두 가정 모두 아이들은 책 읽기, 그것도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책 읽기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이때 두 엄마가 보여준 것은 엄마가 같이 책을 읽는 것이었다. 강제로 읽으라고 하는 것보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이 쉽게 따라할 생각을 한다고 한다. 특히 위인전의 경우에는 막연히 같이 읽기보다 주제를 정해서, 위인들마다 한평생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가 무엇일까 아이들과 토론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엄마와 아이들 서로 경쟁적으로 위인전을 읽게 되었다고 하였다
샤이니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4학년의 딸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는 남편의 지적에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그때는 다 그렇지 뭐."
"뭘 다 그래요? 얼마나 한심하면 팬클럽을 쫓아다녀."
"당신을 뉴 키즈 온더 블록 왔을때 안 그랬어?"
엄마가 고등학교때 내한 공연을 했던 그들. 아아, 그 이름을 다시 듣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설레었다.
"그들은.. 하늘에서 온 존재였으니까요.." 91p
뉴키즈 온더블록의 방한을 기억하는 나도 엄마의 그런 갑작스러운 반응에 웃음이 터져나오고 말았다.20년이 지나고서도 여전히 소녀적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그 글의 엄마가 무척이나 부럽기도 했다. 결국 엄마는 아이와 함께 샤이니 콘서트에 가보기로 했고 그곳에서 샤이니의 진정한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아이를 공감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무조건 그들의 문화가 잘못되었다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세계가 아이들 성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는 어느 정도 너그러이 이해를 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는 그런 느낌을 받게 하였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가 아내만 집에 놔두고, 아들과 훌쩍 집을 떠나 여행을 즐기다 오기도 한다는 것이 책의 앞날개에도 소개되어 있었지만, 실제 그렇게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엄마 또한 절대 집밥을 해먹지 않고 영화도 여러편 보고, 매끼니 실컷 사먹으면서 자기만의 휴식의 시간을 충분히 즐겼다 한다. 물론 우리집 같으면야 세 식구 모두가 같이 여행갈 수있는 것을 더 좋아하겠지만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 싶었다. 어쨌거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는 절대 빠질 수없는 작가의 글이라 그런지, 네살 아이를 둔엄마로써도 많은 공감을 하며 읽게 된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아이와 추억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가져보는 것.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 막막하다면 이런 책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