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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마눌 감동도시락 : 도시락 편 ㅣ 궁극의 비법 시리즈 요리 4
최임선 (maNul) 지음 / 도미노북스 / 2010년 11월
절판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도시락을 예쁘게 싸는 문화가 많이 발달되어 있는 듯 하다. 예전에도 도시락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저자는 이 책과 같이 한국인이었지만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다거나 거주 경험이 있는 등 일본 도시락 문화를 어느 정도 경험한 사람들의 책인 경우가 많았다. 요즘 우리나라는 급식, 사내 식당 등이 체계가 잡혀 있어서 도시락을 쌀 기회가 많지 않다. 결혼 전 미술 등을 전공하고 살림에는 문외한이었던 저자가 결혼 후 일본에서 신랑과 생활하면서 혼자 학교에 갈때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기 시작하자 신랑도 도시락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된 마눌의 도시락 일기장, 이 책에는 보기에도 너무나 예쁜 그런 도시락 이야기가 사진과 레시피, 그리고 아내의 마음이 담겨 소개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는게 참 중요한데, 신혼때의 요리 열정을 잊고 자꾸 도태되고 있는 날 발견한다.
직장 다닐때도 선배님 한 분이 나도 신혼 1년간은 정말 열심히 요리했어. 뭐 지금은 그러기 힘들지만이라고 말씀하셨던게 생각나는데 지금의 내가 그러고 있다. 신혼이라고는 하지만, 마치 꽃 송이가 하나하나 피어나듯 도시락을 곱게 물들인 저자의 정성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먹기가 아까울 정도의 그 사랑에 남편분이 아주 으쓱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매일 끼니에 올릴 반찬만도 걱정이건만 이렇게 다양한 메뉴를 골고루 예쁘게 담아내는 정성을 보면, 전공인 미술을 잘 살려 도시락 담기에도 멋드러진 센스를 제대로 발휘한 듯 싶다. 예를 들어 덮밥의 경우에도 제육 볶음과 두부 부침 등을 반찬 통에 멋없이 담으면 평범한 도시락이 되어버리지만, 예쁜 도시락 통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정성껏 두부부침과 제육 볶음을 올리자 근사한 덮밥으로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서 도시락 싸고 담는 법을 배우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집밥을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도시락을 싸주고 싶기는 한데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멋스럽게 싼다는게 아침잠이 많은 내게는 참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또 다른 직원들이 도시락을 안 싸오는데 혼자서 도시락 밥을 먹는것도 불편하다며 색시 편을 들어준 신랑이 있어 도시락에 대한 부담을 덜기도 했지만 말이다. 사실 도시락을 만들게 될 가장 빠른 경우는 내년에 유치원에 들어가게 될 아이 도시락이 아닐까 싶다. 원에서 점심을 주지만, 가끔 아이가 소풍을 가거나 외부 시설에 놀러가게 되면 도시락을 싸가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그럴때 주로 김밥이나 작은 주먹밥 등을 예쁘게 싸 보내겠지만 우선 김밥을 잘 말지를 못하는 터라 예쁜 포장으로 눈속임을 해야하나, (아니면 닭튀김 등의 메뉴로 살짝 눈속임?) 고민이 되기도 한다. 뭐 김밥도 말다보면 솜씨가 늘겠지만 아직은 배가 잘 터지는 김밥이다.
어렸을 적에 도시락을 싸서 학교를 다녔던 터라, 멋스러운 도시락 보다는 하루 두끼의 도시락을 싸주시느라 반찬 걱정이셨던 엄마의 고민이 그대로 반영이 된 그런 실용적인 도시락을 싸서 다녔던 기억이 있다. 특별한 날 한번 싸기도 힘들 그런 도시락을 남편을 위해 매일 이렇게 정성스레 만들었던 아내의 즐거움을 생각해본다면, 과연 책 한권으로 나올 값어치가 있었다 싶었다.
도시락 메뉴도 무척이나 다양해서 신랑이 고기를 먹고 싶다 하면 처음엔 식을까 걱정했지만, 뭐 안될게있겠냐는 마음으로 과감히 도전해서 한끼 두둑히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냉동만두나 시판 인스턴트 소스 등을 이용해서도 만두 탕수, 고추기름 파스타 등의 입맛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활용해 오늘 점심 도시락은 뭘까 기대하는 남편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은 그런 아내가되기도 한다. 아이들이라도 이런 도시락을 받는다면 오전 내내 공부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깝지 않게 생각될 것 같았다.
책으로 배운 예쁜 도시락 싸는 법으로 나도 가끔 가족들을 놀래키고 싶다.
운전을 못해서 아직 이것저것 제약이 많지만, 운전까지 하게 되면 도시락 깜짝 배송을 한다던지 (뜨끈하게) , 가족과 함께 즐거운 피크닉을 갈때 당연히 외식을 하는게 아니라 엄마표 정성어린 도시락으로 아이의 눈까지 호강시켜주는 그런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결혼한 주부뿐 아니라 한창 남자친구 깜짝 이벤트로 도시락 준비에 열을 올리는 아가씨들이 보기에도 아주 유용할 그런 책이었다. 크리스마스 도시락 같은 이벤트 도시락서부터 한 입 크기 도시락, 일본 도시락 등 일상 간편 도시락과 파워업 도시락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남달리 싸보고 싶은 사람, 매일은 아니더라도 감동의 도시락 한번쯤으로 사랑하는 이의 환심을 가득 사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봄직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