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 내린 숲 속에는 - 1949년 칼데콧메달 수상작
베타 하더.엘머 하더 글.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1년 11월
품절


기러기가 남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하자 동물들이 하나 둘 월동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기러기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는 동물들서부터, 집안에 먹거리를 가득 챙겨두고 겨울 날 준비를 하는 동물들까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겨울맞이 준비를 합니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과 함께 여러 동물들이 등장해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참 재미나네요. 무엇보다도 칼데콧 상(1년중 가장 뛰어난 그림책을 지은 사람에게 수여되는 책으로 미국 어린이 도서관 협회에서 수여하는 상입니다. 문학부문의 뉴베리 아너상과 더불어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합니다.) 수상작답게 그림이 무척이나 빼어나답니다.

아이 책을 읽어주면서 다양한 그림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림 자체를 추상화보다는 정밀화 등을 더욱 좋아하는 성향 탓인지 (엄마인 제가) 이런 세밀화 그림이 참 좋더라구요. 게다가 세밀화에 담긴 동물들의 표정까지도 따스하게 전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엄마 토끼의 설명을 듣는 아기 토끼의 눈빛이 만화같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생동감있게 잘 살아있구요. 겨울을 나기 위해 열매를 모으고 털이 북슬북슬 올라오는 청설모의 털 변화까지도 그림으로도 한눈에 들어올만큼 빼어나게 묘사가 되었답니다.

기러기, 토끼, 마멋, 줄무늬 다람쥐, 파랑어치, 붉은 머리새, 참새, 파랑새, 개똥지빠귀, 생쥐, 꿩, 까마귀, 청설모, 들쥐, 짧은꼬리들쥐, 사슴, 스컹크, 오소리, 부엉이 .. 우와 등장하는 동물들 수만 해도 어마어마하네요. 동물들의 그림을 세밀화로 자세히 만나보는 기쁨도 더해진답니다. 추석을 지나 점점 눈 덮인 겨울이 되기까지의 동물들의 변화 모습과 풍경 변화가 너무나도 흥미롭게 잘 펼쳐지는 책이었어요.
첫눈이 내린 겨울 밤의 어느 날 토끼와 생쥐들의 즐거운 춤 장면 또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멋드러진 한 장면이었구요.

달무리 무지개가 뜨면 눈이 많이 내리지. 아주 많은 눈이.....부엉부엉..
달무리 무지개라는 것도, 또 그러면 눈이 내린다는 속설도 처음 알았네요.
사실 달무리가 생기면 다음날 비가 온다는 것은 들어봤는데 무지개까지는 처음 봤거든요.

미국에서 씌여진 책이라 나오는 동물들이나 모습이 우리나라와 조금 다를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책이었어요.
눈이 많이 많이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는 제 어릴 적 눈이 가득한 세상을 보면 가슴까지 벅차오르는 그 행복감에 빠져들곤 했던 추억도 살포시 생각났구요. 지금은 눈이 많이 내려도 아, 밖에 나가기 힘들겠다 위험하겠다 (신랑 운전하기 위험하겠네. 아기랑 유모차 끌고 나가기도 춥겠는걸.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많아졌는데..어릴 적에는 큰 눈이 내린 것만으로도 생쥐와 토끼가 춤추듯 같이 춤추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어요 특히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면 뭔가 깜짝 놀랄 일이 생기기라도 할 것처럼 기대가 되고 너무나 들뜨기 마련이었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미리 먹을 거리를 챙겨두지 못한 사슴, 새들, 토끼 들에게는 큰 눈은 먹을거리를 찾지 못하는 시련을 주는 존재가 되고 말아요.
큰 눈 내린 숲 속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배고파 민가로 자꾸 내려오는 동물들이 늘고 있네요. 얼마전에는 대전 주택가까지 멧돼지가 들어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구요. 동물들이 배가 고프고 먹을 게 없어서 자꾸 일어나는 일인데 가슴이 아프기도 했답니다.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마련되면 좋을텐데 그게 참 힘든가봐요. 자꾸 사람들은 숲 속 땅을 개간하거나 개발해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고 동물들이 살 자리는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교훈까지도 담고 있답니다. 배가 고픈 동물들을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가 봄이 올때까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어 큰 눈이 내린 숲속의 겨울은 포근했다라는 그런 가슴 따뜻한 내용이었어요.
점점 추워지고 있는 요즘 얼마 안 있으면 이제 눈도 내리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와 함께 한 가득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바라보면서 이 책을 다시 또 읽으면 더욱 감회가 새로워질듯 싶네요 지금도 세세한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네살 우리 아들 더욱 재미나게 보곤 했거든요. 물론 마멋 등의 동물은 낯설어 그런지 뭔지 잘 몰라했지만요.

너무 감동적인 책이었지만 옆길로 잘 빠지는 엄마는 궁금한게 하나 있었지요.
아무리 봐도 너구리인데 왜 오소리로 씌여 있을까? 내가 아는 오소리랑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하고 검색해보니 오소리랑도 그럭저럭 비슷해보이긴 하네요. 그래도 너구리가 더 닮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사진 출처: 구글 오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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