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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살려! - 우리문화 이야기 - 마을과 집안을 지키는 신 ㅣ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12
무돌 글.그림 / 노란돼지 / 2011년 11월
도깨비 하면 엄마 어릴적에 봤던 머리에 뿔 나고,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 모습에 산적같은 호피가죽 옷을 걸치고, 도깨비 방망이 하나쯤 갖고 있는 그런 도깨비만 떠올렸어요. 책 속 도깨비는 누구지? 하고 표지를 보니 엄마가 기억한 그런 도깨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더라구요.
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어느 옛 마을의 지도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어느 집안의 구석구석까지 잘 보여주는 그런 지도인데, 주인공 도깨비의 행로가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는 지도였네요.
도깨비가 되기까지, 어느 버려진 낡은 사기 그릇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버려진지 100년이 지나자 눈이 생기고 털과 입과 귀가 생기고 계속해서 몸이 만들어지더니 그만 도깨비가 완성이 되었답니다. 아, 이런 모습의 도깨비는 정말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무섭지는 않네요.
오래 된 물건이 이렇게 바뀐단 이야기를 그러고보니 어렴풋이 들어본 것도 같아요.
노란돼지의 우리문화 이야기에서는 전통문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유아서부터 초등생에 이르기까지 눈 높이에 맞춰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그림으로 손쉽게 이애하게 그리고 써낸 그런 시리즈가 다뤄지고 있어요. 큰일났어요 산신령 할아버지도 화려하고 큼직한 그림이 무척 눈에 잘 들어오는 책이었는데 이번 도깨비 살려는 엄마도 몰랐던 다양한 민속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배울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답니다.
도깨비가 구수한 메밀묵 냄새에 이끌려 마을에 들어가려다가 당산나무 할머니의 부름을 받습니다. 할머니가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심술쟁이 도깨비는 얼른 마을로 내려갔지요. 국사 책에서나 배웠던 새 모양의 솟대도 나오네요. 마을을 지켜주는 장승과 더불어 경계, 수호의 의미로 세워졌다는데 사람들에게 안 좋은 도깨비가 내려오니 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귀기 시작합니다. 솟대도 사진, 모형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그림책에서 살아서 행동하는 솟대의 모습을 보니 아이들에게도 더욱 와닿을 것 같았어요.
장승과 씨름을 하여 지고 만 도깨비가 풀이 죽어 낮에는 사기그릇으로 돌아가있는데 그만 지나가던 귀여운 여자아이가 몰래 집어들고 집에 가져가고 말았어요. 할머니가 안된다고 말을 했는데도 말이지요.
"안돼. 사람 손을 떠난 낡은 물건은 도깨비가 된단다."
깜짝 놀랐던 여자 아이는 다시 "할머니께서 날 겁주려고 거짓말하시는 걸 거야."하면서 몰래 숨겨들어온 사기그릇을 소꿉놀이하기 위해 부엌에 숨겨놓았지요.
그리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였던 각종 신들이 익숙한 인간의 모습으로 재탄생하여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집안을 지키는 신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네요.
아이가 태어났을때 흔히 이야기하는 삼신 할머니도 나오구요. 터줏대감은 일반 대화에도 흔히 회자될만큼 잘 알려져있었는데 집의 건물을 지키는 신이 성주신이라면 터줏대감은 집의 터, 땅을 지키는 신이라고 해요. 하나하나의 세심한 차이까지 맨 뒤에 다시 설명을 해주어서, 그림과 그림책 내용으로 손쉽게 아이들과 만난 다음, 뒤의 자세한 설명을 찾아 읽으며 다시 배울 수 있고 짚어갈 수 있어 기억 저장고에 쉽게 저장할 수 있는 그런 구성이었답니다.

엄마도 어릴적 우리 전통문화에 익숙했던 세대가 아니라 그런지 어렴풋이 들어본 신들이 그 외에도 조왕신 정도만 있었고, 측신, 업신, 철융, 우마신, 수문신 등은 처음 들었답니다. 사실 측신은 얼마전 읽었던 똥떡이라는 책에서 뒷간귀신으로 만났던 그 까만 얼굴의 무서운 할머니 귀신이었는데 그림책에서는 좀 신경질적이긴 하지만 어여쁜 젊은 색시의 모습으로 재탄생하였네요. 변소 각시라고도 불리는 측신은 조왕신 (불의 신으로 부엌을 맡고 있는 신)과 원수 사이라 부엌과 측간 (변소)는 멀리 짓고 측간의 돌멩이 하나도 부엌으로 가져가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고 하네요. 요즘 다시 생각해보면 위생관념을 중요시하기 위해 자연스레 만들어진 그런 문화가 아닐까 싶었어요.
하여간 운좋게 집안에 들어온 도깨비는 여기저기서 무섭게 등장하는 어른 신들 앞에서 그만 혼비백산하고 맙니다.
몇번이나 혼쭐을 나고도 도깨비 자존심이 상했다면서 복수를 결심했다가 더 무서운 신들을 만나 결국 꼼짝없이 당하고 말거든요.
그렇게 만나게 되는 신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고, 사람의 모습이라 친근하기만 하네요. 우리 사람들을 지켜주는 그런 신들이라 그런가봅니다.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각종 심술을 부리는 도깨비와 잡신 등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는 믿음직한 수호신들을 보니 무척이나 든든했네요.
우리 조상들의 지킴이 신앙에는 어려움을 이겨 내고자 하는 삶의 지혜와 항상 바른 몸가짐을 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무서울줄 알았던 이야기를 도깨비 살려를 통해 재미나게 만나고나니 우리 조상들의 민속 신앙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었어요.
초등학교 1~2학년이 읽기에 딱 적기라는 책이었지만, 비슷한 분류 중에 <내사과 누가 먹었지.> (글밥이 아이에게 무척 많았던 세살때부터 읽어줬는데도 너무나 좋아하며 즐기는 책이 되었답니다.) <이럴땐 고마워요 하는거야>. <밤에도 놀면 안돼>. <큰일났어요 산신령 할아버지>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래도 4살인 우리 아이가 모두 잘 보는 책이었거든요. 이번 책도 도깨비와 신들이 전혀 무섭지 않게 등장해 우리 아이도 눈을 말똥거리며 재미나게 본 그런 책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