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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정말 완벽하게 속아넘어갔다!
이럴수가..
책 표지의 여인은 힘없이 가련하게 쓰러져있지만 작가의 의도하에 철저히 속은 나도 이렇게 쓰러진 기분이었다. 사실 그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우와. 하는 놀라움과 함께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닌데 오히려 더욱 놀라고 감탄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이 왜 서점가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지도 잘 알겠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전설의 걸작이라는 미치오 슈스케의 말, 이왕 공유할 거 젊은 이들이 보다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도 와닿았다. 사실 너무 괜찮은 맛집 등이 있으면 (내가 먹거리를 좋아해 비유를 해도 꼭 이렇게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게 싫어서라도 나 혼자만 알고 싶은 그런 비장의 숨겨진 맛집들이 한 두군데는 꼭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그 집이 유명해지면 아쉬운 마음이 들다가도 또 박수를 쳐 응원해주는 그런 마음도 든다. 아마 미치오 슈스케 작가도 그랬을 것이다. 그나저나 전설의 걸작이라는 말이 붙은 책은 도대체 어떤 스토리란 말인가.
한낱 클럽의 스트립 댄서였던 여자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신데렐라가 되어버렸다.
재벌가문의 외동아들과 만난지 얼마 안되어 전격 결혼을 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남자쪽 집안의 반대가 극심했으나 둘은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고, 남편이 재벌가 내에서는 소문난 바람둥이거나 건달이거나간에 스트립 댄서일지언정 마음만은 순수했던 그녀는 그런 남편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했다. 둘은 너무나 행복해 아무도 그 사이에 끼여들 틈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새 신부에게 아기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고, 그 소식을 전하고 아버지의 마음을 풀러 남편이 건너갔다.
목사는 우리에게 형식에 따라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때까지'라는 표현으로 영원을 맹세케 했는데 이 '죽음'이란 대체 누구의 죽음을 의미하는가? 18p
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우리 둘 이외의 사람을 덮친 죽음이었다. 19p
너무나 명확히 사건의 흐름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변호측 증인이라는 제목을 가진, 증인 파트, 11장을 읽고 나서 반전도 이런 대 반전이 있을 수가 없었다. 너무 놀라 처음부터 다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놀라운건 내가 오해를 하고 읽었던 때와 오해를 하지 않고 읽었을때의 느낌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었다. 누가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나는 너무나 분명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만들수가 있지? 비슷한 느낌의 다른 책을 읽었지만 그때와 더욱 다른 신선함을 느꼈다.
책을 다덮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다시 숨을 고르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하는 그런 느낌이 기분나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한 그런 기분 말이다.
이 책을 누군가 읽게 된다면 반드시 처음부터 읽으라고, 끝이궁금하다고 절대 뒷장부터 읽으면안된다고 정중히 제안해주고 싶다.
그래야 진정한 그 트릭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게 추리소설의 참맛이로구나. 속아 넘어 가고서도 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는게 새삼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