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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감동 한국사 5 : 조선 중기에서 대한제국 성립까지 - 아침의 해 돋는 나라 ㅣ 이희재 감동 한국사 5
이희재 지음, 오정현 감수, 유호선 정보 집필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9월
절판
지금 누가 나더러 국사책을 다시 보라고 한다면 다시 펼쳐들 수 있을까 싶은데, 학습 만화라 그런지 전혀 그런 부담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가까이 사는 친구 하나도 아이 유치원 보내고 나서 얼마전부터 영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대학때 억지로 다니던 학원이 아닌, 자발적으로 시작한 학원이다보니 오랜만에 하는 공부가 재미있더란다. 흥미가 있다면 학습도 지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 이희재 감동 한국사가 그랬다
전권 5권으로 되어있고, 완간편인 5권이 바로 조선 중기에서 대한 제국 성립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영정조 시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내용이 세도정치니 각종 외세의 침략이니 해서 어두운 역사가 많아 국사 공부를 할때도 마음 한켠이 찝찝하고 답답해지는 부분이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제 치하부터 시작해 말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보니 대원군과 명성황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또 새로이 접하게 되면서도 자꾸 몸과 마음이 거부하는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지식을 자꾸 밀어내려 한달까?
조선이 일제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았을 여러 상황을 자꾸 재검토해보게 된다.
그래서 재미나게 배우던 국사 공부가 세도정치, 구한말, 일제 치하 등의 어두운 일면을 배울 적에는 흥미가 급격히 떨어졌는데, 만화로 다시 보면서 학창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도 거부감이 적게 드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학생들도 그렇지 않을까?
코스트코 등의 마트에 가보면 자리를 잡고 열심히 학습만화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을 볼 수가 있다. 아이세움에서 나온 학습만화만도 정말 종류가 무궁무진해 (거의 과목별이다 싶을 정도로) 놀라웠는데, 가장 적용하기 좋은 학습만화의 장르는 바로 국사와 세계사 등 암기할 거리가 너무나 많은 역사 파트가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많은 지명과 인명, 그리고 다양한 내용이 전개되어도 만화로 다뤄지니 너무나 흥미롭게 펼쳐진다. 교과서 펴기 싫은 아이들도 만화책이라면 거뜬히 달려들지 않는가. 이 책이 그러했다.
게다가 만화체가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다 했더니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그린 작가분이시란다. 이희재님, 이름은 미처 기억하지 못했는데 어릴적 봤던 보물섬에서 악동이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열심히 만났던 기억은 분명 남아 있었다. 그 분의 역사만화를 어른이 되어, 부모가 되어 다시 보고 있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알고보니 이문열의 삼국지를 만화로 그려낸 분도 바로 이희재님이셨다. 역사적 인물들과 궁합이 잘 맞는 생생한 만화그림이라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부패한 양반들덕에 너무나 짓밟혔던 민초들이 들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상황들이 만화로 잘 묘사되어 있으니 더욱 생생히 와 닿았다. 책으로 만나는 간단한 말들은 기억에 잘 남지 않았는데 (역사적 사건의 서술에 지나지 않으니) 만화로 스토리를 담아 이야기하니 장면도 기억하기 쉽고, 여러 제도와 정황 등을 시기별로 기억하는데 만화와 스토리만한 것이 없는 듯 하였다.
박세당이 벼슬을 버리고 농촌으로 들어가 40년을 보내며 직접 농작물, 약초재배 등의 다양한 농민의 실생활 경험을 지식을 다룬 책으로 집필해 낸것이 박세당의 색경이었다. 박세당의 색경, 유형원의 반계수록, 그리고 그에 관한 짧은 지식 등으로 줄줄 암송했던 지식들은 지금은 거의 희미한 기억이 되고 말았는데 양반이 직접 농사를 짓고 종자 처리법 등을 배우는 과정을 만화로 표현해내니 무척 인상깊게 기억되는 듯 하였다.
외척에 의해 삼정(군정, 전정, 환곡)이 문란해진 순조 때 유배지인 전라도 강진에 내려가있던 정약용은 애를 끊는 백성들의 찢기는 고통을 시로 남기기도 했다. 갓난아기마저 군적에 올리자 화를 이기지 못한 아이 아버지가 칼을 들고 자신의 생식기를 잘라버리고 만 것이었다. 세도가들의 권세를 등에 업은 양반들의 횡포는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교과서 밖에나 수록될 다양한 일화등을 만화와 더불어 읽게 되니 더욱 인상깊게 기억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나중에 아이가 역사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도 학습만화를 통한 재미난 국사 기억하기를 자연스럽게 노출하기 시작하면 국사를 배울 적에 공부하는 부담감이 한결 덜해질거란 기대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