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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집의 살인 ㅣ 집의 살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릴적에는 추리소설이라 하면 애거서 크리스티 등의 서양 작가밖에 몰랐고, 크게 좋아하지 않았던 장르였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시작한 책읽기 중에 유독 독보적으로 보이는 장르가 바로 일본 미스터리였다. 혼자서 책 읽기에 몰두했다면 아마 몰랐을, 대중의 인기를 많은 북까페 등 활동을 하다보니 일본 미스터리가 참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어쩌면 매니아들의 열렬한 지지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많은 독가를 설레게 하는 이들이 있는 그런 곳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도 조금씩 일본 작가들의 미스터리를 읽다보니 새로운 세계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탄탄하고 새로운 구성 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서 읽는 재미가 참으로 톡톡한 그런 맛을 주는 작가들이 많았다.
그 중 우타노 쇼고라는 이름의 작가가 있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제목이 무척 길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 작품이라 작가와 작품 이름만 기억을 하고, 여태 못 읽어보고 있었다. 그 작품으로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받았다하는데, 그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이 바로 이 <긴집의 살인>이란다.
작가의 유명한 베스트셀러를 먼저 읽기보다 이렇게 데뷔작보다 읽어보는 것도 참 괜찮은 것 같았다. 일본 아마존 독자 서평중에서도 지금의 우타노 쇼고를 있게 한 작품, 쾌조의 스타트, 우타노 쇼고를 처음 읽는 사람에게 단연 이 책을 추천한다. 라는 평이 있었다.
5인조 학생밴드 메이플 리드는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공연 연습을 위해 게미니 하우스를 찾았다. 그 곳에서도 여전히 독설을 내뿜는 까칠한 도고시.
합숙 첫날밤, 졸리다며 먼저 자러 간 도고시가 사라지고, 다음 날 그가 묵었던 방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80kg의 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시체로 자신의 방에서 발견된 것이다. 분명 방에는 도고시도 짐도 없었는데..
경찰은 80kg의 그를 단시간내에 옮길 힘이 없는 학생들을 배제하고 (다들 그를 살해할 시간과 명분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알리바이가 되는 상황), 학생운동 등으로 인해 전과 경험이 있는 게미니 하우스의 힘있는 주인을 의심해 물고 늘어진다.
끈을 이용한 교살, 시체와 짐이 사라진다. - 우연이라 해도 너무 닮았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도고시의 경우에는 살해당한 후 시체 발견까지 하루 가까이 걸렸지만, 미타니의 경우에는 30분 이내로 짧았다는 점이다. 192p
그리고 몇달 후 끔찍한 기억을 아로새긴채 멤버들은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마리, 유일한 여성 멤버가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했다.
점성술 살인작가의 작가 시마다 소지가 미스터리 역사상 길이 남을만한 대담한 아이디어, 미스터리의 원점이다 라고 평했던 작품이 바로 이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 점에 주목을 하면서 읽었다. 사실 미스터리라는게 알고 보면 별 일이 아닐 수 있지만, 해결방안을 들었을때의 일이고, 그 전까지는 도저히 그 밀실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끙끙대기 일쑤였다. 물론 심증은 간다. 하지만 그가 왜?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는데서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마리는 왜? 라는 대목에서도 말이다.
경찰도 풀지 못하고 친구들도 난항을 겪는 이 문제를 의외의 해결사가 등장해 속시원히 해결해준다.
또다른 멤버이자 천재적 능력을 갖췄으나 어느날 갑자기 탈퇴하고 떠났던 또다른 멤버 시나노가 등장한 것이었다. 스스로 자신을 천재형이라 부르는 그는 정말 절묘한 그 트릭을 손쉽게 알아내고 100% 확증이 생길때까지 숨겨두었다가, 속시원히 풀어내주었다.
책의 곳곳에 정말 오해를 할만한 부분들이 많아서, 처음부터 나는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원인과 동기가 동시에 풀어졌다.
여기저기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장치를 해놓은 작가가 참으로 대단해보였다. 그것도 데뷔작이라는데 말이다.
옮긴이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우타노 쇼고의 작품을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질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어느 작가의 작품을 읽고 매혹당하고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는 가운데 내가 느끼는 것은 늘 식상하다는 감각이었다. 그런데 우타노 쇼고의 작품 세계는 변화무쌍하고 과감한 반전과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유머감각이 싫지않다. 325.326p
추리 소설뿐 아니라 다작을 하거나 비슷한 소설을 쓰는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특정 작가의 경우, 몇편 읽지 않아도 나중에는 쉽게 결말을 예상하거나 흐름을 짐작할 수 있어 식상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우타노 쇼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처음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고 시마다 소지앞에 나타났을 적에도 그 흔한 습작 경험 하나 없이 나타났다 한다. 우타노 쇼고는 작품 속 시나노처럼 천재는 아니나 천재형인 사람일지 모른다.
나는 반대로 천재형이야. 이것은 천재'형'일 뿐이지 소위 말하는 천재라는 의미는 아니니까 오해하지는 말아줘. 그저 살아갈 뿐인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결과가 나온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천재형이야. - 270p 극중 시나노의 대사
말이 길어지면 자꾸 스포일러를 하게 될까봐 참기로 했다.
자꾸 입이 근질거리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