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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고마워 -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준 벗들의 이야기 ㅣ 행복해, 고마워
제니퍼 홀랜드 지음, 노지양 옮김 / 북라이프 / 2011년 11월
절판

책의 시작은 <네가 있어 행복해>와 마찬가지로 저자의 남편 존의 생애 첫 친구인 너구리 이야기로 시작이 되었다. 언제나 함께 한 작고 귀여운 아기 너구리 밴딧의 이야기. 나도 어릴 적에는 무척이나 동물을 기르고 싶어했고, 친구가 되고 싶어했지만 사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강아지 고양이 금붕어 등의 쉽게 만날 수 있는 동물이 아닌 다른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었다. 아이와 함께 즐겨찾는 마트에서 토끼, 기니피그는 물론 이구아나, 거북, 다른 마트에서는 다람쥐 등까지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요즘은 참 우리 어릴적과 달라도 많이 달라진 환경이란 생각이 든다. 마트에서 사오는 애완동물말고도 아주 우연히 기회가 닿아 친구가 되는 그런 동물들도 있다.
그러고보니 우리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중에도 스스로 제 발로 들어온 강아지도 있었다.
아버지께서 강아지를 몹시 좋아하셔서 키우고 싶어하셨는데 때마침 엄마가 밖에 나가셔서 대문 밖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시는데, (재활용 분리수거 시행하기 전이었다.-주택에 살적에) 강아지 한 마리가 대문 안으로 쏙 따라 들어오더란다. 주인을 잃은 강아진가 싶어 주인을 찾아주려 노력했는데 결국 찾지 못했고, 집에 들어온 동물을 그냥 내보내는게 아니라 해서 결국 우리집에서 키우게 되었다. 루루라는 이름의 강아지였다. 그 이후에도 몇 마리의 강아지를 더 키우게 되었고, 그 중 부모님의 사랑을 가장 극진히 받은 것은 얼룩 강아지 아롱이와 다롱이, 그리고 그들의 새끼인 희동이였다. 희동이야말로 이사올때 엄마의 눈물을 쏙 빼게 만든 장본인 강아지였달까. 아마 나도 옆에서 희동이 낳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봤더라면 같이 울었을 것이다. 아파트에 데려다 키우자고 말이다. 너무 울어서 그 이후로는 동물에 정을 못 주시겠다 하셨던 엄마, 이사오시면서 아롱, 다롱, 희동이 모두를 괜찮은 주인에게 맡기고 왔지만 그래도 늘 마음 한켠이 짠하고 안 좋았다 하셨다.
여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끼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동물들, 그것도 종이 다른 동물들간의 우정과 사랑, 행복에 관한 사진과 일화로 채워진 사연들이다.
저자 뿐 아니라 번역한 이도 번역을 다 하고 나서는 벅차 오르는 감정에 안락사 위기에 처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또란 이름의 고양이, 맨 끝에 그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도 담겨있다. 동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나니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 편집자 뿐 아니라 책을 읽는 누구라도 그런 마음을 갖게 될 것 같다.
60년을 사는 코끼리 중 생후 6개월밖에 안된 어린 코끼리가 엄마를 잃고 말았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후 6개월은 너무나 중요한 시기였는데 코끼리 중에 양어머니를 찾지 못해 결국 사람들의 관리하에 들어오게 되었다. 적응하지 못하는 코끼리를 위해 연구하다가 양을 보모로 붙여주기로 했단다. 아니 웬 양? 하고 놀랐는데 의외로 양이 지능지수도 높고 한번 친해지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얼굴을 잘 잊지 않는데다 (음,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 나보다 낫군) 상대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을 수 있고 한번 친해진 동물에게는 매우 특별하게 대하기도 한다. 그러니 그 타고난 본성을 이용해어떤 동물들 사이에 두어도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35p 이 책을 통해 새로이 배운 사실이었다.
짧은 동화같이 느껴지는 어여쁜 동물들의 사연을 읽다보니 가슴까지 뭉클해지기도 했다. 영화를 찍을때도 동물과 아기 등이 등장하면, 그 영화를 대부분 대박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이기에 큰 관심을 끄는게 아닌가 싶었다. 보기만 해도 따스해지는 이 이야기가 그래서 아마존,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가 된게 아닌가 싶었다.
톰과 제리로 기억되는 고양이와 쥐 이야기, 사실 굳이 우리가 어릴적에 봤던 톰과 제리가 아니더라도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는 대표적인 천적이고 둘은 앙숙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애완쥐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친구가 된 고양이의 이야기가 있다. 게다가 쥐 또한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아 주인은 어려움 없이 고양이와 쥐를 동시에 키우게 되었다 한다. 2009년의 미국 오하이오의 이야기였다.
2002년의 케냐의 이야기는 더욱 경이로웠다.
암사자가 새끼 영양을 잡아먹지 않고 마치 자기 아기인양 돌본 사례였다.
사자와 아기 영양이 평화롭게 함께 누워 있다니 말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것이 하나님의 메시리자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ㄷ르은 이 사자의 이름을 '카뮤냑'으로 지었다. '축복받은 존재'란 뜻이다. 152p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었고, 인류학자 사바 더글라스 해밀턴이 2주동안 이들을 따라다니며 관계를 관찰했다고 한다. 이 놀라운 사연도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동물들이 어릴 적에는 아무래도 서로 더욱 친밀해질 계기가 많은 듯 싶다. 그때는 포식자의 본능보다도 서로를 친밀하게 느끼는 정도가 (배고픔이 해결되는 전제하에) 더 높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아기 동물일때 사람들이 관계를 만들어주면 더욱 친한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많은 듯 했다. 동물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야생 습성등과 해당 동물들이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국 야생으로 방사하거나 따로 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해 서로 떨어질수밖에 없게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억지로 짝이 맺어진 경우보다 어른이 된 동물들이 인간의 개입없이 서로를 친밀하게 느끼는 경우가 더욱 와닿는 사연이었다. 다양한 동물들의 사연이 놀라움을 만들어 내는 책, 아담한 사이즈라 편하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고 그들의 우정 앞에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