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2 1 - 인생의 거칠기가 사포의 그것과 같다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 그림 / 씨네21북스 / 2011년 10월
장바구니담기


한때 네이버 웹툰을 빠짐없이 구독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신랑은 요일별로 좋아하는 웹툰 보기를 빼먹지 않는다. 우리 부부가 좋아하던 웹툰 중 하나가 바로 낢이 사는 이야기였다. 한동안 책 읽는다고 웹툰을 끊었더니, 이번에 신간으로 나온 단행본 편은 거의 내가 못 본 이야기가 많았다. 이럴수가. 그래도 못 읽은 웹툰을 한권의 만화책으로 읽으니 그 또한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재미까지 곁들여져 좋았다.

주인공 서나래 양, 줄여서 낢이라고 나온다. 읽기 힘들겠지만 남이라고 부르면 맞을 것 같다. 처음 웹툰에서 만날적에는 남동생 식이, 언니, 그리고 엄마, 아빠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몇년이 흐르는 새에 언니는 시집을 갔고, 동생 식이는 군대에 입대했다가 제대를 했고, 부모님이 시골로 내려가시면서 식이와 낢 둘이서 서울에 남아 독립생활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일상 이야기다보니 그녀의 삶 이야기까지 본의아니게 꿰게 되어 사생활 침해는 아닐런지 좀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상력으로만 빚어낸 이야기보다 일상 이야기를 들려주는 웹툰 작가들의 이야기가 사실 더 재미나긴 하다. 조석의 마음의 소리 (초창기가 더 재미났다.), 요즘 나오는 웹툰 중에서는 생활의 참견, 엄마새와 아기새의 일상을 다룬 육아웹툰 일상날개짓 등..

이번 편에서는 29세 즈음의 근황을 다룬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연세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알고 있는데 (미모도 뛰어나다고들 한다. 본인은 아닌척하지만, 들리는 후문에 의하면) 29세 어른으로 살아가는 낢양의 이야기 속에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억지스러운 코미디의 그것을 능가함을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 이야기.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도 강렬하게 와닿는 캐릭터다.


벽이 없다 편에서는 아줌마들의 편견없고 스스럼없는 태도에 놀라는 낢양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며 30대 아기엄마인 나도 조금씩 아줌마 대열에 들어서고 있음을 깨닫고 놀라게되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무척이나 낯을 가렸던 내가 아기엄마가 되고 나니, 다른 아가를 보거나, 우리 아가보고 예쁘다 하는 어른들만 보면 나도 모르게 말을 건네고 있거나 나누고 있는, 혹은 나누고 싶은 그런 느낌을 받곤 한다. 더이상 내 중심의 세계는 지나버린듯, 내 주변의 세상은 우리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낢 양이 궁금했던 그녀의 엄마 이야기, 역시 지존급이다. 목욕탕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너무나 친하게 웃고 떠들어서, 죽마고우인줄 알았다는 낢. ㅋㅋ


그리고 낢 양의 새로운 가족 고양이들의 이야기.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였다. 왜냐.. 어릴 적 집안에서 고양이가 왔다갔다했던 기억이 있긴 한데 직접 길러본건 강아지를 기른 기억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많은 웹툰 작가들의 그림과 일상 속에서는 강아지보다 주로 고양이가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고양이가 더 매력적인가? 취향의 차이라 잘 모르겠지만 웹툰 속 고양이들은 상당히 귀엽고, 시니컬한 반응조차 웹툰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주요 등장인물이 되어준다. 낢양의 고양이만 해도 웅노인(행태가 노인이라고)은 닫힌 문을 싫어해 직접 문을 열고 다니며, 맹군은 물구경을 좋아한다 하지 않는가? 생각만해도 웃긴데, 그림으로 보니 더 재미나다.



낢과 식이보다 더욱 빛난 캐릭터 엄마의 활약은 벽이 없다 선으로 끝이 나지 않는다. 엄마표 반찬 편에서는 아줌마들의 대표 모습을 보이시면서 더욱 분발하시어 건망증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게 해주셨다. 절대로 따라갈 수 없는 수십년의 베테랑 주부 실력을 뽐내시는 우리 엄마처럼, 낢 어머니도 그렇게 멋드러진 솜씨로 반찬을 금새 만들어주시고 내려가신다 한다. 그 와중에 깜빡하고, 가스 불을 냄비가 아닌 뚜껑만 올린 쪽에 켜 둔 탓에 냄비 뚜껑이 타게 되었는데, 몇 주 후 그 사실도 잊으시고, 낢에게 "너희 집 냄비 뚜껑은 좀 탔더라? 태워먹었냐?" 하시는 부분. 으하하하..

책을 펼치자마자 휘리릭휘리릭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서 중반 이후를 금새 넘어가고 말았다. 중간에 살림이며 육아며 해야할 일이 있어 잠깐 끊을 수 밖에 없었지만 어느새 금새 다 읽고 말았다. 정말 재미나다. 그녀의 일상, 들여다보면 우리네와 닮은 듯한 구석도 참 많고, 정겹기만 하다. 만화 사이사이에 그녀의 실제 일상을 다룬 사진들 (인물보다 주로 고양이라던지 주변 사물을 찍은 사진들로 신비주의를 드높이지만) 이 있어 만화가 곧 생활로 이어지는 느낌마저 받았다.



20대 후반의 아가씨들이 보면 더욱 공감하려나? 30대 부부가 봐도 여전히 재미난 내용, 낢이 사는 이야기,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