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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 주인공이 되다! ㅣ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8
멜라니 와트 글.그림,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1년 10월
품절
아이에게 책을 종종 읽어주다보니, 아이가 좋아하는 레고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놓고 말았네요. 꼬리표처럼 달아놓은 스티커랍니다.
제 아이디도 멜라니랍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온 조연 중 멜라니라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원래 성격은 스칼렛처럼 좀 다혈질인 것 같은데, 좀 여성적이고 섬세한 성격의 멜라니가 마음에 들어서 아이디만이라도 멜라니로 해보았네요. 익숙한 이름이다보니 기억에 남았는데 바로 얼마전 재미나게 읽은 책이 바로 멜라니 와트의 "처음으로 친구를 사귄 날"이었어요. 그림도 글도 너무 재미있어서 인상 깊었는데, 그분의 두번째 책으로 체스터를 만나게 되었지요. 이 책의 저자분은 멜라니 와트입니다. 삑!
아니 누가 저자 이름에 엑스자를 그어놓고 자기 이름을 적어놓았군요. 그 이름은 체스터입니다. 빨간펜으로 아주 낙서 아닌 낙서를 해놓았어요.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체스터의 등장, 흐흐 체스터, 장난꾸러기 뚱땡이 고양이예요. 가필드 저리가라하는 몸매와 심술보를 갖고 있네요. 웬만한 그림책에 수상작인 경우 붙어 있을 위치까지 꼼꼼히 따져서 빈 공간을 만들어둔 것을 보면 참으로 치밀한 고양이 녀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멜라니 와트가 쓰려고 했던 이야기는 생쥐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주인공이 되고 싶은 체스터가 자꾸 방해를 놓네요. 아니 이건 방해 정도가 아니예요. 교정 볼때 필요한 빨간펜을 들고 나와서 마구마구 훼방을 놓습니다. 주인공 생쥐를 비행기 태워 멀리 보내버리는 것은 물론이구요. 아예 생쥐 그림에 자기 그림을 덧그리고 이야기도 자기가 새로 쓰기 시작합니다. 허허 이 고양이, 작가로 데뷔하고 싶은 걸까요?
생쥐가 궁여지책으로 엄청 무서운 개를 데리고 왔음에도 체스터는 덩치로 카메라? 독자의 시야를 막아버립니다. 우와,정말 보통 아닌 배짱인걸요? 아예 책 밖으로 뛰쳐나오게 생겼어요. 우와, 그렇담 이거 참 곤란한데?
하하하.. 체스터가 자기 세상을 만들어놓고 아주 신이 나서 희희낙락하니 멜라니 와트도 비를 내려버리고 맙니다. 오호,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버린 체스터예요. 감히 책에 있어서 신과 같은 힘을 자랑하는 작가에게 반항하는 배역이라니, 상상도 못해봤네요.
책을 마음대로 끝내고, 선을 그어서 못 넘어 오게 하고 대자로 누워버리기도 합니다. 작가가 흥분할 정도로 말입니다.
작가와 등장인물이 마음껏 싸우는 특이한 그림책..아이들이 흥분하면서 몰두할 그런 소재를 제공하고 있네요.
아직 어린 우리 아들은 응? 이게 무슨 이야기지? 하겠지만 조금만 더 커도 이 유머를 제대로 이해할 것 같아요.
100% 공감은 아니라도 캐릭터가 귀여운 고양이라 그런지 관심은 많이 갖더군요. 좀더 자라면 자기도 상상 속 이야기를 더 이어간다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체스터, 가필드 뒤를 이을 귀여운 고양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잊지 못할 거예요. 멜라니 와트 작가와 한바탕 한 고양이를 어찌 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