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a + Cafe 파스타 + 카페
이민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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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먹어 본 파스타는 고등학교 가사실습시간에 얼렁뚱땅 만들어본 미트볼 스파게티였다. 그때는 그게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었는데, 대학에 다니며 진정한 파스타의 맛에 푹 빠지게 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토마토 소스를 좋아하다가 그 다음에는 크림 소스에 푹 빠졌고, 그 이후에 봉골레 등의 올리브 오일 스파게티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도 봉골레보다는 크림이 아직까지는 더 좋기는 하다.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할적에는 말로만 자취였을뿐 주로 외식을 하다보니, 파스타 사먹을 일이 더욱 흔했는데 결혼 후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입맛에 맞는 파스타집을 찾기도 어려웠고, 요리책을 갖고 이런 저런 요리를 해보다보니, 의외로 파스타라는게 해볼만한 요리라는 생각이 들어 신혼때 이후로 종종 집에서 해먹고 있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로 집에선 못만드는 요리인줄 알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파스타는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렵다. 크림소스는 우유와 생크림을 적당히 넣으면 웬만한 집 못지않게 맛이 났지만 토마토 소스는 시판 소스를 사다 만들어도, 아니면 책에 나온대로 생 토마토를 이용해 만들어도 어째 입맛에 맞는 그런 토마토 스파게티가 만들어지지를 않았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다양한 스파게티의 세계. 같은 레시피라도 내가 만든 것과 친구가 만든 것이 다르고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듯) 먹어본 스파게티 외에도 퓨전 스파게티가 다양하게 나오고 면 종류 또한 무수히 다르다.


이 책 파스타+ 카페는 잡지 에디터로 10여년을 살아온 저자가 주위 사람들의 파스타 괜찮은 레스토랑이 어디냐는 질문에 일일이 답하기 귀찮아 내놓게 된 책이자, 그 맛집들의 금쪽같은 레시피 공개까지 이뤄진 맛집과 레시피가 합쳐진 고마운 책이다. 서울에서 맛있는 파스타를 많이 먹어봤다 생각했지만 꽤 많은 세월이 흘렀고, 내가 가본 곳들은 사실 조족지혈이라 할 정도로 극히 일부였나보다. (간데 또 가고 또 가고 했으니 ) 저자가 소개해준 맛집들은 대부분 처음 듣는 곳들이 많았다. 그리고 작고 아담하지만 진정한 맛이 살아있는 파스타 집부터 본토의 맛을 제대로 살린 파스타까지 꽤 다양한 파스타 맛집들이 멋스러운 사진과 맛있어 보이는 음식사진으로 예쁘게 소개되어 있었다. 예전의 열정이 살아있다면 일일이 모두 찾아다니고픈 그런 곳들.



외국인들조차 줄서서 기다린다는 지니에올리. 그 곳은 요리를 전공하지 않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디자이너로 살았던 저자가 차린 레스토랑이었다. 요리를 전공하지는 않았으나 이탈리아에서 직접 생면 뽑는 기계를 구입하고, 몇백 개의 레시피를 벽에 붙여놓고 숱한 테스팅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맛으로 현재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한다. 맥쿼리코리아의 존 워커 회장이 작은 곳이지만 맛은 한국에서 최고라고 평했다(회장이 꼽은 최고의 맛은 추파 디 살치차였지만 저자는 다른 요리를 추천했다)는 이 곳의 훈제 연어와 버섯으로 맛을 낸 페투치네, 어떤 맛인지 꼭 먹어보고 싶다. 맛집 소개들로 끝났으면, 아 지방이라 못 가 아쉽다 했겠지만, 저자가 흉내만 내본 레시피가 아닌, 직접 레스토랑에서 시연하고 보여준 금쪽같은 요리과정과 완성작이 담긴 노하우 레시피를 공개함으로써 집에서도 레스토랑의 맛을 살려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다.



비슷비슷해보이는 해산물 토마토 스파게티도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시저, 알로 페이퍼가든, 브리스토 등의 다양한 맛집의 레시피들이 소개되는데 비슷한듯 다른 그 메뉴를 각각 만들어보고 그 차이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듯 했다.

그리고 육수도 저자가 앞에 한번에 소개를 해놨는데 아마 그 기본 육수 레시피에서 또다른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방문했던 파스타 맛집들은 트루맛쇼라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광고용 거짓 맛집이 아닌 진솔한 진짜맛집들만 실려있다 했다. 사실 음식 사진만 봐도 그대로 포크로 돌돌 말고픈 스파게티들이 가득했다. 한 눈 가득 스파게티들을 담아내고 보니 진짜 스파게티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주말.

주말이기에 신랑과 함께 하는 식사에서 스파게티를 먹을 수가 없었다. (신혼 초에는 그래도 스파게티 요리를 종종했는데, 스파게티 사실은 안좋아했노라고 당당히 고백을 해서, 신랑과 같이 하는 식탁이나 외식에는 스파게티를 올리기가 힘들어졌다.) 아쉬운 마음에 짬뽕과 돈까스로 점심을 대신했지만 (두 가지 요리를 같이 파는 식당이 있다.) 여전히 스파게티에 대한 그리움은 남아있다. 남은 그리움은 다음주중 친구와 함께 낮에라도 사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지난번 친구랑 친구 아이랑 불러서 우리집에서 파스타를 대접했듯이 여기에 나온 맛있어보이는 레시피 하나를 그대로 재현해 아이 둘과 엄마둘이서 맛있는 러너를 즐겨봐도 좋을 것 같다.




라이크잇의 진정한 할머니라구파스타를 해먹고 싶었는데 소스 끓이는데만 거의 10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잠깐 끓이는 것으로는 그 진국을 재현해내기 힘들 것 같아 그 점은 좀 아쉬웠다. 그래도 레스토랑에 가면 늘 맛있게 먹곤 하던 게살 크림 파스타가 르 카페의 레시피로 소개되어 있어서 할머니라구 파스타를 재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국물까지 맛있어 보이는 게살 크림 파스타로 아쉬움을 달래야지.


크림 소스의 진정한 클래식이라고 하는 카르보나라는 또 어떠한가.

"카르보나라는 만들기 쉬우면서 어느 가게에나 있고, 또 그렇기 때문에 정말 맛있어야 해요. 자장면 하나 맛있어도 그 중국집 유명해지듯 카르보나라 하나 맛있어도 우리 가게를 찾아온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만들어요. " 196p 홍대의 파스타라는 가게의 오너 셰프의 이야기였다. 바리스타였던 그가 딸이 파스타를 좋아해 아빠가 차려주는 파스타집이라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한다. 클래식한 맛으로 유명하다는 그 집의 파스타 맛도 한번 따라하고 싶었다


한 집 한 집의 맛있는 사연과 맛있는 요리를 집에서 맛 볼 수있는 소중한 레시피까지.. 어느 레스토랑에서는 비법 레시피 공개를 끝내 사양한 경우도 있었고 (대신 다른 레시피는 공개하엿다.) 레시피 공개한 곳들도 하나하나의 사장의 마음을 설득해내기가 몹시 어려웠을 것이다. 그 어려움이 이렇게 독자들에게는 소중한 한권의 책으로 선물처럼 다가왔다.

다른 이의 노고로 얻어진 고마운 레시피로 이제 내 밥상을 예쁘게 차리면 될 때가 되었다. (사실은 직접 가서 사먹고픈 마음이 더 크다.)

평범한 듯 색다른 나만의 파스타를 만들어주도록, 양념을 치고 색깔을 입힐 고마운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파스타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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