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폼 팩토리 - 애플샌드의 내추럴&빈티지 공간 만들기
오진영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9월
품절


화가를 꿈꾸던 소녀가 세월이 흘러 손재주가 조금 남다른 평범한 주부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바로 이 책의 저자 애플샌드, 오진영님이다.

결혼 후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거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을, 거의 20~30년된 아파트에 입주하려니 도배 정도가 아닌 새로이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처지였다. 친정에서도 가깝고, 학군이나 여러모로 살기 편한 동네라 아파트가 좀 오래 되었어도 (이 근처는 신축 아파트가 없었다.) 이 쪽을 고집했던 것은 나였는데, 보수 전 아파트에 와보지 않아서 어느 정돈지는 보지 못했다. 신랑 말로는 들어 올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던 터라 주말에 내려와 예비 신랑과 함께 벽지서부터 장판, 화장실 타일 등 다양한 것들을 보러 다니는데 내가 살 집을 고르고 꾸미는 것인데도 (게다가 전문가의 손길에 맡기는 거라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도) 참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여러 인테리어 카페에도 참고차 가입하고 찾아보고 했는데, 간단한 리폼은 직접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 무척 놀라웠다.


해놓으면 예쁜 격자무늬 창이라던지, 프로방스 풍 느낌의 부엌, 게다가 밋밋하기 이를데 없는 현관문을 제법 카페의 그것처럼 그럴싸하게 변신해놓는 것은 몇년전 거의 유행처럼 번지는 일이어서 "우리 집 이렇게 바뀌었어요."하는 게시글들을 보면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쁜 집들이 초보자의 솜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여쁘게 변신되어 있었다.

숨쉴틈 없이 바빴던 직장일을 핑계로 벽지 등 기본적인 것들을 고르는 것만도 무척이나 버거웠었지만, 다양한 열정을 보이는 다른 예비 신혼부부들을 보자 상대적으로 내가 참 게으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결혼 후 시간이 좀 남으면 인테리어에 관심을 쏟겠지..싶었으나, 결혼 전에는 오히려 관심이 높았던 인테리어가 막상 결혼하고 나니 관심이 시들해졌다.


이 책을 보니 오래 전 그 인테리어에 대한 욕심뿐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도 어여쁜 내추럴 빈티지 공간으로 꾸며진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면 사진 한장이라도 더 찍고 싶고,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게 되곤 한다. 그런 소품들을 직접 구입하려면 생각 외로 무척 비싼 가격에 놀라게도 되고 (인터넷에 보면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곳을 많이 보게되는데 가격은 절대 착하지 않다. 게으른 자 직접 사서 꾸미려면 그만한 응당의 댓가를 치뤄야한다는 것일까? ) 만들고자 마음 먹기가 어려워 그렇지 낡은 물건이 보물로 변신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거의 마법처럼 느껴졌다.

초보자, 센스쟁이, 재주꾼, 베테랑 등 리폼 입문단계서부터 베테랑에 이르기까지 순차적, 단계별로 작품 만들기 설명이 되어 있어서 초보자가 난이도 높은 것에 도전해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주었다.

준비물부터 꼼꼼히 찾게 해주고, 용어도 낯선 각종 물품들을 소개해주어 이런걸 활용하면 좀더 수월하게 만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그 중 칠판 페인트는 칠판을 좋아하는 내 눈에 확 들어오는제품이었다. 바르는 것만으로도 칠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하니 아기를 위한 미니 칠판이나, 인테리어용 미니 칠판 등을 만들어 이젤 등에 받쳐주면 장식효과가 무척 뛰어날 것 같았다. 예쁜 카페 등 앞에 세워져있는 오늘의 메뉴를 소개하는 그 미니 칠판을 만드는 재료가 아니었을까?



재료 설명보다 리폼 작품을 먼저 보다 놀랐던 것이 인스턴트 커피로 색을 입히는 것이었다. 다시 앞부터 살펴보니, 부족한 리폼 재료 대처법으로 나온 방법 중의 하나였다. 브라운 컬러의 자연스러운 나무 색깔과 나뭇결을 살리길 원한다면 우드스테인 대신 인스턴트 커피를 물에 타 칠해도 좋다는 것.


스텐실 글씨가 너무나 예쁜 그런 소품들, 음료수 병으로 리폼한 투명한 꽃병은 사실 어디에 놓아도 예쁜 그런 소품이었다.

모양도 다양하고 색깔도 예쁜 병으로 레터링지를 활용해 심플하게 문구만 새겨넣어도 참으로 멋졌다. 가끔 블로그 등에서 보던 그 예쁜 소품들이 이렇게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작품이었구나. 레터링지란 숫자나 알파벳이 새겨진 판박이 정도로 알면 좋다고 한다.



스텐실하는 법만 알아도 집안 인테리어가 예뻐진다더니 패브릭 가렌드를 잘 만들어 집을 카페처럼 변신시키기도 하고, 병뚜껑에 영자신문과 자석을 붙여 너무 예쁜 메모홀더로 완성을 시키기도 한다. 어지간한 소품들을 직접 만들어 쓰는 재미에 푹 빠져들다보니 이제는 톱, 망치, 드릴과 같은 연장을 남편보다도 더 잘 다루게 되었다는 저자.



사실 대단한 리폼이 아니더라도 낡은 것, 못 쓰는 것을 버리길 싫어하는 남편과 살다보니 둘다 뭔가 한참 끌어안고 사느라 집안 곳곳 물건은 넘쳐나는데 활용은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지금 컴퓨터 책상 앞에만도 멈춰버린 두개의 작은 시계가 있는데 하나는 빨갛고 투명한 보석이 빼곡히 박혀 너무 예쁜 디자인이라 못 버리고 또 하나는 운치있게 녹이 슨 낡은 느낌의 지구본 스타일 작은 시계인데 둘 다 디자인이 예뻐 버리기에 망설여지는 제품들이었다. 저자라면 이 제품들을 보고서 금방 아이디어를 얻고 뚝딱 멋진 소품으로 재탄생해내겠지. 특히나 안방에서 잠자고 있는 앤틱 탁상 시계 하나는 앤틱 가구와 맞춰 선물받은 시계였는데, 시계는 죽어버렸지만 디자인이 예뻐서 신랑이 못 버리게 하는 천덕꾸러기였다. 자꾸 멈춘 시계를 들여다보게 되어 뒤돌아 세워놨더니, 뒷모양이 마치 디즈니 만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말하는 시계처럼 생겨서 신랑에 그런 모습으로 눈 코입이라도 그려넣으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 제법 잘 만들어놓으면 소품으로 참 귀엽고 예쁘겠구나. 역시 실천을 못하고 늘 머릿속으로만 생각 중이었다. 하나하나 뚝딱, 집안을 나만의 카페로 변신시키는 그녀의 재주를 들여다보면서 생명력을 잃은 먼지쌓인 물품들에게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어주고픈 작은 희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